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개 회사서 91억원 임금체불 적발... IT벤처·병원 등 청년 피해 컸다

92개 회사서 91억원 임금체불 적발... IT벤처·병원 등 청년 피해 컸다

입력
2023.12.03 17: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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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상습 체불 의심 기업 기획감독
이정식 장관 "체불 제재 강화 법 개정해야"

지난달 28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신용 제재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신용 제재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A중소병원은 코로나19 이후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1년 3개월 동안 직원 25명의 임금 및 퇴직금 총 4억5,000만 원을 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근로감독 전에도 총 16건, 2억 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진정이 제기되는 등 상습적으로 체불이 발생하는 곳이었다.

#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B기업은 회사 규모 확장 과정에서 납품한 주력 프로그램이 매출 달성에 실패하는 등 지난해부터 경영 악화로 임금 체불이 계속 발생했다. 올해만 퇴직자 35명이 피해를 신고할 정도였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자와 달리 재직자는 체불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면밀한 감독을 통해 최근 1년간 재직자 14명도 임금 9억3,000여만 원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해 사법처리에 나섰다.

정부가 상습 임금체불 의심 기업 131곳에 대해 기획감독을 벌인 결과, 10곳 중 7곳꼴인 92개사에서 91억 원이 넘는 체불임금이 적발됐다. 이 중 69개 회사, 148건 위법 사항에는 입건 등 즉각적 사법처리가 이뤄졌다.

3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9~11월 상습·고의적 체불 의심 사업체 119개사와 체불 및 불법 하도급 의심 건설현장 12곳(국토교통부 합동점검)을 불시 감독하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번 기획감독은 재직 근로자의 경우 임금체불 피해가 있어도 사업주 신고가 어려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게 실시됐다"며 "체불액 적발과 사법처리 건수 모두 단일 기획감독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을 체불한 경우가 총 70억여 원 규모로, 청년 근로자가 많은 중소 규모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나 제조업, 병원 등에서 직원 수십 명을 상대로 수억, 수십억 원대 고액 체불이 발생한 사례가 포함됐다. 노동법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각종 수당을 법정 기준보다 적게 주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13억여 원이었다. 건설업 분야에서는 주로 하도급 업체가 건설 경기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6억여 원의 임금 등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와 합동점검을 한 12개 건설 현장에서도 2곳이 불법 하도급, 4곳이 임금 직접 지급 위반으로 적발돼 즉시 사법처리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금체불을 근절해 나갈 예정이며, 체불액의 80%를 차지하는 반복·상습체불 제재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체불 사업주를 대상으로 신용제재, 공공입찰 시 불이익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며,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은 체불 사업주의 자발적 청산을 지원하기 위해 융자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근로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며 두 법안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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