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흥행사… '닥터 차정숙'이 남긴 것

입력
2023.06.08 10:36

지난 4일 종영한 JTBC '닥터 차정숙'
4%로 출발…베트남 포상 휴가까지
'착한 드라마'의 여파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JTBC 제공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JTBC 제공

시청률 4%로 출발한 '닥터 차정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남기고 끝났다. 감독과 배우진 모두 예상하지 못한 흥행 속에서 최고 시청률 18% 도달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까지 받았다. 작품은 종영했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의 마음엔 깊은 여운이 남아있다.

지난 4일 JTBC '닥터 차정숙'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가족이 전부였던 평범한 주부에서 왕년에 잘나가던 닥터 차정숙으로 각성한 스캔들이 유쾌한 웃음과 현실적인 공감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각 인물들의 행복한 결말이 담겼다. 먼저 차정숙(엄정화)은 서인호(김병철) 로이킴(민우혁)의 간 이식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서인호는 죽음을 앞두려고 하는 차정숙의 마음을 눈치채고 이혼해줄 테니 간 이식을 받으라고 부탁했다. 로이킴의 집도와 서인호의 이식까지 수술과 이혼 모두 성공적으로 마친 차정숙은 무사히 병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차정숙은 의원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했고 최승희(명세빈)도 서인호와 깔끔하게 이별, 요양병원을 인수했다.

'닥터 차정숙', 4%의 반란

'닥터 차정숙'은 사실 상반기 기대작은 아니었다. 거대한 제작비나 한류 톱스타 출연 없이 조용하게 시작했다. 엄정화의 오랜만 복귀작이긴 하나 경쟁작이 SBS '낭만닥터 김사부3'이기 때문에 시청률적으로 우위를 점하긴 어려웠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4.9%로 시작한 '닥터 차정숙'은 서서히 그래프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6회 13%를 돌파했다. 8회 16%를 돌파, 12회에서는 18%까지 넘겼다. 최종회는 18.5%를 기록, 아쉽게도 20%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이처럼 차정숙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계속 늘어나게 된 비결은 바로 '공감'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두고 '경단녀'로 부르는 사회 신조어가 생길 만큼 현시대에서 경력단절 여성은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사회적 공백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로 인해 소외받는 현상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능력과 무관하게 재취업이 어렵고 또 힘들게 얻은 직업을 유지하는 것 역시 경력단절 여성 홀로 짊어지는 짐이다. 차정숙의 이야기는 한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남편, 자식 등 가족의 지지 없이도 자아를 실현하고 위기를 이겨낸다. 단순한 플롯과 스토리가 대중의 높은 안목을 만족시킨 지점도 여기다.

정의구현과 권선징악 만이 꼭 시청자들이 원하는 사이다식 결말은 아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따스함을 내내 유지한다.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 속에서 '닥터 차정숙'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온기는 단순히 주인공의 선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인호와 불륜을 저지른 최승희를 바라보는 시각, 최승희가 굴레를 끊고 혼자의 길을 선택한 것 역시 '닥터 차정숙'이 갖고 있는 온도를 느끼게 한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사정에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끔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엄정화의 호연, 또 이를 뒷받침하는 주조연들의 활약이 좋은 시너지를 냈다. 뮤지컬배우 민우혁부터 김병철 조아람 송기호 명세빈 등이 자신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살렸다. 특히 명세빈의 경우 그간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불륜녀 캐릭터를 선택,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