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와 김매기

입력
2023.06.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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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철에는 아궁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라는 옛말이 있다. 모내기 철에는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닌다는 말이다. 지금이야 농가 인구가 4%를 조금 웃돈다지만 옛날처럼 국민 대다수가 농사를 지을 때는 일 년 중 제일 바쁜 때가 모내기 철인 지금이 아니었을까.

벼를 기르는 방법에는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방법과 다른 곳에서 모를 길러 옮겨 심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의 방법을 '모심기'라고도 하고 '모내기'라고도 한다. '모를 낸다'는 것은 볍씨를 못자리에 뿌려 모를 길러내 어느 정도 자라면 논에 옮겨 심는 것이다. '모내다'는 '모'와 '나다'에 사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이-'가 붙어 만들어진 '내다'가 결합한 말로, 모를 못자리에서 낸다는 데서 나온 말일 듯하다.

모내기와 더불어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는 '김매기'도 한창일 때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요즘은 기계가 많이 대신해 주고 있지만 김매기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김'은 논밭에 난 잡풀을 말한다. '김'은 15세기 문헌에 '기ᅀᅳᆷ'으로 처음 나타나는데, '논밭에 잡풀이 많이 나다'라는 뜻의 동사인 '기ᇫ다'에 명사를 만들어주는 '-음'이 결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의 방언으로 '기슴', '기음', '지슴' 등이 남아 있어 옛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오월 농부, 팔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다. 오월에 부지런히 모를 심고 김을 매며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팔월에 편한 신세가 된다는 뜻인데, 따져 보면 비단 농사일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바쁜 봄, 여름을 보내고 풍성한 가을과 조금 편한 겨울을 맞이하기를.

이윤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