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아일체' 우리 아이... 차라리 SNS는 PC로 접속하게 해주세요

입력
2023.03.06 13:30
4면
[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 보고서 ①-2] 
과의존 해법 Q&A, '가족이 함께 탈출하세요'


편집자주

“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소설 ‘피터팬’ 첫 문장입니다. 어쩌면 한국엔 여느 세대처럼 제때 자라지 못한 ‘피터팬 세대’ 가 나올 지 모릅니다. 긴 거리두기, 비대면수업 탓에 정서·사회 발달이 더뎌진 ‘코로나 키즈’ 말입니다. 마스크와 스마트폰에 갇혀, 아이들은 ‘제대로 클 기회’를 놓쳤습니다. 방치하면 소중한 미래를 영원히 잃게 됩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그 회복에 필요한 어른들의 노력을 함께 짚어 봅니다.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보다 어떻게 잘 끄고 빠져나오느냐, 미디어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김아미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



장담컨대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속 끓여봤을 주제. 아이들 스마트폰 문제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폰을 끼고 살던 아이들은 코로나 3년을 거치며 폰 없이 잠시도 견디기 어려운 '폰아일체' 상태가 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스마트폰을 없앨 순 없는 노릇.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만하라" 잔소리보다, 스스로 이용을 멈추고 끝낼 수 있도록 '자기 조절능력'을 키워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이상욱 수석연구원과 이현이 경기남부스마트쉼센터 소장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 교육법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진단할 만한 구체적 기준이 있나요?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지표가 있죠. 삶에서 ①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는 현저성(salience), ②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스스로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조절 실패(self-control failure), ③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멈출 수 없는 문제적 결과(serious consequences)를 기준으로 측정하죠. 세 가지 다 충족하면 '고위험군', 한두 가지 요인을 지녔다면 '잠재적 위험군'으로 판단해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해 주변 친구들을 외면하거나, 일탈 행동을 보이거나, 감정조절이 안되거나, 거짓말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밤낮이 바뀌는 삶으로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위험신호로 파악해야 해요. NIA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www.iapc.or.kr)에서 과의존 여부 검사가 가능하고, 과의존이 심한 아이들의 경우 전문 상담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중요해요."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법으로 '자기조절 능력'을 강조하셨잖아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의 핵심은 목적에 맞게 'ON'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OFF'할 수 있는 자기 조절능력이죠. 스스로 사용통제감을 높여 나가는 심리적·물리적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주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사용하면 안 될 때와, 될 때를 구분해 가족 규칙을 만들고 생활화 하는 게 필요해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전 아내 멜린다도 큰 딸 게임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식사시간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저녁 시간대 사용을 자제하며 노력했다고 하죠."


'OFF 훈련'과 관련해, 김아미 교수는 미국의 비영리교육단체인 '커먼센스 에듀케이션'이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디지털 미디어 이용 멈춤 훈련'을 소개했다. '잠시 멈추고, 크게 숨을 쉬고, 끝내기' 루틴인데, 한창 게임 중 누가 말을 걸었을 때 스마트폰에서 빠져 나와 말 건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교육이다. 가령 디지털 기기에게 '안녕, 다음에 봐'라고 말하고, 사람과의 면대면 소통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얼마나 오래 쓰는지 '물리적 시간'에만 집착하잖아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왜 쓰고,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 게 중요해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이 필수죠. 가령 유튜브를 보여줄 때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보게 놔두지 말고, 부모가 먼저 필터링을 하고 제한된 시간 동안, 허락된 콘텐츠 안에서 선택하고,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디지털 세상에는 유익한 콘텐츠만큼 유해한 콘텐츠도 많아요. 잘 걸러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이해·평가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literacy)을 길러줘야 해요."

-스마트폰 구입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을까요?

"되도록 늦게 사주길 권합니다. 꼭 사줘야 한다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이 갖춰졌을 때가 적당해요. 생각, 감정,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어느 정도 발달한 사춘기 이후, 자율조절 능력이 검증됐을 때를 말합니다. 미국에선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기로 서약하는 부모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4세 어린이에겐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 화면을 지속해서 보여줘선 안 되고, 1세 이하는 스마트폰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아예 없도록 하라고 돼 있죠."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부모들도 예외가 아닌데요.

"우리나라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은 데는 IT 환경 발달 요인도 있지만, 가정 환경을 무시할 수 없어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게 되는 건, 아이보다 부모의 필요에 의해서인 경우가 많아요. 영유아기 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부모의 잘못된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아이들이 모방하는 데서 비롯되죠. 부모들은 '제3자 효과'(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믿는 경향)에 빠져 있는 듯해요. 아이들은 약하고 분별력이 부족해 스마트폰의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보고 과도하게 통제하면서, 정작 부모 자신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에는 관대하고 느슨한 기준을 들이대는 식이죠. 대만은 아이들의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방치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 정도로 부모 책임을 강조합니다.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했다면,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지켜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부모의 스마트폰 이용습관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대물림되니까요."

-가족 규칙 외에 부모들이 실천할 수 있는 예방 팁이 있을까요.

"스마트폰에서 SNS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자제하고,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PC로 로그인하도록 유도해 주세요. 스마트폰 화면을 흑백모드로 셋팅하면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지루함을 느껴 흥미를 잃기도 하죠. 잠들기 전 침대 주변엔 스마트폰 대신 알람 시계를 가져다 놓는 것도 유용해요. 사용하지 않는 앱은 수시로 청소해주고, 유튜브 영상이 알고리즘에 의해 재생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말고 스포츠, 캠핑, 여행 등 대안 놀거리를 만들어 같이 즐겼으면 해요. 부모와의 질 높은 상호작용은 가장 좋은 예방주사이자, 치료법이기 때문이죠. 스마트폰 바른 사용을 위한 이용가이드 및 육아관련 지침서는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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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COVIDKids/)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