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에 뜬 사무실 보셨나요

입력
2023.01.31 13:00
자전거 거래 스타트업 라이트브라더스 체험기 2회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으로 자전거 중고거래 장터를 제공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라이트브라더스는 사무실이 세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2017년 창업 당시 서울 서빙고동에서 시작했고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채빛섬과 신사동에 잇따라 별도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사무실을 나눈 이유가 있습니다. 서빙고 사무실은 라이트브라더스의 중고 자전거 비파괴검사를 하는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기술센터입니다. 검사에 필요한 엑스레이 등 각종 장비도 여기 설치돼 있습니다.

비파괴검사는 엑스레이로 자전거를 촬영해 내부 결함이나 손상을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인해 자전거 중고 거래의 불안함을 해소하고 믿고 살 수 있는 중고거래 문화를 만듭니다.

창업자 김희수 대표가 서빙고동에 사무실을 만든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과 강북을 자전거로 연결하는 가장 최적화된 곳이 바로 잠수교여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 끝에 서빙고가 있죠. 또 서빙고역이 있는 경의중앙선은 자전거 휴대 승차가 편리해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아요."

두 번째 사무실은 서울의 한강 채빛섬에 있습니다. 한강이 보이는 사무실은 많아도 한강 위에 사무실이 떠 있는 회사는 라이트브라더스가 유일합니다. 채빛섬 사무실에 마케팅, 운영, 미디어팀과 500평 규모의 대형 전시장이 있습니다. "반포 한강 공원의 연간 이용자 중 37%가 자전거를 타요. 따라서 채빛섬 전시장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잠재적 고객이죠.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자전거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넓고 탁 트인 외벽도 사무실 선정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잠수교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사무실 외벽을 볼 수 밖에 없어요. 효과가 엄청난 광고판이죠. 투자자들에게 이를 강조했어요. 앞으로 채빛섬 사무실을 대한민국 자전거 문화의 중심지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궁극적 목적은 중고 자전거를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자전거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탄소 배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지만 가장 재미있는 방법은 자전거 타기죠.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전거 친화적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이에 따라 자전거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벌이는 재생 자전거 사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서울시 자활센터는 저소득층을 자활근로자로 고용해 곳곳에 버려진 자전거들을 수거해서 수리한 뒤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이에 김 대표가 나서서 서울시 재생자전거의 판매 대행을 맡았습니다. 김 대표는 재생 자전거의 저렴한 가격보다 친환경을 강조합니다. "재생 자전거를 구매하면 몇 ㎏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지, 승용차 몇 대의 운행을 대체했는지 알려줘 사람들의 관심을 끌죠."

이를 위해 전세계 자전거 판매업체 중 최초로 탄소 계산기를 만들었습니다. 탄소 계산기는 중고 자전거를 사면 해당 자전거의 재질과 소재, 무게 등을 고려해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계산해서 보여 줍니다. 여기에 중고 자전거 구매 이력과 자전거 이동 기록을 연동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탄소 계산기 기능을 계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탄소 계산기를 보면 중고 자전거 구매로 인류의 살기 좋은 환경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체감할 수 있어요."

또 탄소 배출 감소에 효과적인 전기자전거 사업도 구상 중입니다. 여기 맞춰 H는 국내외 전기자전거 판매활동 사례를 조사하는 일을 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국내 전기자전거 규제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처럼 손잡이를 당기면 질주하는 스로틀(throttle) 방식과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공급돼 주행하는 파스(PAS, Pedal Assist System)방식 등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로 분류 됩니다. 따라서 PAS 방식은 별도 면허가 필요 없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속도가 빠른 전기자전거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려는 세계적 추세와 거리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자전거 시장인 중국은 등록제를 시행해 모든 전기자전거에 번호판을 부착하고 면허를 소지해야 탈 수 있습니다. 일본은 속력이 시속 24㎞를 넘으면 전원이 꺼지도록 설계된 제품만 팔 수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많은 기업들이 전기자전거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해외 사례를 참조해 이용자 및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H(박세인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