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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에 없는 '배속 설정'... 창작자는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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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의 강점 된 '배속 기능' 설정
현대인들의 콘텐츠 소비 문화로 자리잡아
'무빙' 작가가 밝힌 소신은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무빙' 스틸컷
OTT를 활용하는 이들이 쉽게 적용하는 기능이 있다. 바로 배속 기능이다. 속도 설정이 자막 활용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인데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먼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긴 서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녹아들게 연출했던 제작자들의 아쉬움이다.
최근 TV가 아닌 OTT 플랫폼을 이용해 드라마 및 예능 등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급증했다. 이 가운데 OTT 서비스 중의 일환인 배속 설정이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인들에게 편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부터 국내 토종 OTT인 티빙 웨이브 쿠팡까지 모두 이 배속 기능을 적극 도입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의 경우에는 이 배속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 디즈니플러스 측은 이 기능의 부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제작자들이 두팔 벌리고 환영하는 추세다.
'무빙'을 집필한 강풀 작가는 타 플랫폼이 아니라 디즈니플러스를 선호한 이유에 대해서 배속 기능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유는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빙'을 보는 이들은 원하지 않아도 기존 편집된 속도로 봐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감독들은 시청자들이 하여금 어떤 장면에서 켜켜이 서사를 이해하고 느린 템포로 이입하길 원하는 마음을 담아 편집을 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감독의 의지가 담기지 않는 장면은 없다. 템포 조절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두고 감독들이 고심에 빠지는 까닭이다. 보는 이들이 특정 장면에서 더 몰입하길 바라기 때문에 슬로우를 걸고 부러 느린 서사를 이어간다. 그러나 배속 기능을 적용시킨다면 이 의도는 사라지고 전개만 남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을 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흐름을 만들지만 이를 1.25배 혹은 1.5배 배속 기능을 적용시킨다면 흐름이 사라진다. 어떤 타이밍에 슬로우를 거는 이유가 있다. 빠르게만 보게 된다면 감독이 천천히 보길 원하는 의도를 밀어버린다"면서 "특히 1.5배부터는 대사의 전달이 달라진다. 배우가 의도한 완급조절까지 망가진다. 그런 것을 '정확하게 즐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시간을 들여서 한 작품을 온전히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만 듣고 장면만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는 곧 작품을 즐기는 자세에 대한 문제 제기다. 특히 최근에는 숏츠 또는 요약으로만 이야기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후 작품을 봤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즐비하다. 미드폼 등 과거보다 드라마 한 편의 시청 시간은 짧아졌지만 시청자들에겐 이 역시 길다. 아울러 화제작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도 크다. 특정 작품이 인기를 끌 때 타인과의 대화에서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 시청하는 이도 적지 않다. '남들이 보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소외받기 싫어서 작품을 소비한다. 짧게 볼 수 있는 '짤'이나 유튜브 요약 영상으로 작품을 보는 세태는 오히려 창작자들의 연출과 방향성을 와해시킨다. 결국 작품이 소모되는 현상까지 다다른다. 시청자 입장에서 배속 기능은 작품을 소비하는 과정의 다양한 형태로 이해되겠지만 작품을 만든 이들에게는 오히려 필요악인 장치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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