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민희진 분란이 까발린 'K팝 치부' ①공장식 제작 ②포토카드 팔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분쟁으로 K팝계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 업계 1위 업체인 하이브마저 제작 환경이나 경영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 비슷한 콘셉트를 반복하는 공장식 제작이 만연하다는 점, 업체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가수의 사진, 팬사인회 티켓 등 콘텐츠가 아닌 부가상품 판매에 기형적으로 매진한다는 점 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하이브는 최근 몇 년 사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게임, 인공지능(AI),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 회사를 흡수하며 자산 5조 원 규모 기업이 됐다. 하이브 종속기업은 65개로, 음악 레이블(자회사)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뮤직,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르세라핌 소속사 쏘스뮤직,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 등 11개다. 단기간에 몸집을 불린 것이 소통 문제를 낳았고,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도 같은 맥락에서 불거졌다는 해석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하이브 직원은 “레이블 간 기싸움도 있고 소통이 안 돼서 가수들의 활동 시기나 콘셉트 등을 공유하지 못해 당황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K팝 업계에선 아일릿의 올해 3월 데뷔가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2022년 데뷔해 다음 달 컴백을 앞둔 뉴진스와의 유사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K팝 기획사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불과 2년 만에 비슷한 콘셉트의 그룹을 데뷔시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2022년에도 르세라핌과 뉴진스를 두 달 간격으로 데뷔시키는 실험을 했다. 두 팀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나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들렸다. 르세라핌은 쏘스뮤직이 방 의장의 지휘에 따라 제작했다.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막역한 사이다. 민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르세라핌을 편파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했고, 하이브는 26일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레이블 사이에 상당한 알력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 대형 음반사는 여러 레이블이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운영되지만 하이브는 비슷한 소비층을 공략하다 보니 차별성을 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현재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이브 경영진은 방 의장 이외엔 넥슨코리아 출신의 박지원 CEO를 비롯해 음악 제작과 무관한 게임·정보기술(IT) 업계 인사들이 주축이다.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하이브가 ‘기획사 쇼핑’으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들을 대거 영입한 것은 생활과 음악 콘텐츠를 연결시켜 K팝 팬들이 계속 돈을 쓰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규모를 키우면서 주주들을 만족시키려면 공장식으로 계속 아이돌 그룹을 찍어내고 앨범 제작, 콘서트, 팬사인회 등의 수익 활동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 페스티벌에서 빚어진 가수의 가창력 논란에서 보듯, 단기간에 많은 그룹을 데뷔시키다 보면 실력이 떨어지는 멤버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방식이 단기적으론 K팝 산업이 성장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민 대표는 소비자가 복권 뽑기 하듯 음반을 계속 사게 만드는 랜덤 포토카드 삽입과 이른바 밀어내기(유통·판매사가 신작 앨범 초동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해 주고 기획사가 팬사인회 등으로 보상해 주는 관행) 등을 공개적으로 지목해 “팬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뉴진스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시원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 앨범의 외관이나 포토카드 등 부가상품 구성을 달리하거나 소규모 팬사인회 참석 기회를 미끼로 앨범을 대량 구매하게 하는 것은 일반적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뉴진스는 26일 새 싱글 '하우 스위트'의 재킷 사진과 앨범 콘셉트를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27일 ‘버블검’ 뮤직비디오가 선공개된 뒤 ‘하우 스위트’는 내달 24일 정식 발매된다.

"마음이 아프다, 이모가" 500만 몰린 뉴진스 신곡 뮤비 반응 보니

"보고 마음이 아프다, 이모가." 27일 그룹 뉴진스의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 영상이 올려진 하이브 유튜브 채널엔 이런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으로 불안했을 멤버들에 대한 응원이었다. 댓글창엔 '어른들의 싸움'에 상처받질 않길 바라는 뉴진스 팬들의 마음이 수북이 쌓였다. 뮤직비디오 영상 밑엔 "어른들의 비겁함에 너희의 청춘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 뉴진스 사랑해 계속 함께하자 늘 지켜줄게" "어른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 절대 안 되는 소중한 한국팝의 보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돌 뮤비(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단 적은 처음이다. 그만큼 아이돌에 대해 모르는 대중에게도 뉴진스는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다. 속상한 일이 많았을 그동안의 과거를 감히 짐작하기도 미안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응원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도어는 이날 자정 '버블검'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오후 1시 기준 조회수는 5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유튜브에선 '인기 급상승 음악' 순위 1위로 깜짝 등장했다.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뉴진스가 어떤 모습으로 음악 활동을 할 지를 지켜보려는 K팝 팬들의 관심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뉴진스의 신곡 뮤직비디오는 '소녀들이 함께 바닷가 마을에서 보내는 여름 방학'처럼 풋풋하게 연출됐다. 영상은 멤버 혜인이 "오늘은 내가 비눗방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게"라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뮤직비디오엔 복고풍 이미지가 가득하다. '버블검'이란 문구가 적힌 오래된 비디오테이프가 재생되고 그 영상은 멤버들이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모습 등을 캠코더로 찍은 듯 진행된다. 누군가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분위기기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풍선껌을 불고, 비눗방울 등으로 장난을 친다. 뮤직비디오는 바다, 목장, 오래된 집 등을 배경으로 뉴진스의 순수함과 음악의 편안함을 부각한다. 민 대표가 직접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뉴진스 큰 장점은 자연스러움인 거 같다. 인위적, 만들어 낸 장면들이 아니라 본인들 평상시 모습들을 담아내서 더 좋은 거 같다" "여름방학에 친구 무리 다 같이 시골에 있는 한 친구의 할머니 별장에 간 것 같다"며 호응했다. '버블검'은 뉴진스 특유의 듣기 편안 이지 리스닝 곡이다. 기존 히트곡이었던 '디토' 등과 비교해 비트는 차분해졌고, 새소리를 연상케 하는 피리 소리 등이 어우러져 더 편안하고 아련하게 들린다. 어도어는 "듣기 좋은 이지 리스닝 곡"이라며 "멤버들의 매력적인 음색이 귀를 자극한다"고 곡을 소개했다. 뉴진스의 신곡 뮤직비디오에 대한 반응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캐나다(1위), 영국(2위), 미국(3위), 호주(4위) 등에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줄줄이 올랐다. '버블검'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뉴진스는 내달 24일 새 앨범 '하우 스위트'를 발매한다.

