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군함, 대만해협 통과... 중국 군함은 '위협 기동'

입력
2023.06.04 1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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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국방 만남 무산 속 '군사적 긴장' 고조
샹그릴라 대화서도 대만문제 관련해 '설전'
미 국무부 차관보 방중 등 '대화' 분위기도

미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150m 이내의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 7함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미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150m 이내의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 7함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대만해협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중 국방 수장 회담이 불발된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3일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당시 중국 군함도 미 해군 구축함의 약 140m 거리까지 접근하는 등 ‘위협 기동’으로 맞선 것이다. 두 나라 간 군사적 신경전은 지난달 26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근접 비행 이후 일주일 만이다. 게다가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 국방 수장은 연일 견제구를 날리며 ‘말의 전쟁’을 이어 가기도 했다.

"미의 동맹 참가 이례적"... 중 군함, 140m까지 접근

4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DDG-93)과 캐나다 해군 호위함 ‘HMCS 몬트리올’(FFH 336)은 전날 공해 항행과 상공 비행 자유가 적용되는 해역에서 정기적인 대만해협 항행 작전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미 군함이 월 1회꼴로 대만해협을 통과하긴 했지만, 다른 동맹국 군함과 함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미 해군 구축함에 150야드(약 140m) 지점까지 접근하며 충돌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이지스 구축함 루양 Ⅲ(PRC LY 132)가 정훈함 부근에서 ‘안전하지 않은’ 기동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군은 이에 대해 “공해에서의 안전 항행에 관한 ‘해상충돌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캐나다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이 ‘미중 국방 수장 회담 무산’과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간 만남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미중 모두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중의 강압에 움찔 안 해" vs "미, 타국 내정에 간섭"

실제로 싱가포르에선 미중 간 설전도 빚어졌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오스틴 장관은 3일 기조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분명히 얘기하겠다. 대만해협 문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충돌이나 대결을 추구하지 않지만, 강압이나 괴롭힘에 직면해 움찔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원칙을 재확인했다.

리 부장도 4일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에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가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지역 내 군비 경쟁을 심화시킨다”며 “냉전적 심리가 부활하며 안보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나라는 고의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도 미·캐나다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해 3일 “지역 평화와 안정을 고의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블링컨 방중 재추진? CIA 국장도 극비 방중

다만 미중 간 대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국무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4~10일 중국과 뉴질랜드를 방문한다고 3일 밝혔다. 당초 2월로 계획됐다가 정찰풍선 사태로 취소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재추진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또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비밀리에 방문, 중국 측 카운터파트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 열린 소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했고, 리 부장 역시 “중미의 충돌은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며, 교류와 협력으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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