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간첩 혐의 재일동포 인권침해 4건 진실규명

입력
2024.05.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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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간첩죄로 불법 연행돼
허위자백, 가혹 행위 등 강압수사
"국가가 재심 등 명예 회복시켜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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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권의주의 정권 시절 간첩 혐의로 피해를 당한 재일동포들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고 국가에 피해 회복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14일 열린 제78차 위원회에서 재일동포 인권침해 4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조사 결과, 재일동포 최창일, 여석조, 고찬호, 강호진씨는 1970~1980년대 간첩활동 혐의로 불법 구금되거나 가혹행위, 허위자백 강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호진씨는 일본 민단계 월간지 '통일사' 편집기자로 근무하던 1968년 5월부터 모국방문단 인솔 및 가족 방문차 한국을 여러 차례 왕래하면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연행됐다. 보안사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음에도 강압수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그를 역으로 공작원으로 활용해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씌워 입건했다. 그는 출소 후에도 10년 넘게 공작원으로 일해야 했다.

최창일씨는 1967년 10월부터 함태탄광 서울 본사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가 적용돼 1973년 5월 28일 영장 없이 불법 연행됐다. 보안사는 69일 동안 최씨를 불법구금하면서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방어력이 부족한 그의 혐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가혹 행위를 자행했다.

여석조씨도 1972~1979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군사기밀을 수집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간첩활동 혐의로 1981년 보안사에 연행됐다. 그는 보안사 조사 과정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고찬호씨 역시 1976년 4월 모국성묘단 방문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고향인 제주도를 찾았다는 이유로 508보안부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보안사는 그해 8월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고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60일 동안 불법구금했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강압 수사 사실을 사과하고, 국가에 명예 회복을 위해 재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결정은 유족과 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장의 신청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2021년 9월 인권침해를 당한 재일동포 38명에 대해 진상규명을 신청한 바 있다. 진상규명된 4명은 이미 사망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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