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중국 식당 560원짜리 '가난뱅이 메뉴'만 홀로 호황

2024.04.25 08:00

내수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중국의 경제 지표와 달리 요식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이 최근 반등했지만 실질적인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외식 시장 위기 속에서 이른바 '가난뱅이 메뉴'로 불리는 저가 음식 상품만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시나파이낸스와 대만 중앙통신은 24일 중국 기업 정보 제공 업체 '치차차' 자료를 인용, 올해 1분기 중국에서 폐업한 요식업체가 45만9,000곳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급증한 수치다. 반대로 이 기간 새로 문을 연 요식업체는 73만1,0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줄었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문을 닫은 요식업체는 136만여 곳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치차차는 전했다. 문을 닫는 식당이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개업 식당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차이둥증권의 우웬더 분석가는 "대체로 휴일과 명절에만 소비가 집중되고 일상생활에서는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강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4.6~4.8%)를 훌쩍 뛰어넘는 5.3%를 기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춘제(중국의 설·2월 10~17일)와 청명절(4월 4~6일) 연휴 기간 소비가 폭발했다며 경제 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 개선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외식비 지출만 놓고 봤을 때는 중국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 국면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중국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저가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분석된다. 중앙통신은 "가성비 좋은 메뉴를 최고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중국에서 '총구이(窮鬼) 세트'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구이는 '거지', '가난뱅이'라는 뜻으로, 최근 중국에선 가장 적은 돈으로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메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세계적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널드의 '1+1 세트'가 대표적이다. 원하는 2가지 메뉴를 13.9위안(약 2,600원)의 고정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물가가 치솟던 지난해 말 맥도널드차이나는 모든 제품 가격을 3% 인상했지만, 1+1 세트 가격은 건드리지 못했다. 가격 인상 소식에 1+1세트 가격은 놔두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밖에 수도 베이징에만 100개 넘는 매장을 둔 체인 요식업체 난청샹은 죽, 두부, 두유 등으로 이뤄진 3위안(약 560원)짜리 조식 세트를 최근 출시했고, 한식업체인 미춘도 3위안만 내면 쌀밥을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샤오홍슈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난뱅이 메뉴 가이드 라인'이 유행 중이다. "월요일은 맥도널드에서 1+1 세트, 수요일엔 도미노피자에서 30% 할인된 피자, 금요일은 버거킹에서 '반값' 햄버거를 먹으라"는 식이다. 미국 내 화교방송인 NTDTV는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속에서 중국인들은 신중하게 외식 예산을 세우기 시작했고, 요식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실한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감온도 50도 동남아, 인명피해 속출... 휴교령에 기우제까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이 기록적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지난달 섭씨 40도 안팎의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이후 한 달째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체감온도가 50도까지 오르면서 일부 국가는 학생들의 등교를 막고, 무더위를 식힐 비를 바라며 기우제까지 지내고 있다. 25일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인근 5개주(州) 기온은 전날 섭씨 37도까지 올랐다.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는 45도다. 북부 아파리 지역에선 48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필리핀에서는 체감온도 42도 이상을 ‘위험’ 수준으로 본다. 마닐라 남쪽의 리조트에서 일하는 엘린 투마론은 “너무 더워 숨을 쉬지 못할 정도”라며 “수영장에도 사람들이 텅 비었다. 극심한 무더위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필리핀 보건당국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 전국에서 열경련, 탈진, 열사병 등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사례가 34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6명은 사망했다. 전날 필리핀 교육부는 전국 공립학교 약 7,000곳의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태국은 수도 방콕 기온이 40도까지 오르고, 체감온도가 52도를 넘었고, 말레이시아도 기온이 40도 안팎으로 올랐다. 두 국가는 전국에 폭염주의보를, 일부 지역에는 폭염 경보를 내렸다.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섭씨 4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년 평균 기온보다 5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경우 기온과 습도가 각각 42도, 73%까지 오르면서 전국의 초중고, 대학이 문을 닫았다. AFP통신은 “방글라데시 각 도시에서는 무슬림 수천 명이 모여 비를 기원하는 특별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와 남아시아 지역의 4월 기온은 30도 중후반 정도고, 5월 우기가 찾아오면 한풀 꺾인다. 그러나 올해는 기후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겹치면서 강우량이 줄고 기온이 올라 폭염이 한층 심해졌다. 이상 고온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어린이 2억4,300만 명 이상이 더위 관련 질병에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데보라 코미니 유니세프 아태 지역 사무국장은 “어린이는 성인보다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이어지는 폭염과 높은 습도가 치명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문제가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 초등 교사 엘린다 알폰소는 정부의 대면 수업 금지 방침에 “빈민가에 사는 많은 학생은 인터넷 접속이 안 돼 원격 수업에 참여할 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디지털 인프라가 미비한 탓에 등교 제한이 교육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라파 진격 초읽기… 텐트촌 건설 등 "준비 완료"

