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문재인은 확신범”…회고록서 한일관계 파탄 책임 떠넘겨

2023.02.07 17:50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생전에 작성된 회고록에서 2018년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전부 돌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문재인은 확신범"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강제동원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범위에 포함됐다고 노무현 정부에서 판단했다는 사실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알고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 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명목에서다. 7일 일본에서 출간된 회고록엔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등이 아베 전 총리를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18번에 걸쳐 36시간 동안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 관련 내용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북미 정상회담 등을 다룬 부분에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강제동원 배상 이슈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 대법원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해 한일관계를 더 꼬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 역시 정당화했다. 그는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두 문제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했다. 또 당시 수출 규제는 국제무역기구(WTO) 룰에 어긋나지 않는 참신한 아이디어였다면서 수출 규제를 제안한 경제산업성 관료들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당시 한국의 맞불 조치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선 “감정적인 대항 조치로, 미국의 강한 압박을 초래했다"고 폄하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맺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배신해 실패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합의 전에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반인권적이라고 비판받았는데, 한국이 합의 파기로 도덕적 명분을 상실하면서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고 자평한 것이다.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는 등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해빙 분위기가 흘렀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북한에는 (대화 시도가 아닌)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고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데 대해 “외교 안보까지 돈으로 계산하는 사업가 출신”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 나선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골프를 치며 각별한 사이를 과시했지만, 회고록에서는 싸늘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미 항공모함의 동해 파견을 '막대한 돈이 든다'며 아까워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외교안보를 모르는 문외한 취급했다. “트럼프는 1시간~1시간 반 동안 길게 통화하는 데다, 본론은 처음 15분 정도만 이야기하고 이후에는 골프 이야기와 다른 국가 정상에 대한 험담만 했다”고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의 일화를 소개했으나, 한국 대통령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튀르키예 강진' 사망 4300명 넘어… 실종자는 집계조차 불가능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 접경지대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만인 7일(현지시간) 4,3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약 2만 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최초 지진 이후 규모 4.0 이상 여진이 100회 이상 발생하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가 초기에 집계된 사망자(2,600여 명)의 8배까지 늘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7일 오전 현재 2,921명이 사망하고, 1만5,83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최소 1,451명이 숨지고, 3,531명이 다쳤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전했다. 터키에서만 병원, 학교를 포함한 최소 5,606채의 건물이 무너졌다. 완파된 건물도 허다하다. 시리아 북부에서도 건물 붕괴 피해가 속출해 생존자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규모 5.0~6.0 이상 여진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CNN방송은 보도했다. CNN은 "훼손된 구조물에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 발생 위험이 있다"며 "구조팀과 생존자에게 지속적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담당 선임 비상대책관은 "건물 추가 붕괴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잔해 속에 갇힌 희생자들이 계속 나온다"며 "초기 집계된 수의 최대 8배까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자주 본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지진의 경우 항상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며 "사상자는 다음 주에 상당히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폭설과 영하의 날씨는 피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지연시켰다. 파레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구조대가 지진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6일에는 헬리콥터가 뜰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 현장에서는 6일 현재 최소 2,256명의 응급 의료 인력과 구급차 602대 등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코카 장관은 "우리는 현장의 환자와 의료진을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러한 재난은 연대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일주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일요일(12일) 해 질 때까지 전국과 해외 공관에서 조기가 게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애도의 시간을 갖기 위해 13일까지 전국 학교도 문을 닫는다. 튀르키예 교육부는 이재민을 임시 수용하기 위해 피해 지역의 기숙사와 교사 숙소, 학교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유니세프는 "시리아의 아동들은 인도주의적으로 가장 복합한 상황에 직면해있다"며 "오랜 내전과 경제 위기 등으로 인구의 3분의 2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구조팀을 파견하고, 긴급 원조를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은 국제구조대 60여 명 등 정부 차원의 구호단을 튀르키예로 파견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 인력 급파 및 긴급 의약품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은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영국의 수색·구조 전문가들이 72시간 내 구조 활동을 시작하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구조대원 200명 이상을 파견하기로 했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등 10개국 이상의 수색 및 구조팀을 지원한다. 튀르키예와 껄끄러운 관계인 인도도 구조대원 100명과 훈련견을 지원한다. 국가재난대응팀 2개 팀이 수색 구조 활동을 지원하며 의료팀도 준비 중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각각 1,000만 달러(약 126억 원)와 150만 달러(약 19억 원)를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자 구호에 지원한다.

