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는 노동의 미래다

입력
2023.06.09 00:00
3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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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시행되던 코로나19 방역조치들이 해제되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우리가 기다리던 일상 회복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전한 복귀일까. 우리가 겪은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것으로, 사람들의 일에 대한 태도와 감각은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일해도 된다는 집단적 경험과 깨달음을 거치면서,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즈음인 2022년 초, 네이버는 직원들의 희망에 따라 주5일 재택근무 혹은 주 3일 이상 출근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반면 카카오는 2023년 3월 들어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였다. 해외에서도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고, 애플과 테슬라, 골드만삭스는 재택근무를 철회하였다. 한편, 카카오는 노조가입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애플은 미국의 100대 직장에서 제외되는 등 재택근무를 경험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원격근무 형태에서는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이 어렵다는 시각 등이 출근 재개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시절, 출근할 때와 똑같이 9시에 업무개시를 팀장에게 알리고 온라인 메신저가 'on'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재택근무가 바삐 시행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많은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재택근무가 의미를 가지려면 절대적인 노동량이 아닌 성과중심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평가 방법과 원격에서도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고민되어야 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양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가치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청년인재 확보에도 중요하다. 최근 잡플래닛은 7년차 이하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SK텔레콤이 뽑혔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월 2회 '해피 프라이데이', 주 1회 재택근무, 거점오피스(일산, 분당, 서울 광진구와 구로구) 출근 등 유연한 근무형태가 그 이유라고 한다. 또한, 인크루트가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희망하는 복지는 주4일제(23.4%)로, 2위인 재택근무 시행(7.3%)의 3배 넘는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나가는 추세 속에서, 일자리의 변화와 주4일 노동은 최근 들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매년 논의될 만큼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투쟁 역사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도 이득이 간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유럽에서는 벌써부터 주4일제 노동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다. 프랑스의 엘데엘쎄(LDLC)가 주4일제를 2년간 실험한 결과 매출액은 36% 증가하였고, 산업재해와 병가, 결근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이직률도 2019년 11%에서 2022년 2%로 줄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모처럼 찾아온 일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와 성찰을 계기로, 오늘의 청년 세대가 지향하는 가치와 실용성을 반영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갈망에 우리 사회와 기업이 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4일 근무제를 비롯한 다양하고 유연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이 많은 기업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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