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서 전사한 '호국형제', 73년 만에 함께 영면에 들다

입력
2023.06.06 12:10
수정
2023.06.06 14:4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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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학 일병 유해, 뒤늦게 수습돼
동생 김성학 일병 옆 묘역에 안장

제68회 현충일을 맞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제68회 현충일을 맞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6·25 전쟁에서 전사한 형제가 현충일인 6일 전쟁 발발 73년 만에 서울현충원 묘역에 나란히 잠들었다. 1951년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한 김봉학 일병의 유해가 최근에야 수습돼 이날 전우이자 동생인 김성학 일병 묘역 옆에 안장되면서다.

국방부에 따르면 1923년생인 김봉학 일병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부산에 있는 제2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5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횡성-포동리 전투 △태기산 전투 △인제 지구 전투에 참전한 고인은 1951년 9월 한미가 북한군을 상대로 수리봉 일대에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 피의 능선 전투에서 숨을 거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0년이 흐른 2011년 고인의 유해를 강원 양구군 수리봉 일대에서 최초 발견했다. 이후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유해를 수습했다. 하지만 그의 신원이 확인되기까지는 5년이 더 걸렸다. 대구·경북 지역 전사자 유가족 집중 찾기 기간인 2021년, 예비군 지휘관이 지역별 전사자 명부를 통해 고인의 막내 동생 김성환씨의 소재를 찾아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고, 그제야 유해의 신원이 김봉학 일병으로 최종 확인됐다.

형의 뒤를 따라 1950년 11월 참전한 동생 김성학 일병은 같은 해 12월 38선 일대를 방어하는 강원-춘천 부근 전투에서 전사했다.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60년에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형 김봉학 일병의 유해는 찾지 못해 그 옆에 위패만 모셔둔 상태였다.

국방부는 이날 서울현충원에서 유가족과 정부 주요 인사, 군 주요 지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봉학 일병의 안장식을 거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했다. 군 당국은 고인들의 형제애와 희생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호국형제’라고 명명했다. 6·25전쟁 전사자 형제가 서울현충원에 나란히 묻힌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고인들의 동생 김성환씨는 “죽어서도 사무치게 그리워할 두 형님을 넋이라도 한자리에 모실 수 있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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