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처럼 보이는 궤양성대장염 노출되면 대장암 위험 2.5배

입력
2023.09.24 11:20
수정
2023.09.24 1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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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선진국형 질환’ 염증성 장 질환, 2025년엔 10만 명 넘어

식습관이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질환 인식이 낮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식습관이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질환 인식이 낮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주나 과식,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복통·설사 등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소화기 증상이 너무 지속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염증성 장 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궤양성대장염ㆍ크론병ㆍ베체트병 등 ‘선진국형 질환’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에 노출된 환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염증성 장 질환 가운데 궤양성대장염은 1.7배, 크론병은 2배 증가했다. 염증성 장 질환자가 2025년엔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39세 젊은 환자가 39%를 차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 식습관이 서구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선진국형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질환을 제대로 알지 못해 설사·복통 등을 꾀병이나 스트레스, 단순 질환으로 오인해 가볍게 여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고 했다.

◇설사ㆍ혈변 나타나는 궤양성대장염

궤양성대장염은 대장 점막이나 점막 아래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직장에서 시작돼 점차 안쪽으로 진행되며 병변이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질환 인식이 저조해 증상을 호소해도 꾀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궤양성대장염 증상은 대부분 설사인데 혈변도 나타난다. 또 직장(直腸)에서 시작되는 염증성 장 질환이기에 갑작스러운 배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을 볼 수도 있다. 이 밖에 식욕 부진, 구토, 체중 감소 등 온몸에 증상이 나타난다.

나수영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ㆍ과식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겨 가볍게 넘기기 쉽다”며 “증상이 반복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했다.

궤양성대장염에 걸리면 대장암에 노출될 위험이 2.5배 높아진다. 질환에 노출된 기간이 길거나 대장 침범 부위가 넓은 환자는 정기검진을 할 필요가 있다.

고봉민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장이 점점 딱딱해지면(장 섬유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인 잦은 크론병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소장ㆍ대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크론병은 희소 질환으로 분류될 정도로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최근 환자가 부쩍 늘어 연간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크론병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다. 3명 중 1명꼴로 농양 혹은 누공(瘻孔) 등 항문 주위에도 질환이 발생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 초기 증상이 과민성장증후군과 비슷해 오진할 때가 적지 않다”며 “과민성장증후군은 잠자는 동안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 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염증성 장 질환을 방치하면 장 폐쇄ㆍ천공(穿孔)ㆍ대장암ㆍ치루(痔瘻)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식욕 감퇴와 영양 결핍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떨어지고 근력까지 줄어든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환자 79명(평균 나이 30세)을 분석한 결과, 51%(40명)에서 근감소증이 나타났다”며 “염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근감소증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또한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등 정크푸드를 즐겨 먹을수록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생체의학연구소 연구팀이 국립건강설문조사에 참여한 18~85세 3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국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생물학적 제제에 먹는 약까지 나와

다행히 치료하기 까다로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항염증제ㆍ부신피질 호르몬제ㆍ면역 조절제ㆍ항생제ㆍ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특히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TNF-알파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 효과가 좋아 많이 쓰이고 있다.

TNF-알파 억제제로는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제제인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 먹는 치료제인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토파시티닙)’ 등도 있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라며 “특히 최근 먹는 약으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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