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례, 사실은 챗GPT가 15초 만에 만든 것"... 브라질 시의원의 황당 고백

"내 조례, 사실은 챗GPT가 15초 만에 만든 것"... 브라질 시의원의 황당 고백

입력
2023.12.05 1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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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표결 두 달 만에 시의원 '자진납세'
한 글자도 수정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
AP "완전히 AI로 작성된 최초의 법안"

오픈AI 로고와 오픈AI가 만든 인공지능 챗봇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두 달 전 브라질 지방의회에서 제정된 조례가 챗GPT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해당 조례안을 만드는 데 인공지능(AI)이 동원됐다는 사실은 이를 발의한 시의원의 고백으로 뒤늦게 알려졌고, 그가 '자진납세'를 하기 전까지 동료 의원들은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조례안은 명령어 입력 후 불과 15초 만에 만들어졌고, 심사 과정에서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은 채 의회를 통과했다. AP통신은 "완전히 AI로 작성된 최초의 법안"이라고 평했다.

4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구 130만 명인 브라질 남부 도시 포르투알레그리시(市) 시의회는 당시 하미루 호자리우(37) 시의원의 '도난 수도 계량기 비용 청구 방지를 위한 보완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수도 계량기를 도난당했을 경우, 과세 당국이 해당 납세자에게 계량기 교체 비용을 청구해선 안 된다는 게 골자다. 의원 36명의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지난달 23일 공포됐다.

챗GPT의 개입 사실이 알려진 건 엿새 후였다. 지난달 29일 호자리우 시의원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조례와 관련해 "브라질에서 AI만으로 만들어진 첫 사례"라고 직접 쓴 것이다. 그는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었음에도 사실을 털어놓은 데 대해선 "내 목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토론을 촉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비용 절감, 작업 최적화"

실제로 그의 '폭탄 선언'은 거센 논란을 불렀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조례 제정에 동원한 것은 물론, 이를 가결 이후까지도 비밀에 부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다. 시의회는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시의원이 독단적으로 '실험'을 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자리우 시의원은 AP 인터뷰에서 "내가 진작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면, 이 제안은 투표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AI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가결되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는 건 주민들에게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I는 원래 (나의) 제안보다 더 나은 개선책까지 제시했다"며 "기술이 비용을 절감하고 작업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에 단어 49개만 입력했고, 챗GPT가 이를 바탕으로 조례안을 만들어내는 데엔 1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은 의회 심사 과정에서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정치도 대체할까

적절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는 정치마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자리우 시의원은 "이제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잘 모르지만 어쩌면 정치인들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브라질 매체 G1은 전했다.

정책이나 법안 초안 작성 등에 AI를 활용하는 실험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베리 파인골드는 AI 규제 관련 법안 초안을 만드는 데 챗GPT를 동원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AI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당초 호자리우 시의원의 고백을 처음 접했을 때 "위험한 선례"라는 반응을 보였던 포르투알레그리시 시의회 해밀터 소스마이어 의장도 AP 인터뷰에선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추세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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