‘기대 못 미친’ 중국에… 글로벌 머니, 한국 등 아시아서 대안 찾는다

입력
2023.06.01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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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대만·인도 등 주식시장 승승장구
악재 겹친 중국 시장 ‘시들’... "잔인한 5월"
“중국 투자 재분배로 아시아 국가들 수혜”

시진핑(아래 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회 연설을 위해 연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아래 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회 연설을 위해 연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글로벌 경기 낙관론도 힘이 빠지자,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국과 대만, 인도에 세계 투자자들이 밀려들며 주식 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는 데다, 일본 증시도 이에 힘입어 30여 년 만에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으로 아시아 중심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식 시장의 활황은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해당 국가들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대안’이 된 결과라는 게 통신의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한국과 대만에 각각 91억 달러(약 12조 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됐고, 인도 펀드에는 최근 3개월간 2억 달러(약 2,500억 원) 정도가 몰렸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증시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지원사격 등으로 지난달 중순까지 7주 연속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고, 급기야 버블(거품) 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점을 찍기까지 했다.

일본 닛케이지수 추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닛케이지수 추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면 중국 시장은 ‘잔인한 5월’을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기술주가 상장된 홍콩 항셍지수는 연중 9% 하락했다. 상하이증권뉴스는 지난달 중국 펀드 판매가 2015년 증시 폭락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발표된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개월째 하락하면서 ‘경기 위축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부채질했다. 경제회복 부진과 위안화 약세,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중국에서 눈을 돌린 세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고객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의 최근 행보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BNY멜론 자산운용그룹은 지난주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했다. 시티그룹도 경기 부양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국 주식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 주식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제조업체 전망이 밝다는 게 긍정적 신호로 꼽혔다. 일본의 인플레이션 확대, 인도의 소비 호황 등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주식전략가 티모시 모에는 “중국의 장기 경제 전망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며 “당분간 대(對)중국 투자 욕구가 시들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BNY멜론 자산운용그룹의 아시아 투자전략을 이끄는 아니다 미트라는 “중국으로의 투자가 재분배되면서 아시아 여러 지역에 걸쳐 광범위한 랠리가 촉진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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