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 외화송금 '중징계' 결론 내고, "3단계 방어막" 개선안 마련

입력
2023.06.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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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인 '외국환업무 영업정지' 대상 판단
영업점 '고객 불편' 고려, 과징금 부과 경감
'창구→외환부→내부통제부' 거치도록 개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금융권에서 발생한 16조 원이 넘는 '이상 외화송금' 사건과 관련, 금융감독원이 연루된 금융회사들에 '중징계' 제재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외환거래 전후 '3단계 방어 체계'를 구축, '이상 외화송금' 거래 유형을 의심거래보고(STR)에 추가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 개선안을 마련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3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이상 외화송금' 사건 관련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해 6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빠져나온 천문학적 자금이 무역거래 명목으로 해외로 유출됐다는 본보 보도(2022년 6월 27일자 1면)가 나온 지 약 1년 만이다. 이상 외화송금 사건으로 제재심에 오른 회사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을 포함해 총 8곳이다.

금감원은 애초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다수의 은행 영업점에 대해 '외국환업무 영업정지' 중징계를 검토했으나, 제재심 과정에서 고객 불편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영업점에 대해선 과징금으로 경감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제재를 마무리한 금감원은 대대적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 외화송금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도 마련하고 이날 발표했다. 핵심은 '3선 방어 체계' 구축이다. 외화송금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은행 창구에서 확인 과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1단계다. 이어 은행 본점 외환부서와 내부통제부서가 추가 확인하는 과정이 2·3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에서는 그간 각 은행별로 표준화되지 않았던 증빙서류 확인 내역이 6개 서류로 통일된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외화송금 일당은 여러 은행 영업점을 돌며 송금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앞으로는 어느 은행 영업점을 가더라도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상 외화송금' 거래 유형도 STR에 추가된다. 일단 2단계인 본점 외환부서는 외화송금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해 이상 거래 탐지 능력을 강화한다. 모니터링 결과, 의심업체가 추출될 경우 3단계인 본점 자금세탁방지부서에 공유된다. 자금세탁방지부서는 해당 거래가 △신설법인 거액 송금업체 △단기간 내 송금실적 급증 업체 △동일 수취인에 대한 다수 송금 등 유형에 해당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본점 내 준법감시부·검사부는 이상 외환거래를 특별검사·상시감사 대상 항목에 추가한다.

이번 제도개선 사항은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으로 은행권의 내부통제 기능이 체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이상 외화송금을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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