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증금 못 돌려받고 건물 계속 써도 부당이득 아냐"

대법 "보증금 못 돌려받고 건물 계속 써도 부당이득 아냐"

입력
2023.12.03 15: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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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보증금 반환까지 계약 관계 유지"
대법 "계약상 월세만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 건물을 계속 사용했더라도 이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사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9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20년 4월 건물을 사면서 이전부터 이 건물을 사용하던 A사와의 임대차 계약을 2021년 10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A사는 이후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B씨가 재건축 등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A사는 계약 만료 후에도 지난해 2월 28일까지 건물을 사용하다 퇴거했지만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A사는 B씨를 상대로 남은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미지급 보증금에서 계약 만료 후 4개월여간 건물을 사용한 월세 등 얼마를 제외할 것인지였다. A사는 420만 원의 계약상 월세를 기준으로 제외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A사가 무단 점유로 부당이득을 얻었기에 시세 기준으로 월세를 다시 산출해야 한다고 맞섰다. 1, 2심은 B씨 주장을 받아들여 새롭게 계산한 월세 1,300여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임대차 계약이 끝났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상가임대차법을 근거로 들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면, 퇴거에 불응하더라도 이를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간의 확립된 판례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 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상가임대차법 제9조 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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