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물러설 곳 없다” 의사 4만명 여의도 총궐기... 의·정 갈등 최고조

2024.03.03 17:30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 증원 결사반대!" “이유 없는 의료탄압, 의료계도 국민이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를 꽉 채운 의사들과 의대생 등 수만 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파업 의사 징계 방침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번 '의사 총궐기'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 면허를 정지하겠다는 정부의 공언,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며 의사·정부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열렸다. 정부는 연휴가 끝나는 대로 엄중 처벌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의사들도 의대 증원 철회 없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태는 의·정 사이 강 대 강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의협이 주최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의 인파가 모였다. 집회에선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개혁'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가 아닌 진정한 주체로 살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총궐기에선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교육의 질 저하와 부실화를 초래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즉각 중단 △진료권을 제약하고 의료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정책 패키지 추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집회에는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참석하거나 어린 자녀 등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의사들이 여럿 보였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 증원 통보와 압수수색 등 조치에 대한 분노로 피켓을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충청 지역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진모(74)씨는 “수십 년 전 지방의대에서 교수가 없어 생물학과 조교들이 1학년 필수과목을 가르쳤는데, (이렇게) 의료 교육 기반이 없는데 2,000명을 증원하는 건 터무니없다”며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 꼭 참여할 것”이라 말했다. 의사인 아내와 함께 온 30대 전문의 손모씨도 “정부가 의사와 국민이 대립하는 프레임을 짜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학계를 제출했다는 서울 소재 의대 재학생 A씨는 “정부가 저렇게 강하게 나오니 무서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필수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무작정 증원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킨 의대 교수들도 거리로 나왔다.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50대 B씨는 “강제 수사와 출국금지로 의료인을 압박하는 건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파업 중인 전공의들에게 실제로 불이익이 있다면 나도 사직서를 내고 나올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근래 열린 의사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만큼 경찰도 집회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직접 현장 지휘에 나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불법행위가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 재차 강조하며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여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단행동 주도 혐의를 받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 의협 간부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의사 총궐기'에도 꿈쩍 않은 정부…4일 전공의 제재 본격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처음으로 전국 의사들을 모아 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사들은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하고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까지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4일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등 사법처리에 돌입하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예정대로 의대별 정원 배정 절차를 진행하고 필수의료 정책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절차에 착수해 의료개혁 진도를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전세버스 대절 등을 통해 집회 장소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여의대로 4개 차로를 점거하고 2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당초 참석 인원을 2만 명으로 예상했던 의협은 실제로는 4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추산치는 1만2,000명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정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고,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유신시대 긴급조치를 연상하게 한다"고 성토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의대 증원 정책은 필수의료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방송에 출연해 "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4일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행정적·사법적 제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복지부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공시송달)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우편이나 대면으로 교부해야 하는데, 공시송달은 두 방법으로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사용하는 최후 수단으로 공고 시점부터 명령이 발효된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명령 위반 책임을 물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에 나서려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강제수사도 시작됐다. 지난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택우 비대위원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등 의협 비대위 간부들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3일 서울경찰청은 이들 가운데 해외 체류 중인 노 전 회장을 제외한 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이번 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위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된 혼합진료 금지, 지역필수의사제 등 중장기적 의료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교육부도 4일까지 대학별 의대 증원 신청 접수를 마무리하겠다고 재차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한 내에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배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 회원들이 이날 집회에 제약사 영업사원을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기도 했다.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선 "개원가 원장들이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여를 요구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전날 회원사에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고 알렸다. 정부는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형법상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물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이나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영업사원 동원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회원들의 개인적 일탈이 있었는지는, (동원이) 강요된 것인지 자발적인 것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유명 유튜버·축구선수도 엮여서 시끌···'스캠 코인' 적신호

