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는 미국과 "글쎄"라는 중국...블링컨 중국행 '온도 차', 왜?

입력
2023.06.08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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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관리 가능'한 경쟁 틀 만들기 전략
중국으로선 미국의 압박 이완 등 성과 불투명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블링컨 장관을 보내는 데 적극적이지만, 중국은 "진정성부터 보이라"고 한다. 왜일까.

"미국의 중국정책 변화, 중국엔 큰 의미 없다"

미중의 온도차는 언론 보도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미국 CNN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6일 "블링컨 장관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무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미 국무부가 언론에 정보를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차단하진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여부에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답했다. 환구시보도 같은 사설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양국 사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는 양국 고위급 대화 재개의 기대 성과에 대한 불균형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최근 "우리의 중국 정책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회피)이라며 압박 일변도의 노선 수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불신한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은 최근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 등에서) 봉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미국의 안보 정책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쪽으로 더욱 기울고 있다"며 "워싱턴이 말하는 (정책의) 변화가 중국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짜는 '블링컨 장관 중국 방문'이라는 외교 이벤트에 중국은 동원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 "충돌 방지 가드레일 구축"

반면 미국은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서 챙길 것이 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7일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담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가드레일을 만들어 '신냉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려고 하는 게 미국의 의도"라고 밝혔다. 중국을 압박하되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경쟁의 틀을 만들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라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까지 단행한 상황에서 미국은 미중 갈등이 실질적 피해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도 고위급 대화 채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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