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라인' 타고 곽튜브·빠니보틀과 동거...요즘 여행 예능이 사는 법

입력
2023.03.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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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능 읽는 키워드 ①인맥 ②유튜버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던 배우들이 '찐친'과 여행을 떠나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다. 사적으로 나눌법한 진짜 고민들을 배우들은 스스럼 없이 나눈다. 한 켠에서는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었던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조합으로 예능에 나온다. 여행지도, 여행 스타일도 다르지만 요즘 여행 예능의 트렌드는 비슷하다. '인맥'과 '유튜버'의 활용이다.

첫번째 특징은 ‘인맥’ 활용이다. 사적 친분을 그대로 예능에 옮겨오면 여행 속 ‘케미’가 더 살아난다.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두발로 티켓팅’에는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이 동시 출격했다. 두 사람은 하와이 여행을 함께 갈 정도로 형제 같은 사이. 프로그램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한 로드트립을 내세웠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였다. tvN '텐트 밖은 유럽-스페인 편' 역시 배우 조진웅을 중심으로 사적으로도 편하게 만나는 사이라는 최원영과 권율, 그리고 "영화를 촬영하며 같이 여행가고 싶어질 정도로 친해졌다"는 박명훈이 뭉쳤다.

지연을 앞세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tvN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는 부산 출신을 모았다. 배우들(허성태, 이시언, 안보현)에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뭉쳤다. 제작진 관계자는 “거칠어 보이는 부산 남자들의 모습 속에 그들만의 정을 나누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유튜버'의 적극 활용이다. 코어 팬층이 이미 확보된 출연진이란 점이 강점이다. 아예 유튜버의 콘텐츠를 그대로 예능에 옮겨 내기도 한다. 김태호 PD의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엔 여행 유튜버 3대장 ‘곽빠원’(유튜버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를 통칭)이 총출동했다. ENA를 통해 볼 수 있는 방송용으로 편집한 영상보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각 유튜버들의 영상이 더 인기다. 각 유튜버 특유의 말투가 담긴 자막이 고스란히 담겨서다. 우승자 선별 방식도 유튜브 문법대로 조회수와 '좋아요' 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유튜버는 매력적인 출연진이다. 혼자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경험을 기반으로 출연과 연출, 제작까지 두루 능해서다.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 제작진은 곽튜브의 여행법에 반해 캐스팅을 결정했다. 제작진은 "낯선 현지인과 과감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소통하고 동행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과의 색다른 조합으로 여행 멤버를 꾸려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다. 빠니보틀이 배우 이시언, 웹툰작가 기안 84와 출연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좋은 예다. 당시 혼자 하는 여행에 지쳐 있던 빠니보틀은 '형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 김지우 PD 역시 빠니보틀에게 '경력직 막내' 역할을 기대해 섭외를 추진했다. 김 PD는 "여행에 익숙한 경력직 같은 빠니보틀에게서 의외의 허당미가 나올 때 아이러니함이 재미의 포인트였다"면서 "많은 게 엉망이고 준비가 안 됐는데, '찐친'들과 함께니까 괜찮다는 감성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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