'내전 중 강진'에 '경제난 심화'까지... 시리아·튀르키예는 설상가상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 시리아와 튀르키예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시리아 주민들은 13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신음하고, 튀르키예 경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던 중이었다. 가뜩이나 피폐해진 삶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대형 지진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까지 발생한 것이다. 지진 피해 복구는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이 됐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전날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더욱더 가혹한 상황에 처한 시리아 난민들의 처지를 집중 조명했다. 두 나라의 국경 지대인 이 지역에는 400만 명 안팎의 시리아 난민이 상주하고 있다. 전쟁을 피해 시리아 정부 통제 범위 바깥인 곳으로 떠났는데, 이번엔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재앙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반군 거점 지역인 이들리브주(州)와 알레포, 하마 등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지역은 내전 중 공습으로 파괴됐거나 낙후된 사회기반 시설이 많다. AFP통신은 “정부의 눈길이 닿지 않다 보니, 부실시공으로 지어진 건물도 많다”며 “이번 지진으로 붕괴하거나 균열이 생긴 건물도 수만 채”라고 보도했다. 피해 규모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친 사람이 갈 곳도 없다. 국제구호위원회(IRC)에 따르면, 내전 장기화로 현재 운영 중인 시리아 의료시설은 전체의 45% 정도뿐이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최소 4곳의 대형 병원까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IRC는 이날 성명에서 “이미 쇠퇴한 시리아의 의료 시스템은 이 정도 규모의 재난에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호 활동마저 쉽지 않다. 이전부터 난민들을 괴롭혀 온 전력난 때문이다. 내전 기간 중 경제 규모가 절반으로 쪼그라든 시리아는 줄곧 연료 부족에 시달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몸을 녹이려고 쓰레기와 낡은 옷을 태우는 일은 비일비재”라며 “지난해 어떤 지역은 하루 1시간만 전기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으로 전력 공급도 아예 끊겨 버려 생존자 구조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단체인 시리아민방위대(일명 ‘화이트 헬멧’)는 이날 “백업 연료도 다 떨어진 상태”라며 “구조 전용 중장비와 연료 지원이 절실하다”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살아남는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물ㆍ식량 부족과 전염병을 견뎌야 하는 탓이다. 연료난에 펌프 가동이 멈추자 깨끗한 물 공급도 끊겼다. 시리아에선 몇 년 동안 코로나19 못지않게 콜레라가 기승이다. 전체 가구의 25%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식량부족 문제는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 경제 위기에 몸살을 앓아 온 튀르키예의 경제 회복은 더욱더 멀어지게 됐다. 지난해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약 80%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년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과열돼 농작물, 집세, 석유 등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에 따른 ‘비용’까지 더해지게 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의 피해 규모를 최대 130억 달러(약 16조3,280억 원)로 추산했다.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진 피해 지역의 공항과 고속도로, 병원 등 기간시설의 피해도 컸다. 이스탄불 코치대학 셀바 데미랄프 교수는 “생산과 공급망 차질로 경기 침체는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며 “경제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中, '정찰 풍선' 격추 직후 기상국장 해임...경질 아닌 '영전'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상공 진입을 두고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상국 국장이 면직 처리됐다. 외교적 파문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경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장관급 자리로 '영전'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대만 관영 중앙통신과 중화권 매체인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일 국무위원 해임 명단을 발표하고 좡궈타이 기상국 국장이 면직됐다고 공개했다. 푸젠성 출신의 좡궈타이는 국가생태환경부에서 근무하며 부부장(차관)을 거쳐 기상국장에 오른 기상 전문 관료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건'과 이번 면직 결정이 무관치 않다고 봤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의 것으로 확신한다는 고고도 정찰 풍선(High-altitude surveillance balloon)'이 미 영공을 침투했다고 발표한 뒤 4일 미 동부 해안 상공에서 이를 격추했다. 좡궈타이 면직 발표는 미 국방부가 정찰 풍선의 존재를 공개한 직후 이뤄졌다. "기상 관측용 비행체가 의도치 않게 미 영공에 진입한 것일 뿐"이라는 스스로의 해명에 힘을 싣기 위해 즉각 책임자를 처벌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장궈타이는 지난달 간쑤성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에 선출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좡궈타이는 올해 3월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기상국장에서 물러나 간쑤성 고위직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며 "지금 해임됐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지방 성(省)의 정협 주석은 장관급 보직으로 간주된다. 차관에서 장관으로 이미 영전이 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질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뜻이다. 한편 중국은 관변 학자들까지 동원, 풍선의 미 상공 진입의 우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찬롱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 상공을 떠다닌 비행체를 '유랑 풍선'에 비유하며 "미 상공 진입은 일종의 사고인데 미국이 과잉 반응한다"고 비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차관도 SNS에 "미국은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다"며 "중미관계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