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길고양이, 어디가 아픈 걸까요?

가만히 누워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길고양이, 어디가 아픈 걸까요?

입력
2023.09.14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동네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길고양이가 있어 사연을 보냅니다. 나이는 1세 정도로 추정되며, 워낙 성격이 무난해서 아이들이 와서 예뻐해도 가만히 앉아있는 착한 길고양이인데요.

아래 사진처럼 눈이 사시처럼 몰려있고, 눈물을 계속 뚝뚝 흘립니다. 그렇다고 앞을 못 보진 않고 잘 걸어 다녀요. 어디가 아픈 걸까요? 구조해서 병원이라도 데려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눈이 사시처럼 몰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길고양이. 사연자 사진 제공

눈이 사시처럼 몰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길고양이. 사연자 사진 제공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길고양이의 눈이 아파 보여서 걱정하시는 사연이네요. 사진 속 고양이는 눈이 안쪽으로 몰려 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길고양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

고양이가 눈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거나, 자주 깜빡이는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길고양이가 눈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눈곱이 껴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눈 통증을 느껴 찡그리는 고양이. 김효진 수의사 제공

눈 통증을 느껴 찡그리는 고양이. 김효진 수의사 제공

외상이나 감염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길고양이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부 호흡기 증후군’이 원인인 경우도 흔합니다. ‘상부 호흡기 증후군’은 바이러스(허피스, 칼리시)가 원인체로 주로 재채기나 콧물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심한 경우 폐렴 등으로 고양이가 사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내염(입 안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과 안과 증상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안과 증상은 ‘상부 호흡기 증후군’의 원인체인 허피스 바이러스 등이 각막에 만성적인 염증 및 손상을 유발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고양이가 호흡기 증상이나 구내염이 동반되는 등의 ‘상부 호흡기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안과 검사 외에 PCR 검사 등을 통해 감염 원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적절한 안약 점안, 면역증강제(인터페론 약)를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길고양이라 원칙적인 진단이나 치료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데리고 내원한다면 당시 상황에 맞춰 치료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길고양이 사시 괜찮을까요?

사연 속 길고양이의 경우 눈물을 흘리는 증상도 있지만, 사진상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증상은 바로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사시’ 증상인데요. 사시(strabismus)란 눈이 정위치에 있지 않고 특정한 방향으로 몰리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 속 길고양이처럼 내측으로 눈이 몰리는 '내사시'가 흔하지만, 외측으로 돌아가 있는 '외사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시가 발생하는 이유는 눈을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에 이상이 생기거나, 그 근육을 관장하는 뇌 내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시는 선천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요. 가장 대표적으로 샴, 히말라얀 등 아시아 품종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합니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간혹 원근 조절(멀고 가까운 물체를 볼 때)에 미약하게 어려움을 겪는 고양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시가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사시를 교정하기 위해 수술할 수도 있지만, 심미적인 이유 외에 수술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갑자기 사시가 생긴다면 위험해요!

문제는 선천적으로 사시가 없던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시 증상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눈을 움직이는 근육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에 염증이나 종양 등의 위험한 질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눈으로 보이는 외상이 관찰될 수 있고, 다른 신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쪽으로 머리가 기울거나,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지는 등 걸음걸이에 이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얼굴을 관찰했을 때 눈꺼풀(안구의 앞부분을 덮고 있는 피부)이 늘어지거나 빛 반사에 양쪽 눈의 동공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증상도 확인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특이점이 없더라도 고양이의 식욕이나 활력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가 갑작스레 사시가 발생한 경우라면 일단 동물병원을 찾아 그 원인을 찾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사연자 사진 제공

사연자 사진 제공

사연 속의 길고양이는 사연자분이 관찰하시는 동안 계속 사시 증상이 유지되었고, 어린 연령으로 추정되어서 선천적인 사시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혹여 걱정된다면 위와 같은 외상이나 신경 증상을 보이는지 잘 관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길고양이가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해 주시는 사연자분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해 고양이가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김효진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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