185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오킹'이 수 주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스캠 코인' 의혹이 불거진 플랫폼 업체 '위너즈'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서다. 투자자들의 민원과 고소장이 모여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고,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위너즈 논란을 계기로 수년째 반복돼온 스캠 코인 수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스캠 코인이란 가상화폐를 만들겠다며 투자를 받은 뒤 잠적하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통상 유명 방송인을 앞세워 신뢰를 쌓은 뒤 가상화폐를 상장시킨 것처럼 꾸며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전문가들은 "스캠 코인을 유명인의 구설수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위너즈'는 종합격투기 등 선수를 육성하고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플랫폼이다. 특히 플랫폼 내에서 대체불가토큰(NFT)과 위너즈 코인을 발행해, 플랫폼 가입자들이 선수를 후원 투표하고 경기를 예측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위너즈는 MEXC라는 해외 거래소 한 곳에 상장된 상태로, 여느 스캠 코인 사례처럼 잠적한 업체는 아니다. 다만 △위너즈 코인 대부분이 록업(잠금) 조치가 취해져 있어 유통량이 극도로 적다는 점이나, △가상화폐와 경기 예측을 연계한 방식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비슷하단 점 등을 이유로 스캠 코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코인 사건 전문가들도 위너즈 사례가 스캠 코인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현행법상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보상으로 지급되는 NFT를 사행성 경품으로 간주해 국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며 "위너즈 사업 방식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위너즈 프로그램 코드를 분석한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는 "△투자자들 코인을 회수할 수 있도록 중앙 통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최근 또 다른 스캠 코인 논란을 일으킨 '골든골 코인'의 발행인이 위너즈 전 대표와 같다"는 근거를 추가로 들었다. 평소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던 유튜버 오킹이 위너즈에 투자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오킹 측은 지난달 19일 "위너즈에 투자를 한 사실이 있지만 지금은 투자 철회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며 "코인 구매 및 해명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위너즈 측을 사기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며 위너즈와 선을 그었다. 위너즈는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이 스캠 코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위너즈 측은 본보에 "위너즈 플랫폼은 P2E 게임이 아니고, 현행법을 준수한 합법적인 NFT를 판매하고 있다"며 "투자금을 가지고 잠적하거나 시장 교란 행위를 한 적이 없는 정상적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코인 회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코인이 아닌 마일리지 회수 기능만 갖고 있다"며 "코인 회수 중앙화 시스템을 검토한 적은 맞지만 실제 개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골든골 코인에 대해선 "어떤 연관성도 없다"며 재차 부인했다. 유명인의 투자 사실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사기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골든골 코인' 역시 유명인을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들 사업자는 이천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고 주장, 수십 명의 투자자로부터 수십억 원을 투자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씨에게 사기 관여 의혹이 일자 이씨는 "사업자 측에서 유소년 축구 대회 개최를 제안하기에 그에 한해 초상권을 허용한 적이 있을 뿐 코인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2021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TV 내에서 거액의 후원자로 유명했던 A씨가 코인 발행을 앞두고 아프리카TV BJ 다수와 접선해 미리 투자를 받은 것이다. 해당 코인이 발행되기 전에 이 같은 정황이 폭로되면서 대규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스캠 코인 수익 구조를 알고도 투자한 BJ 다수를 두고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유명인을 동원한 코인 홍보는 이미 만연하다. 업계에선 이를 흔히 '코인에 펄(pearl·진주) 붙인다'고도 표현한다. 코인 사건 전문가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스캠 코인 사업자들은) 코인을 호재 없이 상장할 순 없으니 (유명인도 투자한다는 말로) 호재거리를 만든 다음 텔레그램이나 단체 채팅방 등 코인 판매 경로에 정보를 뿌리는 것"이라며 "투자금이 투자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더 많은 투자 유치를 위한 유명인 홍보로 들어가게 돼 자금 순환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캠 코인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유명인에게 속았다고 한들, 홍보 모델 등은 기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코인 판매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예 변호사는 "이번 위너즈 사태 이후 오킹 등 투자자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확인됐다"며 "이는 곧 일반 시민들도 이제는 코인을 만들어 파는 것의 목적이 사업 진행이 아니라 돈벌이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캠 코인 사태를 막으려면 유명인을 향한 질책에서 끝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책 마련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를 일차적인 대책으로 제시했다. 예 변호사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 추세와 반대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소득세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한다면 국세청에서 자료를 조사할 권한이 생기고, 유사시 거래내역을 추적·확보할 수 있게 돼 스캠 코인 사태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푸바오와 이별하는 날… 새벽부터 다섯시간 줄서서 배웅

“영원한 우리의 아기 판다 푸바오, 덕분에 행복했어. 가서도 꼭 행복해야 해.” 3일 오전 푸바오 배지가 빼곡히 달린 가방을 메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은 이서은(32)씨는 4년 차 푸바오 팬이다. 푸바오 때문에 에버랜드 정기권까지 끊어 틈날 때마다 푸바오를 보러 왔다는 이씨는 “푸바오가 할아버지(강철원 사육사) 장화 잡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을 떠난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공주’ ‘푸린세스’ ‘용인 푸씨’ 등 애정 어린 별명들의 주인공 ‘국민 판다’ 푸바오가 다음 달 3일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다. 2021년 1월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된 후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푸바오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마지막 날인 이날 에버랜드는 개장 전부터 푸바오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상 1도로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관람객들은 담요를 두른 채 개장 시각인 9시 45분만을 기다렸다. 오전 5시부터 에버랜드를 찾아 5시간 가까이 대기한 이영근(36)씨는 “푸바오는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될 만큼 귀여운 생명체라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선 5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자녀 4명과 함께 간이 의자 4개를 챙겨 에버랜드를 방문한 안은영(44)씨도 “아이들이 푸바오 마지막 날 꼭 배웅하고 싶다고 해서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입장 시작합니다. 천천히 걸어서 이동해 주세요.” 에버랜드 직원의 개장 멘트와 함께 대기하던 이들의 발걸음은 곧장 판다월드를 향했다. 다른 놀이기구는 주말임에도 대기시간 ‘10분’으로 썰렁했지만, 판다월드에는 관람객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대기 줄은 1km 넘게 끊임없이 이어지며 낮 12시쯤 판다월드 대기시간은 ‘320분’을 기록했다. 푸바오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온 관람객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푸바오를 보기 위해 매주 에버랜드를 찾았다는 이다라(30)씨는 “푸바오가 떠나도 중국까지 보러 갈 예정이기 때문에 영원한 이별은 아니지만, 당분간 못 볼 생각에 슬프다”고 눈물을 훔쳤다. 관람객들은 푸바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로 세 가지를 꼽았다. ‘대체 불가 귀여움’과 ‘성장 서사’, 그리고 강철원 사육사와의 ‘유대관계’. 2년 차 푸바오 팬이라는 김효주(23)씨는 ”푸바오만큼 ‘애교쟁이’인 판다는 본 적이 없다”며 “항상 해맑은 표정으로 장난꾸러기 짓을 하니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푸바오가 몸무게 197g ‘꼬물이’에서 100kg ‘자이언트 판다’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이 꾸준히 유튜브 등에 공개되며 '성장 서사'를 만들어낸 것도 인기 요인이다. 성장 과정에서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와 교감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됐다. 민준기(30)씨는 “강철원 사육사에게 마냥 장난을 치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푸바오가 사육사와 교감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예쁘더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푸바오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푸근한 인상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부터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됐다”며 “푸바오가 나고 자라는 과정을 국민 다 함께 지켜보며 푸바오의 ‘성장 스토리’에 몰입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풀이했다. 푸바오는 야생동물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판다월드 내실에서 비공개로 건강과 검역 관리를 받은 후 4월 3일 중국 쓰촨성 소재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