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논의 끝에 흑석뉴타운 일반고 신설...서울 1개 고교 통폐합 조건

입력
2023.06.07 18:41
수정
2023.06.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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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 이전 세 차례 무산
"신설하되 학교 총량은 유지"

2019년 10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주민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고교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10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주민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고교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에 일반 공립고등학교가 설립된다. 학교 신설 요구가 나온 지 17년 만에 내려진 결정인데, 학교의 총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후 서울 시내 다른 학교 한 곳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시대에 '학교 신설'이 얼마나 까다로운 선택지가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동작구청과 '흑석고(가칭) 설립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교육청과 동작구청은 2026년 3월 특수학급 3개를 포함해 최대 27학급(546~621명) 규모로 흑석고를 개교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용지와 건물은 재개발조합이 시교육청에 넘기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학교 설립이 진행된다.

흑석뉴타운 고교 신설 요구는 재개발이 예정됐던 2006년 본격적으로 분출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일반고 기준 학령인구가 동작구 7,873명, 관악구는 7,879명으로 비슷하나 학교 수는 각각 6개와 11개로 차이가 크다. 여기에 약 2만 가구가 2030년까지 흑석뉴타운에 입주 예정이라 동작구의 학교 수요는 더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서울 전역의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학교 신설보다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다른 지역의 학교를 흑석뉴타운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먼저 검토됐다. 2017년부터 두 곳의 사립고가 이전을 희망했지만 학교 부지를 매각하기 쉽지 않은 점과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반대 등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학교가 이전하고 남은 '학교이적지'에는 10년간 낮은 용적률과 건폐율이 적용된다. 2020년 공립고 한 곳의 이전이 추진됐으나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과반이 이전에 반대해 무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이전 대신 '선(先) 학교 신설-후(後) 학교 통폐합'으로 선회했다. 시교육청은 학교를 신설할 경우 다른 학교를 통폐합해 총량을 유지하는 '학교총량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흑석고) 개교는 하되 나중에 서울 전체를 통틀어 통폐합할 수 있는 학교를 정해 맞춰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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