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향한 관심…유럽 거장들의 명화가 한국에 왔다

입력
2023.06.08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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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초상화 '레드보이'(1825년). 18세기 후반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토머스 로렌스가 찰스 윌리엄 랜튼의 6~7세 때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초상화 '레드보이'(1825년). 18세기 후반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토머스 로렌스가 찰스 윌리엄 랜튼의 6~7세 때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초상화 '레드보이'(1825년). 18세기 후반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토머스 로렌스가 찰스 윌리엄 랜튼의 6~7세 때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초상화 '레드보이'(1825년). 18세기 후반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토머스 로렌스가 찰스 윌리엄 랜튼의 6~7세 때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붉은 벨벳 재질의 화려한 옷을 걸친 소년이 화폭 속에서 허공을 응시한다. 하얗게 빛나는 얼굴과 눈빛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로 꼽힌 토머스 로렌스(1769~1830)의 대표작 ‘레드 보이’(1825년)다. 영국의 1대 더럼 백작 존 조지 램튼의 주문을 받아서 그의 아들 찰스 윌리엄 랜튼의 6~7세 때 모습을 그린 것이다. 아이는 1831년 13세에 결핵으로 사망했지만 그림은 영국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1967년에는 영국 최초로 우표에 실린 그림이 됐다. 이 작품을 비롯해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거장 50명이 그린 작품 52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명화들을 모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특별전(성인 입장료 1만8,000원)이 10월 9일까지 열린다.

렘브란트 판 레인. 63세의 자화상(1669년). 김민호 기자

렘브란트 판 레인. 63세의 자화상(1669년). 김민호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터너, 컨스터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에 이르는 서양 미술사 거장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거닐면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난 네 시기별로 그림들을 감상한다. 그림의 주제가 ‘신’에서 ‘인간’으로 변해 가는 것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변화는 르네상스(14세기)부터 시작된다. 과학이 발달하고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림에서 인간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진 것이다. 물론 15세기에도 여전히 대다수 미술 작품은 가톨릭 교회가 주문했지만 점차 교양과 지식을 갖춘 도시의 고객들도 그림을 주문하게 됐다. 예컨대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그리더라도 다정한 모습, 모성애가 드러나는 모습으로 그리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1634~1635년). 김민호 기자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1634~1635년). 김민호 기자


사소페라토의 기도하는 성모(1640~1650년). 김민호 기자

사소페라토의 기도하는 성모(1640~1650년). 김민호 기자


이러한 경향은 1517년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더욱 강렬해진다. 17세기에 이르러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에 맞서서 교인들의 발길을 성당으로 돌리려 했고 그에 따라 감정을 자극하는 강렬한 그림들을 선호했다. 특별전에 전시된 귀도 레니(1575~1642년)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1634~1635년)나 사소페라토(1609~1685년)의 ‘기도하는 성모’(1640~1650년)는 대상을 신성화했던 이전의 종교화들과 달리 인물의 표정과 손동작에 감정이 듬뿍 담겨있다. 이외에도 도마뱀에 손가락을 물려서 놀란 소년을 그린 카라바조(1571~1610년)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1594~1595년) 등 감정의 변화를 극대화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교회와 왕정이 쇠락하는 18세기에 이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화가들은 종교나 사상보다 개인의 행복이나 경험을 기념하는 그림을 활발하게 그리게 된 것이다. ‘레드 보이’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려졌다. 가냘픈 소년은 실내가 아닌 밤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있다.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는 장 자크 루소(1712~1778년)의 영향을 받아서 아동기를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기 시작한 당시의 관점이 영향을 미쳤다. 소년이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서 그의 가능성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림이다.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 (1641년) 김민호 기자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 (1641년) 김민호 기자


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년) 김민호 기자

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년) 김민호 기자


빈센트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김민호 기자

빈센트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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