이스라엘 군 및 정보당국 지휘부가 이집트를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을 앞두고 이집트 당국자들과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라파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관리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과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이 카이로에서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 국장 및 오사마 아스카 군 참모총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이스라엘 인사가 이집트를 찾아 비밀 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스라엘은 라파 작전이 이집트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섬멸하기 위해 라파 작전이 필수라고 여기는 반면,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자국 영토로 몰려들어 사회 불안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피란민 140만 명이 대피해 있다. 악시오스는 "이집트 고위 관리들은 '라파 진격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질 것이며 양국 간 평화 협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임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서도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작전 태세를 완전히 갖춰가고 있다. 이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스라엘군 관계자를 인용 "라파 점령을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났고 정부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간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민간인 피해 최소화' 대책으로, 라파 인근에 피란민 10~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 4만 개가량을 설치했다고 한다. TOI는 "전쟁 내각은 라파 진격 첫 단계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피시킬 계획"이라면서 "2주 내에 작전을 승인하기 위한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최근 예비군 여단 2개가 가자지구 투입 준비를 마쳤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하마스는 인질 문제를 부각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7일 기습 당시 피랍된 이스라엘인 골드버그-폴린(23)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그는 영상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군사적 충돌보다 협상을 촉구하는 여론을 자극하기 위한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의 잔혹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백악관은 지난 20~24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단지 안뜰에서 암매장 상태의 시신 344구가 발견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시신의 손발이 묶여 있는 등 이스라엘이 포로를 살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최우방국인 미국마저 이스라엘에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은 그간 이스라엘군이 보인 잔혹성을 고려할 때, 라파 작전 역시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낼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 “이스라엘이 제시한 계획에서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 이행됐을 때도 좋을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시신 300여 구 암매장’ 사태 일파만파… 미국도 “이스라엘 답해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현장인 가자지구의 병원 두 곳에서 총 700구 이상의 시신이 쏟아져 나온 ‘집단 무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마저 이스라엘을 겨냥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우리는 (이스라엘 당국의) 답변을 원한다.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암매장된 시신들의 정확한 신원은 물론, 누가 언제 이들을 살해하고 묻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일단 이스라엘이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압박한 셈이다. 앞서 하마스 측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단지 안뜰에서 지난 20~23일 암매장 상태의 시신 324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CNN방송은 “24일에도 주검 20구가 추가 회수돼 암매장 시신은 총 344구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북부 가자시티의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에서도 이달 1일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최소 381구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민방위대는 부연했다. 병원 두 곳에서 현재까지 725구의 시신이 발견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한 뒤 암매장해 해당 시신들이 부패하도록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주장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숨진 사람들을 매장하고도, 이스라엘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이번 사태에 ‘경악’을 표하며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전날 “끔찍하다. 병원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매우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민간인과 구금자를 고의적으로 살해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말했다. 투르크 대표의 대변인인 라비나 샴다사니도 “시신 다수가 발견된 것이 명백한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일부 시신은 손이 묶인 상태인데, 이는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사례여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