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실 생각 없나?"... 이균용 청문회 첫날, 재산 의혹에 진땀

입력
2023.09.19 19:30
수정
2023.09.19 20: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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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신고 누락 지적에 대해선 "송구"
야당 "사퇴할 의향 없나" 직접 압박
여당 "정세균·박범계 마찬가지" 반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첫날부터 72억 원대 재산 형성 과정을 추궁하는 야당의 집중 공세에 진땀을 뺐다. 이 후보자는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선 "몰랐으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증여세 회피나 여타 법령 위반 의혹에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고의적인 재산 축소 신고 정황이 짙다는 야당에 맞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비해 검증 잣대가 과하다"며 각종 의혹을 변호하고 나섰다.

야당 "몰랐으면 다인가"

이 후보자는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신고 관련 책임부터 시인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인으로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 왔지만,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재산 신고의 미비함이 드러난 점에 위원님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자는 약 10억 원의 가족 회사 비상장주식 보유와 배당액 수령 사실 등을 3년간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야당은 '사퇴 의사'까지 거론하며 후보자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고 고위 공직자들은 중징계를 받는다"며 "대법원장은 더 큰 자리인데 이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납부했으면서 실거래액을 모를 수 없다"며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다른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거나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기간 해외에서 생활한 자녀들의 현지 계좌 신고가 없었다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자녀들이 학생 때라 생각해 별다른 재산이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첼리스트인 딸의 경우 집도 없이 외국을 떠돌며 활동하고 있고, 부모로서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였기 때문에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학부생 시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력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소위 '아빠 찬스'가 밝혀지면 사퇴하겠느냐"는 민주당 서동용 의원 질의에는 단번에 "네"라고 답했다. 자녀들의 불법 조기유학 지적에는 "유학원에서 절차를 밟아 간 걸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으나 어떤 예외 규정을 따른 것인지 밝히지 못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 국민의힘은 "검증 잣대가 과하다"며 이 후보자를 감쌌다. 정점식 의원은 "비상장주식 등록을 안 했다고 해서 후보자에게 어떤 유리한 점이 있겠냐"며 "재산 신고에서 해외 계좌는 통보되지 않아 (자녀 계좌가) 누락된 것 같다"고 말하며 이 후보자의 변호인 역할을 자처했다. 전주혜 의원은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가 지나치다"며 "같은 잣대라면 자녀 재산 고지를 거부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재산 탈루를 많이 한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도 다 해임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김승남 의원 지적에 대해선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치는 타협의 미학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률적 소신에 대해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 건국 시점이 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전혜숙 민주당 의원 질문에 이 후보자는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정부가 수립된 건 1948년"이라고 답했다. '뉴라이트 역사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국민, 영토, 주권이 모두 갖춰진 건 1948년이고, 다만 역사적 뿌리는 임시정부에서부터 내려온 것으로 배웠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사건 재판 당시 항소심 감형 폭이 과했다는 지적에도 이 후보자는 "양형 편차를 줄이고 합의 의사를 반영하는 항소심 기능에 충실했다"며 원칙을 내세웠다.


이정원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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