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관 후보로 권영준·서경환 선택... 대통령 결정만 남았다

김명수, 대법관 후보로 권영준·서경환 선택... 대통령 결정만 남았다

입력
2023.06.09 21:00
수정
2023.06.09 22:28
6면
구독

박정화·조재연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제청
"구성 다양화 국민 요구 기대 염두에 둬"
"무난한 인사" 평가 속 남성만 선정 비판
정계선·박순영 비토 대해선 내부 불만 여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9월 임기 만료 전 마지막으로 선택한 차기 대법관 후보는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경환(57·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다. 두 후보 모두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법원 내부의 평가. 대통령실이 정치 성향을 이유로 특정 후보자 제청을 꺼려했던 만큼, 향후 대법관 공백 사태를 우려한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9일 "김 대법원장이 7월 임기가 끝나는 박정화·조재연 대법관 후임으로 권 교수와 서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을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두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소수자 인권보호 의지,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 및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갖추고 해박한 법률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법원 내 최고 도산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건국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용됐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회생법원장 등을 지냈다. 19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서울지법 파산부에서 근무했고, 이후엔 미국 연수를 떠나 소비자파산을 연구했다. 파산부 근무 당시엔 이규홍 전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과 함께 근무했다.

서 부장판사는 2015년 광주고법에서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울먹여 '세월호 판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2012년 서울서부지법에선 업무상 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대건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권 교수는 제35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한 뒤 1999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으며 2006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양창수·김재형 전 대법관과 윤진수 서울대 교수의 뒤를 이은 국내 민사법학계의 대표적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30여 권의 단행본과 8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론, 법리, 실무' 논문으로 한국법학원 법학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지식재산권법 분야를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개인정보보호법과 국제거래법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면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쳐 다음 달 최종 임명된다.

정계선·박순영 제청 안 해... 내부 불만은 여전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권 교수와 서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두고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한다.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데다, 실력과 인성 모두 결격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권 교수 임명 제청을 두고 "법원에서 재판만 하신 분들은 기존 판례에 너무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학계에서 오신 분들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백을 막기 위해 두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비토했던 국제인권법·우리법 연구회 출신인 정계선 부장판사와 중앙선관위 위원 박순영 판사가 결국 대법관 후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그간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대법관이 임명되면 대법원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전직 판사는 "결국 김 대법원장이 조직을 안정시키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법조인이 선택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김학자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대법관은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특히 대법관 후보자로 오른 여성들은 불평등과 부당함을 몸소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현행법 제도에 관한 문제의식이 날카롭다"며 "여성 대법관 퇴임에도 남성으로만 대법관 후보를 선택한 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은 4명이고, 박 대법관이 퇴임하면 3명으로 줄어든다.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신경전에 불만을 내비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을 협의 내지 거부할 수 없다면 대법원장의 독재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도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기 전에 언론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한 건 사법부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박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