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구도축장 폐쇄... 전방위 파장

입력
2024.02.28 16:00
수정
2024.02.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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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폐쇄 예정 대구도축장... 처리물량 벌써 감소
대구시 군위LPC 대구축산물도매센터 협의 '관건'
경북도, 안동에 모돈 도축시설 증설... "전화위복"

대구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부산물 상가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상가들은 2026년 9월까지 영업을 보장받고 있지만 대구도축장 폐쇄로 잔뜩 위축돼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부산물 상가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상가들은 2026년 9월까지 영업을 보장받고 있지만 대구도축장 폐쇄로 잔뜩 위축돼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쇄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4월1일 시장 폐쇄를 결정한 대구시와 축산물 도매시설 운영사인 신흥산업은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고, 2026년 9월까지 영업을 하는 인근 부산물 상가들은 "도축장이 폐쇄되면 장사가 안될 것"이라며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당장 어미돼지(모돈) 도축에 불똥이 떨어진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은 타 지역 도축장으로 거래선을 바꾸고 있고, 경북도는 안동 축산물공판장에 모돈 도축시설 증설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도축장 폐쇄공고... 법원 '가처분 효력정지', 본안 소송이 '관건'

대구도축장 폐쇄는 지난해 초 홍준표 대구시장이 "도축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대구시가 유일하다"며 "도축 기능을 제외한 축산물도매시장을 향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과 함께 달성군 하빈으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추진됐다.

대구도축장은 일반 도축장과 달리 상품성이 떨어지는 200㎏ 이상 모돈과 새끼돼지(위축돈) 등 비규격돈도 양념갈비와 국거리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비규격돈 도축장은 일반 도축장보다 규모가 크고 대구경북에는 대구와 고령에만 있는데다 처리용량도 한계가 있어 대구도축장이 폐쇄될 경우 인근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도축장에서는 소 8,238두와 돼지 16만7,196두가 도축됐다. 모돈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5만5,118두가 도축되는 등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200두 정도가 도축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3~7월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타당성 및 후적지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해 같은해 12월8일 폐쇄를 공고했다. 도축장을 운영하는 신흥산업과 계약이 다음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해 4월부터 도축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신흥산업은 '축산물도매시장 폐쇄공고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 15일 신흥산업의 신청을 인용해 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대구시는 법원 결정에 항소하고 본안 소송에도 대비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운영은 4월이면 중단될 전망이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신흥산업과 계약기간이 끝난 후 재연장을 하지 않으면 도축장 운영은 자연적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며 "대구시의회에서 도축장 폐지 조례도 통과됐고, 후적지 활용계획도 수립된 터라 상황이 바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전경. 이 시장은 신흥산업이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전경. 이 시장은 신흥산업이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29개 부산물 상가 "생계위협" vs 대구시 "대책 세웠다"

한 달 후에 대구도축장이 폐쇄되면 신흥산업 뿐만 아니라 당장 인근 29개 부산물 상가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도축장 부산물에 의존해 운영을 하고 있어 도축장 폐쇄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산물상가 법인인 (주)대구축산물도매센터 배효현 회장은 "대구도축장 폐쇄 결정이 난 후 하루 도축되는 모돈 수가 절반 수준인 100두로 떨어져 벌써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다"며 "도축장마다 텃새가 심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 도축장이 없으면 부산물 상가는 문을 열어도 파리만 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구시는 군위민속축산물종합처리장(LPC) 등 인근 도축장의 부산물을 대구도축장 부산물 상가에 공급토록 조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안 국장은 "군위에서 부산물을 수급할 수 있도록 협의했고, 부산물 상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여러 지역의 도축장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물 업체 측은 군위민속LPC 측이 제대로 물량 공급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대구시의 대책에 반발하고 있다. 박종열 도매센터 부회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군위도축장이 기존 거래업체 대신 대구도축장 인근 부산물상가와 1차 계약을 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대구시가 약속한 내용과 현실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대구시는 내달 초 군위민속LPC와 부산물 업체, 대구축산물도매센터 등 관련 기관과 업체를 한 자리에 모아 부산물 물량공급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키로 했다.

경북 안동에 모돈 처리시설 증축... "전화위복"

경북도는 대구시의 도축장 폐쇄 방침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부지런히 대책마련에 나선 결과 당초 하루 30두의 모돈을 처리하던 고령도축장의 처리능력을 100두로 끌어올렸다. 또 내년 말까지는 안동축산물공판장에 모돈 도축시설을 증축해 하루 200두 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따라 내년 말부터는 모돈과 비규격돈 처리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

하지만 현재 635호에 132만6,000두를 키우는 경북지역 양돈농가는 2022년 기준으로 9,023두의 모돈을 도축하는 등 한 해 1만 두 안팎의 모돈을 내년까지 대구도축장을 제외한 고령과 외지의 도축장에서 도축해야할 처지다.

이에따라 도는 올 초부터 모돈을 도축할 경우 두당 5만 원의 도축운송비를 지원하고 있다. 소규모 모돈 도축은 고령으로, 대규모는 타 지역 도착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대구도축장이 내년까지 가동해주면 가장 좋겠지만 폐쇄가 기정사실이 된 터라 양돈농가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했다"며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이동제한이 걸리는 등 제약이 많은데 내년 말이면 경북 남부와 북부지역에 각각 모돈 도축장이 생기면서 분산처리가 가능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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