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서 구조됐는데 안락사 위기… 이토록 처참한 '견생'이라니

도살장서 겨우 구조됐는데 안락사 위기… 이토록 처참한 '견생'이라니

입력
2023.07.1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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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6만 마리 이상 식용으로 소비
모호한 법 규정에 '개 식용' 논란 계속
"관리 기준 없는 유통·도살 근절돼야"

이달 5일 경기 양주시 소재 네발달린친구보호소에서 한 어미개와 강아지가 활동가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 개들은 지난달 28일 양주시의 한 개농장에서 구조됐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달 5일 경기 양주시 소재 네발달린친구보호소에서 한 어미개와 강아지가 활동가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 개들은 지난달 28일 양주시의 한 개농장에서 구조됐다. 윤서영 인턴기자

가로∙세로∙높이 각 1m의 작은 철창. 웬만한 중형견이 혼자 들어가기도 좁은 이 '감옥'에 60kg에 달하는 도사 믹스견(잡종견)들이 세 마리씩 구겨지듯 들어가 있다. 맹견이지만 서로의 무게에 눌려 함부로 짖지도 못하는 21마리 개들. 덩치가 커서 흔히 '식용'으로 사육되는 이 도사 믹스견들을 기다리는 건 매캐한 먼지가 가득한 도살대다.

올해 5월 12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찾아간 경기 시흥시 개 도살장의 모습이 이랬다. 4년간 수많은 구조 현장을 찾은 보호단체 사람들에게도, 이 농장의 모습은 충격적이리만큼 잔인했다고 한다. 담벼락 너머 마당엔 철창에서 흘러나온 개의 분변이 가득했고, 곳곳에 도살 장비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올해 5월 12일 캣치독팀이 구조에 나선 경기 시흥시 한 도살장 현장. 캣치독팀 제공

올해 5월 12일 캣치독팀이 구조에 나선 경기 시흥시 한 도살장 현장. 캣치독팀 제공

살아있는 동물을 이렇게 비좁은 공간에 방치하는 건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도살장 소유주로 추정되는 남성은 물을 뿌리며 활동가들의 접근을 격렬하게 거부했다. 결국 캣치독팀이 현장에 도착하고 6시간이 지난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경찰과 공무원 협조를 얻어 개들을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목이 심하게 꺾인 한 마리는 머지 않아 숨을 거뒀다.

이렇게 두 달 전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나머지 20마리는 이제 도살의 위협이 없는 곳에서 안심하며 살고 있을까? 그 답은 '아니오'다. 구조 후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로 보내진 개들은 약 열흘간의 짧은 입양 공고기간 동안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에 처해지는 운명이다.

뜬장에서 태어나 뜬장에서 마감하는 견생

이달 5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경기 양주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달 5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경기 양주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간만에 비가 갠 이달 5일,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 경기 양주시에 도착했다. 한적한 밭길을 따라 들어가니, '네발달린친구보호소'에서 흘러나오는 "월월" 소리가 들려왔다. 개들은 낯선 이의 방문을 두려워했다. 그 경계의 눈길은 기자의 발걸음이 보호소 한 켠에 마련된 사무실로 이어질 때까지 뒤따라 왔다.

'개 식용 근절'을 모토로 2019년 설립된 캣치독팀은 여러 현장에서 구조한 동물을 돌보기 위해 이곳 양주에 보호소를 지었다. 원래는 최대 50마리까지만 수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모두 71마리의 개들이 지내고 있다. 안종민 캣치독 실무장은 "건강이 특히 안좋거나 갓 태어난 새끼가 있는 개를 위주로 데려오는 데도 항상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달 5일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한 번식·도살장. 윤서영 인턴기자

이달 5일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한 번식·도살장. 윤서영 인턴기자

이곳 보호소엔 진돗개나 리트리버, 도사의 피가 섞인 대형견이 유달리 많다. '육견'은 몸집을 불릴 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농장에서 태어난 육견들은 약 6개월간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살다가 몸무게 50㎏을 넘으면 도살장으로 넘겨진다. 오물 덮인 뜬장(분변 청소를 쉽게 하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어 공중에 달아놓은 철창) 신세에 온몸이 성할 리없지만, 도살장으로 가기 전까지 독한 항생제로 버티며 짧은 목숨을 부지한다고 한다. 안 실무장은 "병 들어 죽어도 다른 개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질 뿐"이라고 혀를 찼다.

그렇게 살아남은 개들을 도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분. 이 속도를 맞추기 위해 도살업자들은 개들을 철창에 가둔 채로 물을 뿌린 뒤 전기봉으로 감전시킨다. 이후 기절한 개들을 이른바 '통돌이'에 넣어 털을 뽑는다. 남은 잔털은 토치로 불태운 뒤, 부위별로 절단한다. 개들은 앞서 죽어나간 동료가 뿜어낸 악취와 비명 속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릴 뿐,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다.

'개 식용', 이제는 법으로 근절해야

2021년 7월, 캣치독팀이 과거 도살장을 운영한 적 있는 한 남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캣치독팀 제공

2021년 7월, 캣치독팀이 과거 도살장을 운영한 적 있는 한 남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캣치독팀 제공

육견이 식당에 납품되기까지 과정은 도살업자들조차 "알고는 못 먹는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위생적이고 잔인하다. 그런데도 계속 유통되는 것은 법의 허점 탓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개를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아 도살이나 유통에 대한 기준이 없다. 식품위생법에서도 '개고기 식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어 여전히 보신탕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장사를 한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 소지가 분명한 번식∙도살 현장에 출동해도 즉각적인 제지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렵게 구조에 성공해도, 육견 용도 위주라 덩치가 큰 도사 믹스견은 입양률이 극히 낮아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되는 일이 다반사다. 안종민 실무장은 "현재로썬 건축법, 농지법 등 위반 혐의로 소유주를 고발하고 자진 철거를 설득하고 있지만,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다시 뜬장을 치고 개를 들여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 개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 개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래서 캣치독팀을 포함한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육견 금지 제도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초복을 사흘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모인 이들은 "불법 도살∙유통 처벌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국회와 서울시의회를 향해선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해 각각 발의된 특별법과 조례안 통과도 촉구했다.

육견농장 소유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날 동물보호단체 집회 장소 건너편에서는 대한육견협회의 맞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국민 식습관에 간섭하고 육견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유린하는 동물 단체는 폭력 집단"이라고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행사를 열기도 했다.

11일은 연중 개 식용 수요가 가장 많은 날 중 하나인 초복이다. 개 식용 반대 여론이 찬성을 넘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연간 38만8,000마리(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실태조사)가 음식이 되기 위해 목숨을 잃고 있다. 2019년 육견협회는 식용으로 이용되는 개가 연간 150만 마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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