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워싱턴 컨센서스'시대의 민관협력

'뉴 워싱턴 컨센서스'시대의 민관협력

입력
2023.06.12 00:00
26면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성공 이룬 한국
워싱턴 네트워크 강화하는 우리 기업
방관 대신 정부 차원 적극 지원 나와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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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국제 정치의 격변을 겪었다. 그 첫째는 1990년대 냉전의 종식이었다. 그 이후 30년간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널리 확산되었다. 그 둘째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도처에서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치의 격변은 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 이후 30년간 정부 역할의 축소, 무역 및 금융의 자유화, 민영화, 규제 개혁이 경제 발전의 최선의 공식이라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 특히 코로나 창궐을 겪은 후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성급하지만 이것이 '뉴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선거 운동시기부터 일관되게 미국의 국력을 유지하고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큰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를 위한 법안을 꾸준히 통과시켰다. '인프라 법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 '반도체 법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법들의 공통점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국 중심적 산업 정책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냉전 종식 이후 30년간 '워싱턴 컨센서스'가 내포한 경제 발전 공식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나라이다. 1990년 6,6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년 후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 우리가 이룬 성취의 종합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효과적인 민관협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민관협력의 의미는 정부가 민간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하였다.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공통된 믿음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정부 역할이 축소되던 시기에 민관 협력이 중요하였다면, 그 역할이 강조되는 현재에는 민관협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IRA 법안', '반도체 법안' 등이 통과되자 우리나라에서는 이 법안들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지난 몇 개월간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법안 이행 방안을 살펴보면 당초의 우려는 일정 부분 해소되고 있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 자동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조항은 렌트·리스 차량에 대한 예외를 통하여, 배터리의 원료와 부품에 대한 구별도 우리 업계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방향으로 미국 재무부의 이행 방안이 마련되었다. 반도체 지원금 수령 시의 각종 의무 이행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와 활발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이다. 그러나, 요즈음 미국의 자국 중심적 산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주미대사 시절 같이 일하던 백악관 고위 관리가 구글의 대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그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가 엄청나서 구글은 꽤 큰 독립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고, 구내식당에서는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빈트 서프'와 동석하기도 하였다.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 업계도 워싱턴 사무소를 대폭 보강하였다고 들었다.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업계와 의미 있는 민관협력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도 그 기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에 부담을 넘길 때가 아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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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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