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하마스의 강간은 전쟁 도구였다"...뒤늦게 쏟아진 참혹한 증거들

2023.12.06 19:10

여성의 몸이 또다시 전쟁터가 됐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할 당시 하마스가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한 하마스의 성범죄 만행을 보면, 의도된 전쟁범죄였다. '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전시 성폭력이 반복된 것이다. 이스라엘 경찰이 BBC에 공개한 영상에서 한 생존자는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 농장)의 음악 축제 현장에서 벌어졌던 집단 강간과 살인의 참상을 전했다. '증인 에스(S)'로 알려진 그는 "하마스 대원들이 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절단한 후 강간하는 동안 여성의 머리에 총을 쐈다"고 했다. BBC는 이스라엘 경찰이 하마스의 성범죄 관련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 1,500여 건을 수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증언은 신뢰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성범죄가 자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마스는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하마스 공격 이후 침입한 다른 무장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축제 현장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성명을 통해 "일부 여성은 죽기 전에 강간당했고, 일부는 부상을 입은 채 강간당했으며, 일부는 이미 숨진 상태에서 강간당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증언은 현장에서 수백 구의 시신을 수습한 자원봉사자들과 이스라엘군 슈라 기지에서 시신 신원 확인에 나섰던 검시관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시신 수십 구에서 부러진 골반, 타박상, 자상, 찢긴 상처 등 명백한 성폭력 물증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예비군 법의학팀 소속으로 검시 작업에 참여한 마얀 대위는 "시신에 남은 멍과 상처를 살핀 결과 그들이 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과 소녀들의 시신에서 볼 수 있었다"고 BBC에 말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현장에서는 하의가 벗겨지거나 속옷이 찢어지고 성기와 다리에 외상 흔적이 남은 여성들의 처참한 모습이 목격됐다. 기습 당일 하마스가 촬영한 영상에도 바지에 커다란 핏자국이 묻어 있거나 옷이 반쯤 벗겨진 채 인질로 끌려가는 여성들이 나온다. 이는 여성들이 하마스 대원들의 의도된 표적이었음을 가리킨다고 BBC는 짚었다. 정확한 피해자 규모는 추정하기도 어렵다. 시신이 수습되기 전에 심하게 훼손되거나 불태워지면서 법의학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생존자 역시 정신적 충격으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태이며, 일부는 자살했다. 성범죄 증언을 수집 중인 엘카이람 레비 박사는 "하마스의 성범죄에는 확실한 패턴이 있다"며 "우연도, 무작위도 아닌 명확한 명령을 받고 자행된 집단학살로서의 강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뒤늦게 하마스의 성범죄 의혹을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우리 모두가 강력하게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성폭력을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뉴욕 유엔 회의에서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OCC)는 "침묵은 공모와 같다"며 유엔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하마스의 성범죄를 포함한 전쟁범죄를 조사 중이다.

