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80%가 흡연 때문인데…나머지 20%는 어떤 이유로?

입력
2023.01.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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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요리 매연·간접 흡연·대기오염 물질ㆍ폐 질환ㆍ가족력 꼽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 사망자는 8만2,688명이었다. 암 사망률(10만 명당)은 폐암(36.8명), 간암(20.0명), 대장암(17.5명), 위암(14.1명), 췌장암(13.5명) 순으로 폐암이 1위였다. 암 발생률도 갑상선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무서운 폐암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은 4,000여 가지 독성 물질을 가진 담배다. 김관민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라며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80% 정도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간접 흡연도 폐암 발병의 원인일 수 있다. 담배 연기는 흡연자가 내뱉는 주류연과 담배가 타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발생하는 부류연이 있다. 부류연에 주류연보다 독성 물질이 더 많다. 니코틴은 3~5배, 타르는 3.5배, 일산화탄소는 5배 정도다.

부류연에 노출되는 간접 흡연자도 폐암에 걸리기 쉽다. 하루 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와 함께 사는 비흡연 여성은 비흡연 남성과 사는 여성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흡연과 관련된 폐암은 주로 폐 중심부 옆 부위인 편평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편평상피세포암).

그런데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이 발생하는 나머지 20%는 어떤 이유로 걸릴까.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석면ㆍ라돈 가스 등 대기오염 △크롬ㆍ카드뮴ㆍ비소 등 중금속 노출 등이 꼽힌다.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 이하 오염 물질)는 비흡연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물질이다.

이현우 서울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수도권 거주자 583만1,039명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졌다.

부엌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요리 매연'도 조심해야 한다. 비흡연자 중 요리를 자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3.4~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식 조리 시 기름을 고온으로 끓일 때 산화하며 나온 발암성 물질이 연기와 섞인 요리 매연이 폐암을 일으키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자주 환기하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면ㆍ라돈 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도 폐암 유발 원인이다. 석면의 경우 폐 속에 쌓이면 만성 염증을 유발해 폐 섬유화를 거쳐 폐암까지 악화할 수 있다.

폐렴ㆍ폐결핵ㆍ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질환도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OPD는 폐암 위험을 2~3배 높인다.

직계 가족 가운데 폐암에 걸린 가족력이 있다면 폐암 위험이 2배, 사촌이 폐암에 걸렸다면 30% 높아진다. 이 밖에 직업 특성상 중금속ㆍ매연 등에 자주 노출되면 폐암에 걸리기 쉽다.

이처럼 담배와 관련 없는 비흡연 폐암은 폐 중심부와 기관지에서 멀리 떨어진 폐 주변부에서 대개 발생한다(선암). 선암은 비(非)편평상세포암의 일종으로, 다른 폐암에 비해 증식이 비교적 느리고, X선 촬영으로 조기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폐암 자체가 사망ㆍ재발률이 높으므로 선암이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선암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관민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선암은 흡연 남성 환자에게서 보이는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소(小)세포암과 달리 표적 항암제 등에 잘 반응하는 ‘EGFR 및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3분의 2 정도 발견되기에 치료 성적이 비교적 우수하다”고 했다.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다. CT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였다.

하직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저선량 CT 촬영을 권하고 있다”며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최근 비흡연자에서도 폐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저선량 CT 촬영을 통한 검진을 추천한다. 폐암 역시 조기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폐암은 폐 자체에서 발생하면 ‘원발성 폐암’,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폐로 전이돼 발생하면 ‘전이성 폐암’이라고 한다. 또 암세포 크기ㆍ형태를 기준으로 ‘비소(非小)세포폐암’과 ‘소(小)세포폐암’으로 구분한다. 폐암의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나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