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다 썩고 온몸 꽁꽁 묶은 요양병원, 병 얻어오는 '현대판 고려장'

치아 다 썩고 온몸 꽁꽁 묶인 요양병원... 병 얻어오는 '현대판 고려장'

입력
2023.12.06 04:30
수정
2023.12.06 13:5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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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요양병원장의 염화칼륨 독살의혹 수사
줄에 묶이고 수면제만 투여... 병세는 더 악화
전문가 "치료할수록 적자 나는 구조적 원인"

게티이미지뱅크


"저희 병원에 오시면 부모님처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A요양병원은 홈페이지에 이런 소개글을 실으며 환자 가족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공감과 친절로 분칠한 가면 뒤엔, 두 건의 '수상한 죽음'이 은밀하게 존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 났던 2015년, 이곳에선 두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9월엔 60대 남성, 11월엔 80대 여성.


그래픽=강준구 기자


8년 만에 알려진 요양병원 살인 의혹

"지병 때문에 자연사하셨어요." 당시 유족들은 A병원 측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경찰은 두 건의 사망 사건을 '살인 혐의'로 수사하는 중이다. 메르스 때문에 병원의 경영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하자, 병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피하려고 병원장이 염화칼륨을 투여해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이다. 염화칼륨은 독극물 주사로, 사형 집행을 하는 미국 등에서 사형수에게 주입하는 약물로 쓰는 물질이다.

A병원의 살인 의혹은 경찰이 확보한 병원 내부 첩보를 통해 알려졌다. 유족들은 경찰 수사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경찰 수사도 쉽지는 않다. 시신은 이미 장례를 치러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이 불가능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를 넘겼다. 당시 염화칼륨 주입은 병원장이 간호사 없이 혼자 처치한 것으로 보이기에 직접적인 물증도 남아있지 않다. 증거는 병원 관계자의 녹취록과 진술. 경찰은 병원장과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원장 등은 경찰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중이다. 경찰은 각종 기록을 검토하고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면제로 잠만 재우는 요양병원

서울의 한 노인요양센터를 찾은 면회객이 입원 중인 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뉴스1

A병원 사례는 인명을 경시하고 노인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요양병원의 극단적 일탈 사례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최근 여러 요양병원에서는 이 사건 못지않은 미심쩍은 사망 의혹과 학대 의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요양병원은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말기암 등 각종 노인질환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치료를 기대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세 악화나 사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면회도 쉽지 않은 폐쇄적인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은 바깥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홀로 견뎌내기 일쑤다. 올해 2월 86세 아버지를 2주간 경남 지역 요양병원에 맡겼던 딸 B(46)씨는 병원생활을 하던 아버지의 끔찍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봐야 했다. 폐렴으로 입원했던 아버지의 사지는 얇은 끈으로 침대에 묶여있었고, 묶인 자리엔 피가 통하지 않아 손발이 부어올랐단다. '섬망이 왔다'거나 '콧줄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묶었지만, B씨가 생각했던 억압대와는 달리 몸을 끈으로 묶어놓은 걸 목격했다.

B씨가 면회를 갈 때마다 아버지가 자고 있어 상태가 나아졌는지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아버지 상태가 나빠져 근처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나서야, 아버지가 신경안정제 네 알과 수면제 두 알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양병원에 오기 전엔 한 번도 처방받지 않았던 낯선 약들이다. 요양병원에서 전원한 의료원에선 '그런 약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행히 폐렴도 호전되고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확인한 치아가 썩어 있는 모습. 대학병원에서는 세균 감염이 염려되지만, 무의식 환자라 기도로 잘못 넘어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기씨 제공


병원 가서 병 얻는 경우도 다반사

요양병원에 가서 도리어 병을 얻는 경우도 다반사다. 당뇨를 앓던 기모(66)씨는 올해 8월부터 3개월간 경기의 한 요양병원에 있었다. 폐가 안 좋아졌다는 연락을 받은 딸 C(36)씨가 헐레벌떡 뛰어가 큰 병원 응급실로 옮겼더니, 2기 욕창이 4기까지 악화했고 패혈증까지 생겼다. 마스크를 벗기자 아버지의 이는 다 썩어 있었다고 한다. 요양병원에선 "아버지가 입을 열지 않아 양치질을 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김은주(40)씨처럼 요양병원을 믿지 못해 생업을 포기하고 가정 치료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 김씨는 뇌출혈이 발병한 아버지 김모(68)씨를 재활전문 요양병원에 2018년 2월부터 9개월간 맡겼지만, 그 기간 동안 응급실에 실려간 것만 세 차례다. 요양병원에 가기 전 50㎏이었던 몸무게는 35㎏까지 줄었다. 신경과(뇌출혈)와 심장내과(부정맥) 진료만 받았던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고 영양실조에 걸리며 호흡기내과, 비뇨기과, 소화기내과 등을 더해 무려 8개과에서 진료를 받을 만큼 건강을 잃었다.

요양병원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아예 고의적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해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올해 4월 뇌병변 장애를 앓는 요양병원 환자의 항문에 위생패드 조각을 넣은 혐의로 간병인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곳 병원장 역시 시설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모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왼쪽 사진)와 가정치료 시작 후 현재 모습. 김은주씨 제공


"요양병원은 현대판 고려장"

요양병원에 환자를 보낸 보호자들은 '깜깜이 처치' 때문에 환자의 건강 상태와 치료 계획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19년 요양병원에 형을 맡겼던 윤모(47)씨는 "의사나 간호사가 쓰던 약을 제대로 투여하는 건지, 약이 제대로 쓰이는지, 드레싱은 잘하고 있는 건지 보호자 입장에선 전혀 알 수 없다"며 "욕창이 심해지고, 갑자기 피를 토했음에도 이유를 설명받지 못하고 상태가 나빠지는 걸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요양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혀를 찼다.

노인학대 예방기관(보건복지부 위탁)인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집계에 따르면, 병원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2020년 37건 △2021년 62건 △지난해 86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곳은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해 현장조사를 한 뒤 사례를 판정하기 때문에, 기관에 신고되지 않거나 학대 판정을 받지 않은 '암수범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이 의료행위당 돈을 지불(행위별수가제)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금액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당 정액수가제로 운영되다 보니 치료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은 서비스 목적이 연명에 있을 뿐, 현실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려고 적극 노력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종합병원처럼) 복수의 의료진이 서로 교차 확인을 하고 견제·감독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사람을 회복시키기보다는 돈을 우선시하고, 병원 경영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요양병원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다룬 'CCTV 없고 감독체계도 부실... 요양병원은 규제 사각지대' 기사로 이어집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근거 법령도, 보험 적용 방식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 적용을 받는 의료기관이고, 요양원은 노인복지법 적용을 받는 요양시설이다. 요양병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부담한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의사 등 의료인이 상주해야 하지만, 요양원은 요양보호사가 배치된다.


서현정 기자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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