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중국이다

상대는 중국이다

입력
2023.06.15 18:00
수정
2023.06.15 19:52
26면
구독


이 대표의 굴욕은 정치적 동기 앞선 탓
사안 본질은 중국식 국제질서 강요
정치다툼 접고 대중외교의 전환점으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상대로 외교 실무선에서 대응하면 됐다. 대통령이 나섰으니 저쪽이 굽히거나 동급인 주석이 반응하지 않으면 난감하게 됐다. 위안스카이 인용도 지나쳤다. 그는 조선의 군주와 국정을 욕보인 세기의 무뢰배다. 일개 실무자급 대사의 객기에 빗댈 수준은 아니다.

물론 화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공했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제1야당 대표가 고작 국장급 대사 집을 찾은 것부터가 잘못됐다. 쩍벌로 앉은 그 앞에 손 모으고 훈계를 들었다. 국내에선 한 성깔 하는 그가 왠지 조용했다. 최근 유럽·일본의 중국대사들도 도 넘는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그래도 회견이나 발표 형식이다. 까마득하게 위인 상대국 최고위 인사를 면전에서 위협할 만큼 무례한 경우는 없다. 전 정부의 대중 굴욕을 균형외교로 볼 수 없듯 그냥 한국 경시다.

이 대표는 윤 정부의 미일 외교 복원이 평가받는 분위기에 맞불을 놓고, 연이은 정치적 패착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국가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적 동기가 앞서 급했다. 사실 대통령의 과한 개입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력 정치컨설팅그룹이 마침 한국민 70%가 미중 경쟁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국내정치적 대립을 꼽았다는 조사결과를 냈다. 마찬가지로 미중에 끼인 타국민들이 경제 안보를 더 걱정하는 것과는 달랐다. 베테랑 외교관인 위성락 전 대사가 국내정치의 종속변수로 다뤄지는 외교의 현실을 개탄해 온 게 이래서다.

이러면 외교문제의 책임을 국내정치에서 찾는 자해적 현상이 나타난다. 본질은 중국식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전랑외교다. 그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인 게 한국이다. 북한문제에다 중국이 최대무역국이라는 약점으로 역내국가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는 인식이 고착화한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에서 어떤 긍정적 역할도 한 바가 없다. 도리어 북한의 상시적인 UN결의안 위배행위에 대한 국제적 제재작업을 철저하게 방해해 왔다. 북한의 핵노선을 고무시켜 온 게 중국이다. 적절한 북한 제어를 통해 한국의 미국 의존도를 줄여 자국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데도 사고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게 그들의 한계다.

경제적으로도 지난 세월 한국의 선진적 기술과 시스템은 중국의 가장 용이한 활용대상이었고,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는 그 결과물이었다. 이를 시혜처럼 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어디 배려의 나라인가. 그 시기도 끝났다. 양국의 경제관계는 과거 그랬듯 온전히 득실계산만이 작용할 것이다. 최근 대중 무역수지 악화는 결코 나빠진 관계 때문이 아니다.

한중 간 부채가 없는 평등관계에서 그들의 강압과 무례한 행태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 중국이 우리보다 더 척을 진 일본과는 그래도 정부 간 교류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건 일본이 그만한 국제 경제적 역량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사안마다 맞상대해 온 때문이기도 하다. 대응의 용인 수준이 매양 굽혀 온 우리보다 훨씬 높게 설정돼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방향은 분명하다. 중국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대등하게 실익에 따라 주고받고, 국제관계의 원칙을 지키며 매 사안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그러니 우리 안의 정치다툼은 이만하면 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미 내상을 크게 입었다) 일개 대사의 말에 한국 정치판이 계속 요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외교는 대외적으로 국가이익을 다투는 엄중한 일이고, 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춰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대상은 다만 중국의 인식과 태도다.

이준희 고문
대체텍스트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