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덮고 사우디에 손 내민 미국... 이란·중국 견제 다급했나

입력
2023.06.07 17:4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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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사우디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 면담
"양국 관계 인권 진전 통해 더욱 강화" 강조
이란, 주사우디 대사관 개관... 중동 정세 긴박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하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하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편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급진전, 중국의 지역 영향력 확대 등 중동 질서 재편 분위기 속에 미국도 다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다고 국무부가 발표했다. 미국 관리는 “그들은 지역 및 양자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논의를 했다”라고 전했다. 국무부는 예멘 평화 및 수단 내전 종식을 위한 사우디의 노력, 청정에너지 및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특히 “블링컨 장관이 양국 관계가 인권 진전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2018년)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가 해빙기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미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정보요원의 카슈끄지 살해 배후 인물이라고 보고 있지만,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는 등 이 문제를 털고 넘어가는 중이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면담하는 등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사우디를 향한 구애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①미국과 대립 중인 이란이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하고 이날 사우디의 리야드·제다에서 대사관·영사관을 재개관하는 등 중동 정세는 급변 중이다. 이슬람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 맹주의 전격적인 화해를 보면서 미국도 뒷전에 물러나 있을 수는 없었다. ②미국이 빠진 중동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넓혀가는 상황도 견제해야 한다.

미국은 또 ③맹방인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를 참여시킴으로써 중동 내 우호그룹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이다. ④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국제유가 안정을 통한 미국 인플레이션 제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사우디도 과거와 달리 미국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의견도 엇갈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가 △이란의 잠재적 공격을 억제할 미국의 안보 보장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사우디 민간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 구축 지원 △더 많은 무기 판매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중에도 미국의 사우디 지원 제한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NYT는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ㆍ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 참석, 8일 사우디 외무장관과의 양자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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