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단 한국노총 “답 던져놓고 굴복하라는 대화는 의미 없다”

입력
2023.06.08 13:20
수정
2023.06.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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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CBS라디오 인터뷰
노조 간부 강경 진압... 7년 만에 사회적 대화 단절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산별 노조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반발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한국노총이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의 파트너가 아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고공농성에 나선 지 하루 만에 유혈 진압을 하는 상황을 봤을 때 과연 (정부가 한국노총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느냐 의문”이라며 “‘대화의 파트너도 아니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닌가’ 이런 부분에서 현장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주 69시간 노동시간 문제,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 국고 보조금 중단 문제 부분도 한국노총은 인내하고 참아왔다”며 “한국노총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 유혈 사태로 진행되는 이 과정 전체를 지켜보면서 굉장히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한 7m 높이 철제구조물에 올라가 포스코에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새벽 진압에 나선 경찰의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압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진압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2일 구속됐다.

5월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한 7m 높이 철제구조물에 올라가 포스코에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진압으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국노총 유튜브 캡처

5월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한 7m 높이 철제구조물에 올라가 포스코에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진압으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국노총 유튜브 캡처

이에 한국노총은 7일 한국노총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동계와 정부 사이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사실상 닫히게 됐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것은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지침에 반발해 노사정위(경사노위 전신)를 불참한 데 이어 7년 5개월 만이다.

25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노총마저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노정관계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류 사무총장은 앞으로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사회적 대화라는 것은 노동현장에서 핍박받는 노동자, 힘들어하는 사용자 이런 부분들의 균형적인 노동 정책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 답을 먼저 던져놓고 이 부분에 대해서 굴복하라 또는 받아들여라라는 이런 형태의 대화라고 그러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또 “(한국노총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 유혈사태 등) 이런 부분들이 지속된다고 판단되면 경사노위 탈퇴뿐만이 아니라 더한 것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 이런 부분들도 같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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