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면한 ‘미나마타병’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손배 소송 이겼다

입력
2023.09.27 20:00
수정
2023.09.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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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구제법' 대상 밖 피해자
오사카지법, "미나마타병 인정"

조니 뎁 주연 영화 미나마타의 포스터. 영화는 미나마타병을 세계에 알린 미국의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와 부인 에일린의 투쟁을 다룬다. 영화 홈페이지 캡처

조니 뎁 주연 영화 미나마타의 포스터. 영화는 미나마타병을 세계에 알린 미국의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와 부인 에일린의 투쟁을 다룬다. 영화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의 구제를 받지 못한 미나마타병 감염자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미나마타병은 1950~1960년대 집단 발병해 일본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공해병으로, 일본 화학업체 칫소주식회사가 바다에 배출한 폐수에 포함된 수은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이 걸렸다.

27일 NHK방송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지방재판소는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 출신의 원고 128명이 국가와 구마모토현, 칫소 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에서 원고 전원이 미나마타병에 걸렸음을 인정하고 1인당 275만 엔(약 2,4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구마모토, 도쿄, 니가타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이 첫 번째로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 "원고 증상, 미나마타병 이외 설명 안 돼"

원고들은 미나마타병 특유의 사지 마비나 손떨림 등 증상이 있었지만 2009년에 시행된 미나마타병 특별조치법의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은 ①미나마타만과 가까운 지역 거주자 ②칫소가 메틸수은을 마지막으로 배출한 1968년 이전 출생자 ③2012년 7월까지 구제 신청을 한 사람만 구제 대상으로 규정했다. 원고들은 미나마타만 인근에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제외됐다.

재판에서 피고 측은 “원고들은 (이사를 갔기 때문에) 미나마타병이 걸릴 정도의 수은에 노출되지 않았고, 노출됐다 해도 수은 방류로부터 20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별조치법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에 살았다 해도 수은에 오염된 해산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했다면 미나마타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다”며 "미나마타만에 (물고기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망이 설치된 1974년까지 인근에서 물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에 대해서는 수은 섭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태아 때부터 미나마타병에 걸린 딸 도모코를 안고 있는 엄마의 사진. 사진 작가 유진 스미스가 찍은 미나마타병 관련 사진 중 가장 유명하다.

태아 때부터 미나마타병에 걸린 딸 도모코를 안고 있는 엄마의 사진. 사진 작가 유진 스미스가 찍은 미나마타병 관련 사진 중 가장 유명하다.


수은 폐수로 인한 공해병... 피해자가 차별과 비난받아

미나마타병 감염자들은 경련, 마비 등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고 사망하기도 했다. 공식 인정받은 사망자만 1,784명이다. 초기엔 전염병으로 잘못 알려져 감염자들이 부당하게 격리되고 차별을 받았으나 칫소가 1932년부터 공장에서 촉매제로 사용한 메틸수은을 바다에 방출한 것 때문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칫소는 자체 조사로 미나마타병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도 진상을 은폐하고 배상을 거부했다. 구마모토현 역시 상당 기간 피해자들의 호소를 묵살하고 칫소 편에 섰다. 미국의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가 1960년대에 피해자들의 사진을 찍어 전 세계에 알린 후에야 관심을 받았다.

피해자들의 오랜 투쟁 끝에 2009년 구제법이 제정됐으나 정부는 피해자들을 일부로 한정했고 이때 배제된 피해자들이 법정 싸움을 이어 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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