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보다 나쁘다” 최악 대기질 미국, 1억 명에 주의보 발령

2023.06.08 08:59

캐나다에서 1개월 넘게 계속되는 대규모 산불의 여파가 국경을 뛰어넘어 미국 한복판에까지 미쳤다. 산불 연기로 미국 일대의 대기질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1억 명에 달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뉴욕에서는 대기질 지수가 측정 이래 최악을 기록했고, 곳곳에서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경고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 시러큐스 등의 공기질지수(AQI)가 한때 400 넘게 치솟았다고 에어나우를 인용해 보도했다. 관련 지수는 100만 넘어도 호흡에 해롭다고 보는데, 이를 훨씬 웃돈 것이다. 신문은 “(이 수치는) 1999년 환경보호국이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이후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주의 대기질 지수는 전날부터 이틀 연속 악화하며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꼽히는 인도 뉴델리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앞질렀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공기가 평소보다 8배는 나쁘다”며 “‘비상 위기’가 며칠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종일 어둡고 뿌연 오렌지빛 연기가 자욱한 뉴욕에서는 일부 항공편과 스포츠 경기·뮤지컬 등이 취소됐고, 일부 학교는 아예 휴교했다. 시민들은 팬데믹 시절처럼 다시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미국 기상청의 기상학자 마이크 하디만은 “도시가 ‘화성’처럼 보이고 시가(cigar) 냄새가 난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캐나다 산불에서 비롯된 연무가 점차 남하하면서 뉴욕뿐 아니라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동부 연안에 사는 1억 명 이상의 주민을 상대로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필라델피아와 워싱턴DC 등은 어린이, 노약자 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의 ‘코드 레드’를 발동, 가능하면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위험한 대기오염 상황에서 미국인, 특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 당국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평소 맑은 하늘을 자랑하던 미국 동부 지역의 대기오염은 지난달부터 캐나다 퀘벡주 일대에서 이어지는 산불의 결과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이 중 239곳은 불길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이날 기준 380만㏊(약 3만8,000㎢)의 캐나다 국토가 소실됐다. 남한 면적(약 10만㎢)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될 조짐도 보인다. 오는 12일 이전에는 비 예고가 없는 만큼 당분간 화재를 진압하기가 어려워서다. 캐나다 산림청의 마이클 노턴은 “기후변화가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늘렸고, 이에 따라 산불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앞서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폭 줄이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산불이 일어날 것이라는 연구를 내놨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해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라 지시함에 따라 600명 이상의 소방관과 장비를 캐나다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기오염은 기후 위기가 삶과 지역사회를 흔드는 방식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심상치 않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댐 폭파 수습도 못했는데 비료 수송관 폭파…끝없이 커지는 전쟁

"러시아산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우크라이나로 운송하는 수송관이 우크라이나 공작원에 의해 폭파됐다"고 러시아가 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댐 폭파로 인한 홍수 피해가 수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송관 폭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쟁이 끝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수송관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동이 중단됐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협조하는 대가로 암모니아 수송관을 재가동시켜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수송관 폭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방해 빌미로 작용해 전 세계적 식량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수송관이 5일 저녁 폭파됐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민간인들이 부상을 입었다. 수송관은 2,500㎞ 길이로, 러시아 사마라주 톨리아티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잇는다. 러시아가 전 세계로 암모니아를 수출할 때 쓰던 통로다. 수송관 파괴 시점이 공교롭다.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과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앞둔 가운데 발생했다. 협상의 골자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이 흑해를 이용할 때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협정이 체결됐지만, 러시아는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과 관련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러시아는 수송관 폭파를 협상 안건으로 들이밀며 "우크라이나의 흑해 이용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밀, 옥수수 등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라는 점을 이용해 '세계인의 식량'을 인질로 잡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호우카댐 붕괴 피해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폭파 사흘째인 8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침수 지역에서 약 6,0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피해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피해 현장을 찾았다. 그는 7일 독일 빌트 인터뷰에서 "침수된 집 지붕 위에 올라선 사람들은 시체가 물 위를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규모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피해 범위가 워낙 방대해 국제기구 구조 손길도 닿기 어렵다. 홍수로 지뢰가 대거 유실된 것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름 등 각종 화학물질이 유출되면서 식수도 부족하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수원으로 쓰는 저수지 수위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댐 폭파를 '러시아의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다만 댐이 러시아 관할지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포영화 같네" 캐나다 동부 '역대급 산불' 연기, 미 뉴욕 하늘까지 덮었다