구글, 역대로 가장 강력한 AI 공개… 물리문제 풀이 보여주자 "여기가 틀렸군요"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기사를 꺾은 것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알파고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계산해 이기는 수를 정확히 찾아냈다. 알파고는 그러나 당시 할 줄 아는 게 바둑뿐이었다. 알파고가 7년 만에 급성장해 돌아왔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잡한 물리학 문제를 이해하고 정교하게 추론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인간의 능력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구글이 6일(현지시간) 오픈AI의 'GPT-4'에 대적할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했다. LLM은 다양한 AI 제품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멀티모달(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AI'로 제작된 제미나이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을 주도했다. 제미나이는 세 가지 크기로 출시되는데, 가장 무겁고 강력한 '제미나이 울트라'는 "LLM 연구·개발에 널리 사용되는 학술 벤치마크(상대적인 비교를 위한 기준) 32개 중 30개에서 최신 기술의 결과를 능가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LLM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란 것이다. 구글이 공개한 각종 시험 결과를 보면 제미나이의 압도적 성능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구글은 수학, 미국 역사, 법률 등 주제 57개에 대한 지식 정확도를 측정하는 MMLU에서 제미나이 울트라가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MMLU AI의 전반적 성능을 보여주는 대표적 벤치마크다. 지금까지 최고로 평가받은 GPT-4는 86.4%였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선천적 멀티모달"이라고 했다. GPT-4를 비롯한 LLM들이 글자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먼저 익힌 다음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도 이해할 수 있도록 능력을 더해가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로 훈련했다는 의미다. 이는 제미나이가 상대가 두는 수를 보고 이해해야 다음 수를 둘 수 있는 알파고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제미나이는 특히 방대한 양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일 구글이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미리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 제미나이는 물리학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었다. 경사로에 서 있는 고양이 그림을 보고 속도를 계산하는 문제를 손글씨로 푼 다음 이를 촬영해 제미나이에 입력시키자, 제미나이는 우선 정답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오답인 경우엔 풀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짚으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3종 중 중간 크기인 '제미나이 프로'를 이날 즉시 '바드'에도 적용했다. 바드는 챗GPT의 대항마 격인 AI 챗봇으로,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제미나이와 결합된 바드는 영어부터 먼저 지원되며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언어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구글은 밝혔다. 구글은 또 최신형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서도 제미나이를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내장된 녹음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구글이 지난달로 목표했던 제미나이 출시를 내년 초로 미뤘다는 소문이 돌았다. 영어 이외 언어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견된 것이 연기 이유로 알려졌다. 이날 구글의 발표는 오픈AI와 경쟁할 LLM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팎의 우려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제미나이 3종 중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의 울트라는 아직 개선 작업 중이며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제미나이는 구글의 자존심이 걸린 야심작이다. 올해 3월 오픈AI의 GPT-4가 공개된 후 AI 전문가 수천 명이 "GPT-4보다 강력한 AI 시스템 훈련을 최소 6개월 중단하자"는 서한을 냈지만, 제미나이의 출현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후 오픈AI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는 건 사실상 처음으로, 업계에선 이제부터가 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진짜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검색, 크롬(웹 브라우저) 등에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AI의 전환은 모바일보다도 훨씬 더 큰, 우리 생애 가장 심오한 전환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규모로 창의성과 생산성을 촉진하고, 혁신과 경제 발전의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서 빈 살만 만난 푸틴...전투기 호위 받으며 이례적인 중동 순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외를 방문한 건 이란, 중국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회담 장소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제안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물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정치, 경제, 인도주의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금,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교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의한 중동 정세 현황과 세계 석유 시장을 둘러싼 에너지 문제, 우크라이나의 상황 및 양국 무역 등에 대해 논의한다. 사우디 방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를 찾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을 만났다. 나흐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 부르며 환영했고, 러시아 국기 색인 빨간색, 흰색, 파란색 연기를 뿜는 에어쇼까지 선보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UAE는 아랍 세계에서 러시아의 주요 무역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UAE와 사우디를 찾은 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례적인 중동 순방을 떠난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를 전투기 5대가 호위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이번 방문에 대해 AP통신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차 두바이를 찾은 가운데 친미(親美) 진영이자 주요 산유국을 순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AFP통신도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구소련 국가와 중국만 방문하던 푸틴 대통령이 이번 중동 방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강경파가 축출한 미국 하원의장 매카시, 의회도 떠난다

당내 극우 강경파에 의해 미국 연방 하원의장 자리에서 축출된 보수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이 환멸을 시사하며 의회도 떠난다는 의사를 공표했다. 하원에서 ‘박빙 과반’인 공화당 세력이 더 약화할 수밖에 없어, 지금도 진영 대결과 극단적 정치 문화 탓에 표류를 거듭하는 입법 절차가 내년에는 더 답답해질 공산이 커졌다.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인 매카시 전 의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에 봉사하기 위해 올해 연말에 하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직에 출마할 미국의 가장 뛰어나고 총명한 인재를 계속 모집할 것”이라며 “다음 세대 지도자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 내 경험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매카시 전 의장의 의원직 사퇴 선언은 지난 10월 3일 하원 본회의에서 공화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234년 미국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통과돼 의장직에서 쫓겨난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시 그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정지)을 막기 위해 집권 민주당과 손잡고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가 공화당 강경파의 비난에 직면했다. 백악관과의 예산 합의를 깬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도 의원 전원이 해임안에 찬성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적 과제들은 (의회의) 입법보다 (기업의) 혁신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권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드러냈다. 매카시 전 의장의 정계 은퇴는 최근 미국 의원들의 잇단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30여 명인 이들 상당수가 미국 정치를 잠식한 극단주의와 분열의 정치를 은퇴 배경으로 꼽았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골치가 아파졌다. 캘리포니아주(州) 22선거구가 지역구인 매카시 전 의장의 하원의원 임기는 2025년 1월까지여서, 올해 연말 그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법 등을 감안할 때 내년 6월까지는 공석으로 남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 분석이다. 다른 변수가 없으면 연말 이후 그때까지 하원 의석 수는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3석이 된다. 원래 9석이었던 의석 수 차이는 이번 달 공화당 조지 산토스 의원 제명, 매카시 전 의장의 의원직 사퇴가 잇따르며 7석으로 줄게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반대를 전제로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4표 이상 나오면 법안 처리가 힘든 구도가 된다. 쟁점 의안일 경우 처리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매카시 전 의장까지 정계 은퇴를 하면서 2008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상식적 보수주의’로 워싱턴을 탈환하겠다며 공화당 세대 교체를 주도했던 ‘영건’ 3인방이 전부 퇴장하게 됐다. 영건은 2010년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에릭 캔터 전 공화당 원내대표와 매카시 전 의장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자신들이 공화당에 끌어들인 극우파에 의해 온건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출됐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인데, 그나마 매카시 전 의장이 오래 버틴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매카시 전 의장은 나머지 둘과 함께 의회를 떠나는 대신, 극우 의견에 동조하고 그들의 리더 격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체로 충성하며 의회에 머문 시간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2006년 캘리포니아 22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9선에 성공한 매카시 전 의장은 2019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됐다. 그리고 공화당이 지난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올 1월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