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연구가로 변신했다"던 유명 변호사, '복붙' 표절 논란

입력
2024.05.20 0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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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본의 테러사', 일본책 표절 의혹
목차·내용까지 베끼기...제목만 달리해
일본학 전공자들, 수년 전부터 문제 제기
오욱환 "표절 맞지만... 그게 다가 아냐"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오욱환 변호사의 신간 '일본의 테러사'.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오욱환 변호사의 신간 '일본의 테러사'.

유명 변호사 오욱환의 책 '일본의 테러사'가 4년 전 발간된 일본책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오 변호사는 표절 사실을 일부 시인했으나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과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법조계에서 알려진 인물인데다 최근에는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하는 민간 학술단체 '동아시아연구원'을 발족해 동아시아 역사 연구가로 인생 2막을 예고한 바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 변호사가 쓴 다른 저서들도 비슷한 의혹을 받는다. 이번 표절 논란은 16일 일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대학원생 안모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 변호사의 신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안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자의 신간을 봤는데 내가 읽었던 책과 목차와 내용이 매우 흡사했다"며 "번역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복붙 수준으로 내용을 베꼈는데 자신이 쓴 연구서로 포장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11월 일본에서 발간된 이치다카 다로의 책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는 이번에 출간된 오 변호사의 신간과 제목만 다를 뿐 목차와 내용이 유사하다. 1장부터 7장까지 목차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암살을 넘어 군국주의로'라는 마지막 장만 추가됐다.

오 변호사가 과거에 펴낸 저서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안씨에 따르면 2022년 10월에 낸 '승리한 전쟁 임진왜란 그 시작과 끝'도 출간 당시 전공자들 사이에 일본의 나카토 히토시 교수 등이 쓴 '문록경장의 역'의 표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문록경장'은 일본에서 임진왜란을 부르는 명칭이다. 두 책 역시 목차의 순서와 문구가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2023년 9월 나온 또 다른 책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누구인가'도 2022년 11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에야스 명어록'과 구성과 내용이 상당히 유사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출판계에서는 해당 책을 출판한 조윤출판사에도 표절 논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윤출판사는 표절 의혹에 휩싸인 오 변호사의 모든 저서를 출판했다. 특히 신간 '일본의 테러사' 책 소개는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를 설명한 일본 출판사 중앙공론신사의 소개 글과도 유사하다. 조윤커뮤니케이션의 소개 글은 "개항으로부터 왕정복고까지 겨우 20년 동안에 테러 건수는 160건이 넘는다. 왜 이 시기에 이토록 암살이 집중됐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시작하는데 중앙공론신사 역시 "메이지 유신은 근대 일본의 원점으로 여겨지지만 일본 역사상 암살이 빈발한 시기다. 그들은 왜 암살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 변호사는 자신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전체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게 다는 아니고 책에서 사정을 다 설명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의혹 글을 올린 안씨의 SNS를 찾아가 "왜요? 같이 공부합시다"라는 댓글을 달아 공분을 샀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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