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5인회 없다" 선 긋기에도... 실세 논란·당무감사 등 불씨 여전

입력
2023.06.04 17:30
수정
2023.06.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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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각 "지도부가 역할 못하고 있는 게 핵심"
무관심 최고위원 보선에 "존재감 발휘 어려워"
내년 총선 앞두고 당무감사 둘러싼 신경전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5인회' 발언으로 촉발된 실세론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밝힌 데 이어 해당 발언을 한 이용호 의원이 지난 2일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면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실세론을 포함한 내홍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을 하는 다른 곳이 있다"며 5인회를 지목한 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이었다. 여권에서는 김 대표가 매일 오전 비공개로 당내 현안을 논의하는 사전전략회의에 참여하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논란에 따른 한바탕 내홍을 치르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왔다. 5인회 발언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를 선출했음에도 사실상 당이 실세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지적이었다.

"최고위가 기능 못하는 게 5인회 논란의 핵심"

'5인회' 발언의 당사자인 이 의원이 발언을 철회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다수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지도부가 계속 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때는 '5인회' 논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당 전체가 리스크에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가 지금처럼 '식물 최고위'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실세 논란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9일 예정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의원들 사이에서 출마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고위에 입성한들 들러리에 그칠 바에야 재선 등 내년 총선을 노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더욱이 '원외 3파전'으로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초선·원외' 위주의 최고위가 향후에도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총선 앞 당무감사에서 실세 논란 재현 우려

오는 10월쯤 진행될 전망인 당무감사에서도 실세론이 재현될 수 있다. 당무감사는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경쟁력을 점검하는 절차이면서도 총선에 앞서 사실상 공천의 사전 심사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미미한 존재감과 실세들의 영향력이 이어질 경우, 당무감사 결과를 명분으로 현역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김 대표가 지난 2일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검사 공천' 가능성을 일축하며 "유능한 사람이 공천되도록 시스템 공천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그동안 당무감사는 핑계일 뿐 물갈이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감사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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