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베트남 며느리 화해시키려던 아버지, 아들 손에 참변

2024.03.18 14:17

아들 내외를 화해시키려 베트남을 찾은 60대 한국 남성이 현지에서 아들 손에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전례 없는 한국인 존속살해에 현지 한인 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18일 주호찌민 한국 총영사관과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 등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시 경찰은 한국인 L(30)씨를 15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L씨는 14일 새벽 호찌민시 탄푸구 푸미흥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6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당시 순찰 중이던 아파트 경비원이 화단에서 피 묻은 흉기 여러 개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현지 매체 단찌는 “경비원이 건물 23개 층을 점검했고, 특정 층에서 혈흔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며 “출동한 현지 경찰은 L씨의 집 거실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시신에선 다수의 자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 후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공원에 누워 있던 L씨를 발견해 체포했다. 피해자는 호찌민에 거주하던 아들과 베트남인 며느리 사이를 중재하려 사망 하루 전(13일)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탄니엔은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 L씨와 아내는 자주 갈등을 빚었고 아내가 최근 집을 떠났다”며 “한국인 아버지가 아들 설득을 위해 한국에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은 한국일보에 “용의자(아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몇몇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당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보인 까닭에 약물을 복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는데 살인 사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한국인 사이 사건 사고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존속살해는 그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다”고 설명했다. 현지 경찰은 15일 해당 사건을 호찌민시 경찰수사대로 이첩했다. 호찌민 총영사관도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탁금 낼 돈도, 유세 쓸 돈도 없다… 트럼프, 줄소송에 재정난

줄소송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정난이 심해지고 있다. 민사 소송 항소를 위해 법원에 맡길 공탁금이 모자라고, 법률 비용을 대느라 11월 대선 유세에 쓸 돈까지 아끼는 형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州) 항소법원에 항소심 공탁금 전액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다.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민사 소송 재판 1심에서 지난달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심을 진행하려면 이달 25일까지 최소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데, 갖은 애를 써 봤지만 이 돈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트럼프 측은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산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탁금 채권을 발행하는 보증 업체들이 변동성 때문에 담보로 잡지 않는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현금은 3억5,000만 달러(약 4,700억 원)가량이다. 보증 업체들에 제공해야 하는 담보 규모(5억5,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약 1억 달러를 이미 채권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다른 민사 소송(성추행 피해자 명예훼손) 항소에 공탁금 9,163만 달러(약 1,200억 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금 압박 요인은 이뿐 아니다. 기소된 형사 소송도 4건이나 돼 여기 들어가는 법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 지출 속도가 유지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소송 비용을 대 온 ‘세이브 아메리카’ 팩(PAC·정치자금 모금단체)의 자금이 여름에는 바닥나리라고 NYT는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 팩이 법률 비용으로 쓴 돈은 5,500만 달러(약 730억 원)가 넘는다. 안간힘을 쓰고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을 정도다. 공화당 고액 기부자를 불러 만찬을 열거나 며느리를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 자리에 앉혀 모금력을 강화하고, 유세 횟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식이다. 그러나 자기 돈이 소송비로 쓰이는 게 탐탁지 않은 기부자가 적지 않은 데다 자금 때문에 유세전에 소극적이었다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를 잃으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일 수 있다. 더욱이 득표에 지장을 주는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8일 공개한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형사 소송 중 가장 진도가 빠른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무당층 비율이 36%나 됐다.

일본은행, 17년 만에 금리 인상...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8년 동안 유지해 온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해제했다. 정책금리를 올린 건 지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19일 기존 마이너스(-)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를 통해 내린 결정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에 -0.1%의 금리가 적용되는 제도로, 일본은 2016년 2월부터 도입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린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2%의 안정적 물가 상승을 목표로 2013년 제로 금리와 국채 매입 등을 골자로 한 '이차원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으나,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같은 해 9월에 도입된 '장단기금리조작'도 종료한다. 특정 금리 이상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 금리를 조작하는 제도로, 금융시장에서는 시장이 왜곡된다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위험자산 매입도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결정문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된다"고 했다. 이차원 금융완화 해제에 따른 금리 급등 우려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변경의 구체적 내용 및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한꺼번에 해제한 것은 일본 경제가 드디어 장기 경제침체에서 탈피하고 성장 궤도에 복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뜻한다. 결정문은 물가 2%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스 금리 등의 틀이 "그 역할을 완수했다"고 결론지었다. 판단의 근거 중 하나는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임금 인상률이다. 일본 최대 노조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까지 집계한 올해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 일본은행은 그간 2%대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과 이를 받쳐줄 임금 인상 체계를 갖춰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번 임금 인상률로 환경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보다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 코앞…①인상 폭 ②엔저 ③주식 매입 관건

일본은행이 17년 만의 정책금리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신호에 이미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관전 포인트는 인상 폭이다. 향후 일본의 금리 정책과 시장 변화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일본의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해 준 엔화 약세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를 개최했다. 이틀간 열리는 회의 결과는 19일 발표한다. 이번 회의에선 일본은행이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2%대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 온 '이차원 금융완화'의 한 축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해제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 임금 인상률이 5%를 넘었고 물가 지표도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해, 해제 조건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최대 노조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까지 집계한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 일본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상승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제로금리를 넘어 '금리 있는 나라'로 복귀하느냐 여부에 쏠린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은 현재 마이너스인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며 "0~0.1%와 0.1% 두 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단번에 금리 있는 나라로 되돌리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경기 지표상 완연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스즈키 히로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환율전략가는 마이니치신문에 "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 소비도 침체돼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완화적인 금융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증시 상승세를 떠받쳐 온 엔화 약세의 흐름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려는 것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두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현재 달러당 150엔 정도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국채 매입을 계속한다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하는 등 완화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경우, 엔화 약세는 계속될 수도 있다. 스즈키 수석환율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은 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엔화 약세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통한 증시 개입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선 이례적으로 증시가 크게 하락할 때마다 ETF를 매입해 주식시장을 떠받쳐 왔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지난달 기준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 규모가 약 71조 엔(약 635조 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앞서 지난달 강연에서 신규 매입 중단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7% 상승한 3만9,740엔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 관측으로 금융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이 줄어든 효과"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