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전방위 경제협력, 후속 이행이 중요하다

입력
2023.0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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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우리나라에 300억 달러(약 37조 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체결한 13건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에 두 나라가 체결하게 될 양해각서(MOU)는 4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방산, 에너지 등 전통적 협력 분야는 물론 수소, 바이오,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등 신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 경제 협력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40조 원 가까운 보따리를 풀고 간 데 이어 UAE에서도 큰 성과를 얻어내면서 ‘제2 중동붐’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산업 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반도체 등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우리나라로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경제 외교는 초석만 깐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MOU는 구속력 없는 문서에 불과해 손을 놓고 있다가는 휴지조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가 국정조사 심판대에 오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가 뻥튀기 공방을 불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투자가 제때 집행되고 MOU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관련 부처는 후속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들의 후속 협상에 걸림돌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 지원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언급한 건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잘 새겨야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전 정부의 성과를 뒤엎거나 소홀히 한다면 경제외교의 외연 확대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오일 머니’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되려면 긴 호흡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