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도둑처럼 온다" '인생네컷' 대박친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

입력
2023.09.27 05:00
수정
2023.09.27 14: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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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서 망한 자판기 사업, 승부수 던져 MZ세대 사진관으로 부활
해외 15개국 진출하며 코스닥 상장 준비, 다음 사업은 '견생네컷'

기업이나 제품 이름이 너무 유명해 보통명사가 된 경우가 있다. 복사의 대명사인 제록스는 최초의 복사기를 개발한 회사 이름이며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PC는 IBM의 제품명이다.

'인생네컷'도 마찬가지다.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엘케이벤쳐스(LK벤쳐스)가 선보인 인생네컷은 스티커사진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10~30대들은 '인생네컷을 모르면 외계인'이라고 할 정도로 스티커사진보다 인생네컷이 더 익숙하다. '인생네컷 찍으러 가자'는 말을 일상화시킨 이호익(46) 엘케이벤쳐스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네 컷을 들여다봤다.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생네컷' 사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생네컷' 사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첫째 컷, 우울했던 자판기 인생

이 대표의 젊은 날은 자동판매기(자판기)와 인연이 깊다. 그는 대학에서 자동화공학을 전공했으나 사정상 졸업을 못하고 20대 초반부터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1년에 명함이 몇 번씩 바뀔 정도로 많은 일을 했어요."

첫 번째 의미 있는 사업은 특이하게 소주에 타 먹는 녹차 진액 자판기였다. "소주에 녹차 진액을 섞으면 순해지며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죠."

이 방법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는 미니 자판기를 고안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이 손쉽게 타 먹으려면 무조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식탁 위에 올려놓는 작은 자판기를 만들었죠. 동전을 넣으면 녹차 앰풀이 떨어져요. 이를 소주에 타서 마시죠. 호기심에 한번 먹어보면 계속 먹게 돼요."

녹차 진액 자판기 사업은 역설적이게도 잘돼서 망했다. "아주 잘됐어요. 그런데 자판기 사업은 너무 외로워요. 혼자 동전 수금하러 다니는 게 일이에요. 잘될수록 점점 고립되는 게 슬펐어요.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2년 만에 잘되는 사업을 접었죠."

자판기 사업을 그만두고 무인경비업을 시작했다. "건물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침입자 발생 시 출동하는 무인경비업체의 경기 수원지역 총판을 했어요. 수년간 돈을 잘 벌었죠."

그런데 난데없이 중국 CCTV가 쳐들어왔다. "값싼 고화질의 중국산 CCTV가 물밀듯 국내에 들어왔어요. 국내 CCTV 시장이 모두 중국산 고화질 CCTV로 바뀌면서 국내 업체들이 밀려났어요. 그 바람에 사업을 접었죠."

다시 그는 자판기로 돌아왔다. 그가 택한 것은 군부대를 겨냥한 라면 자판기였다. "자판기에서 봉지 라면과 인덕션 이용권이 나와요. 이를 이용해 부대에 설치된 인덕션으로 봉지 라면을 끓여먹는 사업이죠."

이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발목이 잡혔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영업을 해서 수많은 부대들에 라면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자 사단장들이 계약을 미뤘어요. 운이 따르지 않았죠."

엘케이벤쳐스가 대만에 개설한 인생네컷 매장.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티커사진을 찍고 있다. 엘케이벤쳐스제공

엘케이벤쳐스가 대만에 개설한 인생네컷 매장.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티커사진을 찍고 있다. 엘케이벤쳐스제공


둘째 컷, 성공은 도둑처럼 온다

그의 인생 2막을 보면 성공은 도둑처럼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라면 자판기 사업이 무산돼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우연히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봤다. "인터넷 블로그에 사람들이 스티커사진을 많이 찍어 올리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 울산 길거리에 설치한 스티커사진 자판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특이하게 자판기에 간판처럼 '인생네컷'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거다 싶었죠."

정작 만든 사람은 몰랐지만 이 대표는 상표(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직감했다. "인생네컷이라는 브랜드만 보였어요. 누가 자판기에 브랜드를 붙일 생각을 하나요."

2017년 4월 그는 자판기 주인을 무작정 찾아갔다. "자판기 주인이 저보다 어렸어요. 당시 가진 돈이 없어 그동안 살아온 이력을 얘기하고 수익을 늘려줄 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서울과 수도권의 총판 권리를 받았죠."

하루 교통비도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발로 뛰며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설치했다. 고생한 덕분에 빠르게 돈을 벌었다.

8개월 만에 그는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생네컷 브랜드를 인수했다. "인생네컷 자판기를 만든 젊은 친구가 저의 사업수완을 보고 인수하라고 먼저 제안했어요. 같이 동업한 친구, 가족 등 모두 나서서 인수를 말렸죠. 이미 설치할 만큼 했는데 왜 인수하냐며 반대가 심했죠."

