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형 인재 양성..."전문대, 글로컬대학 다수 선정 기대"

입력
2023.06.08 05:00
구독

[이슈 & 인물]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글로컬대학, 전국 108개 대학 신청, 전문대 단독신청은 11개"
"직업교육법, 직업교육기관 간 기능과 역할 분담"
"유학생, '교육국제화 역량인증제' 분리 운영 추진"
"전문대, 600여만 직문직업인 배출로 산업경쟁력 중추 역할"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이 전문대학의 미래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이 전문대학의 미래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국내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다. 그도 그럴것이 2020년 2월부터 4년째 전국 132개 전문대학을 총괄하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전문대학 법인협의회장도 역임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경영난에 따른 위기는 전문대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그의 관심은 5년간 1,000억 원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글로컬대학30'에 전문대가 얼마나 선정되느냐에 쏠려있다. 비수도권 대학 166개 교 중 65.1%인 108개 교가 신청했고, 이중 올해는 10개가 선정된다. 지난 1일 대구보건대에서 '지역사회, 전문대학 위상 변화와 미래전략'에 대한 남 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글로컬대학에 전문대도 상당수 신청했다.

"대학은 글로컬화 되어야 한다. 전문대 졸업생이라면 자신의 직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글로컬대학에 단독신청은 81개 교, 공동신청은 27개 교 등 108개 교가 신청했고 10개가 올해 선정된다. 전문대 단독신청은 대구보건대를 포함해 11개 교인데, 글로컬대학에 꼭 전문대가 많이 포함되기 바란다."

-우리 사회서 전문대의 위상, 어떤가.

"전국에 전문대는 사립 125개, 공립 7개 등 모두 132개 교에 입학정원이 14만462명이다. 60년 안팎의 역사를 통해 600여만 명의 전문직업인을 배출하면서 대한민국 산업경쟁력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취업률을 보면 전문대가 71%, 일반대학이 64.1%로 나타나는 등 청년실업 및 사회양극화를 완화하고, 지방소멸도 예방한다. 가까운 경북 고령의 전문대 하나가 빠져나가면서 지역사회가 큰 손실을 입었다. 지역 하숙집과 식당, 서점, 상점 등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여기다 만학도 대상으로 평생직업교육도 하고 있다. '전문가를 만드는 힘, 전문대학'이라는 슬로건처럼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전문대의 바람직한 인재상은 어떤가.

"TV 요리토크쇼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음식 만드는 레시피는 다 나와있다. 그걸 가르칠 필요는 없다. 냉장고에 소고기와 버섯만 있을 경우 알아서 요리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전문가들을 꼽을 수 있나.

"한중일 청도 요리대회 특금상을 받은 정지선(혜전대 졸업) 셰프, 지하철 승객 최우수 안내방송왕인 양원석(경북전문대 졸업) 기관사,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분장을 책임진 육은향(대구공업대 졸업) 분장팀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산학협력을 통한 전문가양성도 눈에 띈다. 거제대는 지역기반의 조선산업과 연계해스마트 조선해양산업 전문가를 양성하고, 강릉영동대는 산림과 해양 융합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창업 분야에서는 2020년 대한민국 커피산업 대상을 받은 유동커피 조유동(대구보건대 졸업) 대표와 대한민국 명장으로 불리는 시스매니아 지창환(동양미래대 졸업) 대표가 있다."

-전문대도 학령인구 감소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전문대의 지난 5년간 취업률이 일반대학보다 평균 7.3%포인트 높다. 직업교육을 하는 전문대 취업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53.2%(일반대 66.2%)고, 전문대 재정현황은 일반대의 18.1%에 불과하다. 2~3년제로 묶어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확대가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0년 동안 2배 증가했다. 전문대 유학생은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2026년에는 3만2,000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반대와 전문대 유학생의 목적과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교육국제화 역량인증제'를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학이 많다.

"14년째 등록금 동결과 신입생 감소 등 이유로 한계상황에 이른 대학이 많다. 폐교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예측가능하고 체계적인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역대학 붕괴는 청년층의 지역이탈과 지역산업 위축,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대학 설립 당시 최초 기여분의 일정 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퇴로를 마련해주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이 지난달 10일 교내 인당뮤지엄 앞 조각공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학생들과 어울리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이 지난달 10일 교내 인당뮤지엄 앞 조각공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학생들과 어울리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해결책으로 '직업교육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법률안이 발의됐다. 1949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는 유아, 초중등, 고등, 평생, 직업교육이 있는데, 직업교육만 하위 법령이 없다. 직업교육은 선언적 내용만 있을뿐 5년 주기로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을 통해 직업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법적기반이 없다. 일반대와 전문대, 전문대와 폴리텍대학 간 기능 중복으로 재정낭비와 비효율이 크다. 직업교육기관 간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기 위해 직업교육법이 제정돼야 한다."

-대구보건대의 청사진은.

"대구보건대는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그랜드슬램 6관왕을 달성한 국내 최고의 보건특성화 대학이다. 전국 3개 전문대학만 성정되는 교육부 교수학습지원센터 운영 우수대학에 지정됐고, 최근 보건·의료국가고시에서 전국수석자를 17명이나 배출했다. 석·박사를 포함한 대졸자가 가장 많이 지원하는 학력유턴 대표 대학이고, 25년간 헌혈축제를 이어오고 있는 봉사대학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창의력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


●약력

△이화여중·고 △이화여대 신문방송학 △KBS 아나운서 △대구보건대 총장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 △한국전문대학 법인협의회장 △아시아·태평양 대학협의회장 △대학적십자사 중앙위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대통령소속 국가교육위원

전준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