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연 평균 6GW 보급" 목표는 야심차지만…전력 계통·특별법 등 '첩첩산중'

입력
2024.05.16 16: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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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100GW
관건은 전력계통 연결…특별법 국회 계류 중

경북 경산시 영남대 내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한화큐셀 제공

경북 경산시 영남대 내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한화큐셀 제공


정부가 2035년까지 10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해 2030년까지 한 해 평균 6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전력 계통 확충이나 특별법 제정 등 해결할 과제가 많아 실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재생에너지 발전·제조·수요기업들과 정책 간담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전력 계통 부하와 비용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입지 여건에 있어 미래 성장이 가장 유망한 해상 풍력은 정부가 입지 발굴, 주민 협의·인허가 등을 돕는 등 계획 입지 제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입법을 추진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한다. 태양광은 산업단지나 영농형처럼 전력 계통·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곳에서 입지를 찾고 규제 개선에 나선다. 전력 계통이 여유로운 지역 위주로 태양광 개발을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계통 부담을 낮추도록 한다.

재생에너지 수요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덜도록 경제성도 높인다. 이를 위해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제도1 시행에 있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업계 및 전문가들과 논의해 제도를 개선한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사는 전력구매계약(PPA) 시장을 키워 설비 용량 기준을 낮추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

이 밖에도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민간 합동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원 방안을 만든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재생에너지 사업 규모는 20.4GW(총 41건)로, 수주액만 143억 달러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수요 높아지는데 송전망 건설은 요원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다만 이번 재생에너지 보급 대책 및 공급망 강화 전략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 전력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력이 만들어져도 필요한 지역으로 옮겨줄 전력망이 깔려 있지 않으면 설비가 늘어나더라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2년 10년 동안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8만1,806 메가와트(㎿)에서 13만8,018㎿로 69%가량 늘어났으나 송전선로는 14% 확충되는 데 그쳤다.

추진 중인 송전망 건설도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력망 건설 사업은 최소 1년 1개월에서 최대 11년 5개월까지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국무총리실에 '전력망확충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주도 입지 선정과 사업 시행에서 민간의 참여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표가 달성되려면 송전망 확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매달 전기위원회에 올라오는 발전사업 인허가 신청도 송전망 부족 문제로 줄줄이 불허 판정을 받고 있다"며 "계통 연결이 안 돼 건설 후 놀고 있는 발전소들도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선 계통 부족 문제 해결이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제도
설비용량 5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기사업자나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연도별 의무 비율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제도.
세종=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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