"1000억 번다면서 노예계약?" 민희진 조목조목 반박한 하이브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며 불공정 조항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매도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어도어) 부대표에게 '이건 사담으로 한 것으로 처리해야 해'라고 지시한 기록이 있다"고 맞섰다. 하이브는 26일 민 대표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입장문을 냈다. 하이브는 25일 "민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짧은 입장만 냈지만 여론이 민 대표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갈 움직임을 보이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가 주장한 '노예 계약' 의혹에 대해 하이브는 "민 대표 본인이 '가만 있어도 1,000억 원을 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큰 금액을 보장받고 내후년(2026년)이면 (어도어 주식의) 현금화 및 창업이 가능한 (계약) 조건은 절대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이 노예계약처럼 걸려 있다"며 "(그 어도어 지분 5%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서 하이브에 영원히 묶여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알려진 민 대표와 하이브의 계약엔 '경업금지 조항'이 '주식 보유 기간'과 '대표이사 재직 기간'이라는 두 가지 조건과 맞물려 있었다. 경업금지는 회사 퇴직 후 일정 기간 경쟁 관계인 회사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경쟁사를 설립·운영하는 등의 경쟁 행위를 못 하게 막는 걸 뜻한다. 계약 조항엔 민 대표가 보유한 주식 5%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매각할 수 없도록 강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투자 업계에선 '독소 조항'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하이브가 마음만 먹으면 주주 간 계약을 볼모로 민 대표의 엔터 분야 창업이나 취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하이브는 "민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며 "다만,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고 했다. 이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이유는 "보상의 규모"였다는 게 하이브의 설명이다. 민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찬탈을 모의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었다"고 말한 것도 하이브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하이브는 "여러 달에 걸쳐 (경영권 찬탈이란) 동일한 목적으로 (어도어 경영진에서) 논의가 진행돼 온 기록이 대화록, 업무 일지에 남아 있다"며 "사담은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제3자의 개입이 동반되면 더 이상 사담이 아니라 계획과 이에 대한 실행이 된다"고 반박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부대표는 민 대표의 발언을 업무 일지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고 적었다. 하이브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행사로 획득할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행동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뒤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의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 건 발견된 것을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간 감사에선 민 대표가 어도어 부대표에게 "(경영권 찬탈 관련) 이건 사담한 것으로 처리해야 해"라고 지시한 기록이 발견됐다. 민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뉴진스의 데뷔와 성장에 되레 걸림돌이 됐다'는 취지로 말해 K팝 팬덤 사이에선 '하이브의 뉴진스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한 건 하이브가 약속을 안 지켜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 대표가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팀을 만들기를 요청하면서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해 하이브는 민 대표의 의견을 존중해 회사를 분할하고 계약들을 이전하느라 뉴진스의 데뷔 일정은 하이브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하이브가 정황만으로 무리하게 민 대표 감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신곡 뮤직비디오 공개를 시작으로 뉴진스가 5월부터 본격적인 신작 활동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이번 감사로 그룹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하이브는 "뉴진스의 컴백에 즈음해 메일로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한 쪽은 민 대표 측"이라며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는 '4월부터 여론전을 준비하라'는 민 대표의 지시가 적힌 기록도 있고, '노이즈를 만들어 회사를 괴롭힌다'는 기록도 있다. 이 시기에 회사를 압박하면 억지에 가까운 보상 요구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당사는 수년간 민 대표의 반복되는 요구를 수용하고 타협해 왔으나 이번엔 이러한 요구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소위 '빌드업'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시기와 상관없이 멀티레이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감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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