그런데도 인수를 강행한 것은 브랜드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네컷 자판기를 만든 친구는 은인이에요. 그 친구는 다른 사업을 하고 있죠. 이후 상표권까지 모두 인수해 법적 다툼의 소지를 없앴어요."

지금도 이 대표는 울산의 스티커사진 자판기 주인과 맺은 인연을 그의 인생 네 컷 중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꼽는다. 하지만 자판기 주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직접 만든 브랜드가 아니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서로 공개를 원하지 않아요."

지난해 7월 서울 신촌에 문을 연 고급 매장은 뒤에 설치된 모니터를 이용해 사진 배경을 바꿀 수 있다. 엘케이벤쳐스 제공

지난해 7월 서울 신촌에 문을 연 고급 매장은 뒤에 설치된 모니터를 이용해 사진 배경을 바꿀 수 있다. 엘케이벤쳐스 제공


셋째 컷, MZ세대의 사진관 되다

인생네컷의 성공 비결은 최초로 자판기를 매장으로 바꾼 것이다. 즉 사진 자판기를 사진관으로 바꿨다. "무리해 인수했는데 더 이상 자판기를 설치할 곳이 없어 힘들었어요. 그래서 자판기를 매장으로 만들기로 했죠."

원래 스티커사진 자판기는 길거리에 서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줄 서 있다가 찜통 같은 자판기에 들어가 2분 남짓 사진을 찍는 것은 못할 짓이죠. 눈, 비가 오면 이용객이 줄어요."

하지만 버젓한 매장 안에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설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날씨나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사진 찍을 때 활용할 만한 가발, 장신구 등 소품을 비치하면서 스티커사진 촬영을 놀이문화로 바꿔 놓았다. 출력 사진도 현상소처럼 표면을 매끄럽게 광택 처리(라미네이팅)한 인화지를 사용해 색이 변하는 과거 스티커사진과 달리 품질을 높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결합했다. 앱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사진 틀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또 촬영 사진이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되고 촬영 순간을 찍은 동영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앱으로 바꿀 수 있는 사진 틀이 약 900종입니다."

이 덕분에 인생네컷은 다른 스티커사진 업체들과 차별화하며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약 40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는 국내 스티커사진 시장에서 인생네컷의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전국 400여 개 매장에서 매달 약 230만 명, 연간 2,760만 명이 인생네컷을 이용한다.

"젊은 세대의 사진관이 됐어요." 10~30대들은 사진관이라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삼각대 카메라와 액자 사진이 걸린 전통 사진관이 아니라 인생네컷 매장을 떠올린다. "요즘은 부모들이 자녀 손에 이끌려 인생네컷 매장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요."

다양한 도전 끝에 '인생네컷'을 스티커사진의 대명사로 만든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는 K팝처럼 '인생네컷'을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한류 문화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윤서영 인턴기자

다양한 도전 끝에 '인생네컷'을 스티커사진의 대명사로 만든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는 K팝처럼 '인생네컷'을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한류 문화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윤서영 인턴기자


넷째 컷, 다음 타자는 '견생네컷'

앞으로 이 대표는 매장보다 콘텐츠 확장에 주력한다. "국내에서는 웬만한 도시에 매장이 다 있어요. 이제는 콘텐츠를 늘려 플랫폼 사업으로 거듭나야죠."

이용자가 늘면서 전자상거래와 광고까지 앱에 붙일 계획이다. "앱이 사업 확장의 전진 기지가 되죠. 사진 촬영에 필요한 각종 매장용품을 앱으로 국내외에 판매할 생각이에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된 인생네컷 매장의 가맹점주들이 앱으로 인화지, 소품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해외 매장에 필요물품을 판매하며 수출업체로 거듭난다. 이미 인생네컷은 미국, 영국, 일본, 대만, 호주, 필리핀 등 15개국에 진출해 15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인기 많아요. 대만에서는 3, 4시간씩 줄 서서 이용하죠. 조만간 네덜란드, 이탈리아, 괌 등에 진출할 예정이며 올해 20~30개국에 추가로 매장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가 준비 중인 다음 사업은 늘어나는 반려견 인구를 겨냥한 '견생네컷'이다. "반려견과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사진 자판기 '견생네컷'을 준비 중입니다. 해외까지 겨냥한 견생네컷은 공원이나 애견카페, 동물병원 등에 설치할 수 있어요. 자판기 안에 동물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부착하죠. 현재 자판기와 앱을 개발 중이어서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250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이다. "매년 매출이 100% 이상 뛰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때도 비대면 무인서비스여서 타격이 없었죠. 올해는 500억 원 매출이 목표죠."

투자는 지금까지 총 20억 원을 받았다. 스타트업인데도 영업이익이 나서 투자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를 겨냥한 코스닥 상장 때문이다. "증시 상장을 하려면 기업 점검을 위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어요. 해외에서도 투자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투자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사업을 하게 된 것을 천운"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인생네컷을 세계적인 놀이문화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K팝처럼 인생네컷도 한류 문화를 전파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전 세계에서 사진 촬영의 대명사로 통하는 글로벌 포토라이프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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