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굴릴 고금리 막차 떠났다? 5%대 '저축보험' 노려볼까

입력
2023.01.29 07:00
15면
높은 수익률 거둘 '연복리의 마법'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문장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 6%·적금 금리 10%' 상품이 회자됐지만, 올해 들어선 4%대 금리의 예금도 찾기 어려운 탓입니다. 한국은행이 13일에 기준금리를 재차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예금 금리는 복지부동입니다. 작년 연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여파라고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고금리행 예적금 버스를 놓친 겁니다.

위험회피 성향인 저 같은 사람에게는 '후회막급'한 소식입니다. 기준금리가 당분간 인상될 테니, 예금 금리도 당연히 오르리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입니다. 일부 은행 적금 중에서는 5% 이상 금리의 상품이 있지만, 매달 수백만 원의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을 요구하는 등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습니다. 예금은 더더욱 고금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고금리 막차가 완전히 끊긴 건 아닙니다. 최근 5%대 고금리를 준다며 인기를 끄는 저축·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이 대표적입니다. 적금과 달리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를 주고,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허나, 소액에만 고금리가 적용되는 등 단점도 큽니다. 제가 기다린 건 목돈을 굴릴 수 있는 고속버스였지만, 파킹통장은 고작해야 마을버스였던 셈입니다.

이제 고금리 막차는 영영 오지 않는 걸까요?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수천만 원의 목돈에 5% 후반대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도 없습니다. 바로 저축보험입니다.


저축보험 장점은 '연복리의 마법'

저축보험은 말 그대로 저축에 특화한 보험입니다. 예금처럼 만기가 도래하면 약정된 이율에 따라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저축 기능이 핵심입니다. 여기에 시중은행처럼 예금보험공사가 1인당 최고 5,000만 원까지 보호도 해줍니다. 보험금을 5,000만 원 이내로 납입했다면 원금을 잃을 걱정이 없다는 겁니다.

저축보험의 장점 중 하나는 연복리입니다. 시중은행 예금처럼 원금에 한해서만 이자가 나오는 게 아니라, 이자에 대해서도 해마다 또 이자가 붙는다는 겁니다. 예컨대 납입한 보험료가 100원이고 연복리가 10%라고 하면, 1년차 때는 이자가 10원(원금 100원X10%)이지만, 다음 해엔 전년보다 1원 더 많은 11원(원금 100원X10%+1년차 때 이자 10원X10%)이 붙습니다. 그만큼 돈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죠.

실제로 연 5.9% 확정금리를 제공했던 푸본현대생명의 'MAX 저축보험 스페셜 무배당' 상품의 경우, 보험료 5,000만 원을 일시납하면 5년 뒤에는 6,476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험상품 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에서 소개했습니다. 한번 돈을 납입하고 5년 동안 묻어 놓으면 만기 수익률 29.5%를 거둘 수 있다는 거죠.

당연히 보험이니 보장 기능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보험과 달리 보장 범위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저축보험은 주로 생명보험사에서 내놓는데, 절대 다수는 사망보험금만 제공합니다. 보장을 바라고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란 뜻입니다.


올해 고금리 저축보험 줄줄이 나올 듯

이미 손 빠른 이들은 이미 저축보험에 가입을 했습니다. 흥국생명이 2일에 한도 2,000억 원으로 내놓은 금리 연 5.8%의 저축보험은 그다음 날 바로 '완판'됐습니다. 푸본현대생명의 금리 연 5.9% 저축보험도 2일 판매를 시작하고 이틀 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동양생명(연 5.95%)을 비롯해서 KDB생명(연 5.95%), 교보생명(연 5.8%) 등에서 잇따라 고금리 저축보험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가입할 수 있는 고금리 상품이 없다고요?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저축보험은 올해 틈틈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 우려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에 현금이 없다는 거죠.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3곳의 유동성 비율은 평균 136%. 3개월 전(160%) 대비 24%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0년 9월 말(192%)과 비교해도 54%포인트나 낮은 수치입니다.

이렇다 보니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저축보험을 마냥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상품 하나에 수천억 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저축보험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새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이 공개될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 등 단점도 따져야

물론 저축보험이 마냥 핑크빛 상품인 것만은 아닙니다.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해 투자에 유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중도해약 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겁니다. 3년간 연 5.75%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교보라이프플래닛(무)b일시납저축보험(금리확정형)'의 경우, 만기까지 일시납한 5,000만 원을 유지한다면 수익률 15.9%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년 만에 해지하면 수익률은 3.4%에 그칩니다. 은행 예·적금보다 못할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원금을 일부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화손해보험의 '무배당 한화 다이렉트 저축보험'은 10년간 연 2.75% 확정금리를 제공하는데, 해당 상품에 매달마다 10만 원씩 넣으면 만기 때 총 1,310만8,478원(납입금 1,2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1년 만에 해지하면 납입금 120만 원보다 적은 115만6,688원밖에 돌려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손해인 거죠.

사업비 등 수수료도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시중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수수료가 일부 전가돼, 보험 납입금에서 공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환급금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실제로 위에서 소개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저축보험의 경우, 3년 만기를 채우더라도 실질 수익률은 공시된 확정금리 5.75%보다 낮은 5.07%라고 합니다. 당연히 확정금리와 실질 수익률 간 격차가 이보다 더 큰 저축보험도 있습니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세제 혜택 조건이 까다롭기도 합니다. 저축보험은 15.4%인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주지만, 이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장기간 돈이 묶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드물겠죠. 더욱이 저축보험 가운데 10년 만기인 상품도 드물어 세제 혜택을 받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주의할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축보험 종류가 3가지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저축보험은 모두 확정금리형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보험사가 확정한 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입니다. 여기에 시중금리에 따라 이율이 연동되는 변동금리형납입 보험료 일부를 주식, 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고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변액(유니버설)이 있습니다. 변액 상품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참고해야 합니다.


저축보험 가입은 은행에서

자, 저축보험 장단점을 따져 보셨나요? 그래서 한번 가입하겠다고요. 그럼 가까운 은행을 찾아가면 됩니다. 저축보험은 다른 보험상품보다 보험사의 수익성이 낮기에 보험 모집인이나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품을 '방카슈랑스'라고 합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