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공여지, 문화와 경제 24시간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

"주한미군 공여지(CRC), 문화와 경제 24시간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

입력
2023.12.06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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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지답 포럼] 김동근 의정부시장 인터뷰
"역사 가치 뛰어난 CRC, 모두 철거하는 방식 안돼
스토리 담긴 디자인, 문화 클러스터로 추진할 것"

김동근 경기 의정부시장이 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한국전쟁 후 미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수도 서울 사수를 위해 서울의 북쪽에 위치한 경기 의정부 등 북한 접경지역에 기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1953년 휴전 후 의정부에는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캠프 스탠리’ 등 8개의 기지가 만들어졌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후 미군은 2005년부터 전국에 있는 주한미군을 경기 평택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 왔다. 자연스레 의정부 8개 미군 기지도 모두 폐쇄됐다. 이 중 캠프 스탠리를 제외한 7개가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의정부시는 돌려받은 미군 공여지의 지자체 귀속 요청과 함께 활용방안을 세우고 있다. 다만 무상 귀속을 원하는 지자체와 토지매입을 원하는 정부의 의견차로 미군 공여지 활용은 20년 가까이 큰 진전이 없다. 4일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안보를 위해 70년을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규제받아온 의정부 시민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CRC에 대해서는 “우리 의정부시가 직접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14일 의정부시에서는 ‘주한미군 공여지 활용 방안’을 주제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이 열린다. 다음은 김동근 시장과 일문일답.

-의정부에 미군기지가 유독 많은데.

“의정부가 서울의 북쪽인 데다 전략적,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가장 먼저 참전한 미군이 미2사단 사령부 기지를 의정부에 둔 것도 이런 이유로 안다. 의정부에 있는 미군기지만 △캠프 라과디아 △홀링워터 △에세이욘 △카일 △시어즈 △잭슨 △CRC △스탠리까지 8개다. 휴전 직후인 1953년부터 순차적으로 생기기 시작했으며 2005년에 5개, 2018, 2019년에 3개가 폐쇄됐다. 이 중 캠프 스탠리만 우리 정부에 반환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CRC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CRC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 설치된 곳으로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70년간 어떠한 노력을 해 왔는지 역사적 가치와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곳은 사령부가 있던 지휘부대다. 군사령관과 장교 및 사병 숙소 등 250여 개의 건물이 그대로 있고, 교회, 레스토랑, 학교, 수영장, 우체국 등이 신도시 형태로 보존돼 있다. 판교(66만 ㎡)보다 큰 도시가 존재해 온 셈이다. 근현대적 가치가 무수히 많은 곳이기에 다른 기지들처럼 모두 철거하는 방식의 개발은 안 된다는 게 우리 시의 입장이다.”

미2사단 사령부대로 알려진 캠프 레드클라우드 전경.(가운데 주황색 건물이 사령부 건물) 의정부시 제공

-CRC를 어떻게 개발하는 게 히스토리를 살리는 길인가.

“CRC는 의정부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당세대가 아닌 후세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 있는 자산은 히스토리를 그대로 살려야 한다. 앞선 기지처럼 전체를 밀어내고 새로운 것을 들이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 스토리가 담긴 디자인과 문화의 클러스터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건물을 허물지 않고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미군들이 즐겨 먹던 티본스테이크를 팔던 레스토랑을 민간에서 인수해 그때의 분위기대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문화전시 공간을 만들어 공연도 하는 등 24시간 문화와 경제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도 ‘모두 밀어내고 새롭게 짓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합의한 상태다.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2, 3년 만에 뚝딱이 아닌 5~10년에 걸친 긴 호흡으로 진행할 것이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토지 오염문제 등도 산적한데.

“토지의 역사성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여기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다 밀어야 하는데 의정부는 일자리가 절실하다. 지역적 특성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모일 이유가 있는 곳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본격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다. 토지오염 실태 조사도 모두 끝났다. 다만 모두 허무는 개발이 아니기에 토지활용 목적 등 필요에 따라 속도를 정해 오염을 정화해 나갈 것이다.”

의정부 주한미군 공여지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다른 기지들의 활용 방안도 있나.

“캠프 라과디아, 홀링워터, 에세이욘, 시어즈 등은 이미 공공청사, 공원, 주차장 등으로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이다. 아직 반환받지 못한 캠프 스탠리 부지 중 115만5,000㎡는 정보기술(IT) 클러스터와 스타트업 캠퍼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해 고급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다. 캠프 카일은 이미 들어선 병원과 협업할 수 있는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캠프 잭슨의 면적이 넓지 않지만 서울 도봉구와 인접해 있어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정부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기업 유치가 힘들지만 미군 공여기지 특별법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의 기업 유치는 가능하다.”

-공여지에 기업 유치를 통한 인구 유입이 가능할까.

“의정부가 생각보다 교통편이 좋다. 인천공항에서 40분 거리고, 강남에서도 35분이면 도달한다. 캠프 스탠리는 수도권제1순환로 의정부나들목(IC)에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이 지나고 의정부 시내는 경전철이 운행한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기업이 연구소 등 설치 장소를 선택할 때 ‘고급인력’ 유무를 따진다. 일할 수 있는 20~40대의 고급인력은 교통과 쾌적한 주거환경, 문화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들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미군 공여지와 같은 노른자위 땅, 그것도 엄청 덩치가 큰 토지를 잘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문화 공간이 넘치는 그런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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