미국 뉴욕이 하루아침에 '잿빛 도시'로 변했다. 캐나다 동부 지역 산림을 불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어 뉴욕의 하늘을 삼켜 버린 탓이다. 짙은 연무는 이 도시의 명물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뒤덮었다. 심지어 미국 오대호 연안과 북동부 지역 일대에까지 대기 경보가 내려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기상청은 이날 뉴욕·코네티컷·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버몬트주(州) 등 북동부 일부 지역과 미네소타·위스콘신·일리노이주 등 오대호 연안에 대기 경보를 발령했다. 하루 종일 뿌연 연기와 매캐한 탄내가 일대를 휘덮었다. CNN방송은 "한랭전선이 남하하면서 이번 주 내내 연기가 미 남동쪽으로 더 밀려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날 뉴욕은 방글라데시 다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상위 5개 도시'(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에 꼽히기도 했다. 평소 상위 3,000개 도시 바깥에 이름을 올렸던 뉴욕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뉴요커 존 바(38)는 "12년간 뉴욕에 살면서 이렇게 잿빛이 된 하늘을 본 건 처음이다. 공포영화 같다"고 NYT에 말했다. 벤저민 루카스(47)는 "오전에 구운 토스트 냄새가 났다면, 오후인 지금은 모닥불 냄새에 가깝다"고 했다. 이날 뉴욕의 대기질 지수(AQI)는 150 이상을 찍었다. 0부터 500까지 지수로 표현되는 대기질 지수가 151~200이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노약자나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 등에겐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실제로 산불 연기는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한다. 연기를 직접 마시면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 호흡기 염증이 유발된다. 특히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30분의 1에 불과해 몸속 혈관까지 스며드는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PM2.5)도 포함돼 있다. 이날 뉴욕의 대기 중 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윌리엄 바렛 미국폐협회(ALA) 수석이사는 "연기를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며 "어린이, 노인, 임산부, 호흡기 질환자 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캐나다 산불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올해 들어 이미 330만㏊를 불태웠다. 지난 10년간 평균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피한 사람은 12만 명 이상이다.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약 100곳에서 산불이 확산했고 이날도 413곳이 불에 탔다. 이 중 249건은 '통제불능' 상태로 번지고 있다. 얀 불랑제 캐나다 천연자원부 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빠른 속도로, 넓은 지역이 불탄 적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마이클 노턴 천연자원부 북부산림센터장도 "이 시기 산불은 보통 한 번에 한쪽에서 발생하고 대부분 서쪽에서 나는데, (서부에서 동부까지 산불에 신음하는) 올해는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160건 이상 산불이 현재진행 중인 동부 퀘벡주다. 8월까지 따뜻하고 건조한 기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기만 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여름 내내 심각한 산불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빈번하고, 더 격렬하게 타오르는 산불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대가다. 산불이 쉽게 발화하고 번질 수 있는 '덥고 건조한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큐에어의 글로리 돌핀 햄스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산불은 본질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는 지구온난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발 그만 낳아라"...필리핀이 저출생 현상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필리핀이 너무 높은 출생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국가 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한국을 비롯해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저출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생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9명이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8명), 일본(1.26명)뿐 아니라 싱가포르(1.05명), 태국(1.47명)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인구 대국’ 중국(1.18명)과도 격차가 크다. 지난해 필리핀의 출생률은 2020년(2.75명)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필리핀 정부의 분석이다. 1990년대 6,070만 명이었던 필리핀 인구는 현재 1억1,300만 명에 달한다. 유엔은 2050년경에는 필리핀이 세계 인구 증가량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아 제한’은 필리핀 정부 주요 과제다. 필리핀은 출생률을 낮추기 위해 △가족계획(피임)에 정부 예산 우선순위 배정 △빈곤층에 무료 피임약 배포 △성교육 확대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임신중지(낙태)는 물론이고 콘돔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농촌이나 빈곤 지역 여성들이 피임약이나 피임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저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산아 제한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출생으로 고민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필리핀의 상황이 ‘행복한 고민’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높은 출생률은 노동인구 증가, 내수 시장 안정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너무 많은 인구가 오히려 국가 경제 발전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국가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만 빠르게 늘면서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탓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선 1평방킬로미터(㎢)당 7만 명 이상 거주한다. 수감자조차 수감시설 정원의 3배 이상이 수용돼 있다. 빈곤층일수록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정부는 “차라리 저출생으로 고민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 청장은 “저출생이 문제인 부유한 국가는 기술 개발로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이민을 받아들이면 되니 상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느냐”며 저출생 국가들을 부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