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일상의 '밀당'

기후위기와 일상의 '밀당'

입력
2023.09.07 22:00
26면

지난 5일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의 모습.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이 시간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산출된다. 대전=연합뉴스

'버스비가 오른다고? 그냥 운전해서 다닐까?'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하루 왕복 버스비는 5,300원인데 다음 달이면 6,000원이 된다. 한 달에 26일 출퇴근을 하니, 교통비로 월 15만 원을 쓰는 셈. '한 달 기름값이 얼마더라?' 자연스럽게 자동차라는 옵션이 떠오른다. 매일 언제 올지 모르는 20~30분 배차 간격의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옆에서 계속 다리를 떨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승객들을 견뎌내야 하는 일도, 하루 2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것도 지쳐 있는 참이었다. 운전이라는 선택지는 왕복 출퇴근 시간을 30~40분 줄여주고, 몸도 편해지는 일. 게다가 무더운 여름 땡볕에서, 때로는 쉼 없이 내리는 비를 견뎌내며 버스를 기다리는 일까지 따져보니 마음은 자동차로 기운다. '돈은 더 들겠지만, 몸이 더 편하니까' 싶은 생각을 하던 찰나 뜨끔한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리트윗했던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 기후 위기도, 매일 출퇴근하며 지쳐가는 나의 일상도 외면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근처로 이사하는 일인데, 서울에 집을 구하는 것보다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선택지다. 출퇴근의 고단함과 서울 집값의 부담 앞에 기후 위기가 밀린다.

'아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자' 당장 오늘 해야 할 일도 많다. 눈이 서서히 감긴다. '이번 역은 합정역입니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 버스에서 내린다. 오전 10시 일을 시작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서점을 운영하지만, 문을 닫고 나서도 일은 계속된다. 공간을 비울 수 없으니, 식사는 주로 배달 음식. 한 끼 먹을 때마다 쌓이는 쓰레기를 보니 아찔하다. 하루에 두 번 배달을 시켜 먹으면, 50리터 쓰레기봉투가 금방 채워진다. 맙소사. 먹느라 돈을 쓰고, 버리느라 돈을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어, 가장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피자를 시킨다. 하지만 매일 피자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도시락을 싸 올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도시락을 싸는 일도 추가적인 노동이 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간이 일로 채워져 있는데 밥까지 직접 만들어 먹을 수는 없다. 그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지만 매장을 비워두는 일도, 영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플라스틱이 잔뜩 쌓여 있다. 대관 행사까지 마치고 보니 밤 9시 30분. 하루가 온통 일로 채워져 있다. 종일 돌아간 에어컨도 노트북도 퇴근과 동시에 쉴 수 있게 된다.

일은 기후 위기와 맞닿아 있었다. 단순히 일상에서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겨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을 넘어선다. 일하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필요한데 필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 종일 돌아가는 에어컨부터 노트북까지. 나의 일은 고스란히 다시 일에 악영향을 끼친다. 올여름, 재해 수준의 장마와 고통이 된 폭염이 증거다. 비가 쏟아지는 날과 무더운 폭염이 이어지는 날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어든다. 어쩌면 기후 위기를 고려할 때 노동도 같이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출퇴근하는 환경도, 일하는 시간도, 일하는 사람도. 결국 인간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기후 위기는 계속 밀린다. 밀리는 와중에 일상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김경희 오키로북스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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