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사과' 옛말 되나…50년 뒤엔 '강원도 사과'만 남아

2024.03.19 04:30

기후변화로 주요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의성 사과, 나주 배 등 각 과일을 대표하는 주산지도 머지않아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수급 불안으로 인한 제2의 '금사과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일마다 재배에 적합한 지역을 예측하고 선정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의 '과수 재배 농가 및 면적' 분석 결과, 2020년 사과 재배면적은 2010년보다 4,525ha 줄었다. 2010년 재배면적의 10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의성, 충주를 아우르는 경북, 충북 지역에서 각각 16.7%(3,342ha), 29.3%(1,295ha)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와 달리 정선, 양구 등 전 지역에 걸쳐 재배면적이 늘어난 강원도가 새로운 사과 산지로 떠올랐다. 2010년 392ha에 불과했던 사과 재배면적이 2020년 1,036ha로 무려 164.3% 증가했다. 아직까지 사과의 70%가 경북에서 생산되고 있어 주산지가 바뀐 것은 아니나, 고위도 지역으로 재배 적지(適地)가 이동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과수 재배면적은 통계에 따라 편차가 있다. 이 중 5년 주기로 이뤄지는 농업총조사는 1,000㎡ 이상 경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연간 농산물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인 가구의 현 재배작물 실태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조사된다. 실제 판매를 목적으로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가 선택한 과수와 그 재배지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박종택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농업연구사는 "사과는 7도 이하 저온이 1,500시간 이상 지속돼야 휴면에서 깨어나 생육을 시작하는 한편, 꽃이 피는 시기에 추위가 오면 저온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로 개화기는 빨라지고 일교차는 줄어드는 등 기존 재배 적지에서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기 어려워진 탓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는 더 격변을 겪고 있다. 10년 사이 재배면적이 46.1%(7,425ha) 줄며 반토막이 났다. 특히 전남 나주에서 재배면적 1,001ha가 사라져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전국적으로 배 재배가 줄어든 가운데, 경기 안성만 눈에 띄게 981ha에서 1,177ha로 20% 늘었다. 생육 조건이 다른 과일도 지각 변동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겨울철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잘 자라는 단감, 감귤은 재배지가 북쪽으로 넓어지고 있다. 단감은 경남·전남 중심에서 전북·대구·충남·충북에 이어 강원까지 확장됐다. 노지감귤은 여전히 제주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전남·부산·경기 등에서 재배가 늘었다. 노지에서 수십 년을 재배하는 과수 작물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특히 재배지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0년대부터 한국 연평균 기온은 10년에 0.2도씩 상승해 왔는데, 세계 평균(0.07도)의 3배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연평균 기온과 겨울철 강수량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봄·가을철 이상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농촌진흥청은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과 재배 적지와 가능지가 급격히 줄어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90년대엔 국내에서 고품질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적지가 아예 없어진다. 배는 2050년쯤부터 줄다 2090년대엔 산지가 강원도로 모아진다.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소폭 증가 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엔 국토의 5.2%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포도는 2070년엔 강원도 산간 지역으로 적지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감, 감귤은 재배 적지가 확대된다. 한현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여러 기술 개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재배지 변동의 큰 흐름을 피할 순 없다"며 "장기간 서서히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일을 키우려는 농가는 지금부터 생육 조건에 따라 바뀌는 재배 적지에 맞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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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의사도 '임금' 파업…무엇이 의사 '고소득 전문직'으로 만드나

병자를 돕고 인체에 관심이 높은 독일에서 의사가 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공공성이 강해 의사 월급은 높지 않다. 이달 11일 수천 명의 독일 대학병원 의사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섰다. 영국의 수련의들도 1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국가보건서비스(NHS) 75년 역사상 최장 파업이었다. 영국 수련의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5.5파운드(약 2만5,000원)로 최저임금(10.42파운드)보다 48% 정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우리와 수교를 한 카리브해의 가난한 공산국가 쿠바는 수많은 나라에 의료진을 파견해 외화를 번다. 이를 두고 ‘흰옷의 전사’라 부르며 유럽은 존경을 표한다. 반면 미국은 의료진 노동 착취와 외화벌이라며 깎아내린다. 사실 쿠바 병원은 낡았고 의약품은 늘 부족하며 생활 습관은 웰빙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과 달리 한 나라의 의료가 공공부문에 의존하면 의사는 고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의료행위의 기원과 발전을 들여다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인류 역사에서 의사가 소득 측면에서 계층사다리 맨 위에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고대사회는 동서양 모두 사제나 주술사가 의사의 역할을 겸했고 그 지위는 높지 않았다. 의학이 마술, 주술, 종교에 속한 시기는 인류 역사에서 무척 길었다. 고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질병은 신이 내린 벌이거나 잡귀에 의한 거였다. 주술 요소를 배제하고 과학적인 치료법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의학의 아버지라 불린 히포크라테스(BC 460 ~ BC 370)와 관계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인체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봤다. 질병에 대한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인물이었던 셈이다. 기원전 28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편찬된 ‘히포크라테스 전서’는 72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지식에 당대까지의 의학 지식을 덧붙이면서 의학은 발전했다. 의사의 윤리강령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5세기경 탄생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최초 것과 다르다.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현재의 선서라 하겠다. 11세기 초 아랍에서 이븐 시나가 이슬람 세계의 의학을 집대성한 의서를 편찬했다. 이는 유럽으로 전파돼 중세 대학에서 의학교육의 기본서가 된다. 시나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가 발달시킨 의학을 기초로 의학수준을 향상시켜 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중세 유럽에서 대부분 의사는 간단한 외과 수술을 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대개 이발사와 외과 의사를 겸해서 ‘이발의사(barber-surgeon)’라 불렸다. 예리한 금속제 면도날을 사용하는 데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훈련은 도제로 이루어졌다. 약 7년에 걸친 도제교육을 마친 후에는 직인의 지위를 누린다. 직인은 대개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이발병원에서 급료를 받았다. 자금을 충분히 모아 이발병원을 개업해야 명실상부한 장인이 될 수 있었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의사는 효과적인 예방책이나 치료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효과 없는 처방에 의사의 권위는 쇠락했다. 16세기에 와서야 의학이 대중의 신뢰를 얻게 된다. 자연과학을 중시하는 르네상스 분위기 속에서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근대 해부학을 창시한 게 주효했다. 17세기 현미경은 병원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할 길을 열었다. 19세기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두 딸을 여의고 발병의 원인인 미생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향해 달렸다. 독일인 로베르트 코흐는 특정 미생물이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파스퇴르와 코흐의 연구 덕에 인류의 세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그 결과 의사가 고도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으로 인정받게 됐다. 덕분에 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수도 높아졌다. 20세기 이후 의사의 역할은 항생제, 영상검사, 줄기세포 같은 기술 도입으로 확대됐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소 11년에서 18년간 학업에 매달려야 한다. 학업 기간이 긴 외과의사나 특정 분야 전문의는 그 희소성과 적은 인력 공급 구조로 높은 연봉을 받는다. 지난해 6월 의학정보 사이트 '메드스케이프(Medscape)'는 미국 의사의 연평균 수입을 35만2,000달러(4억5,760만 원)로 집계했다. 성형외과(61만9,000달러), 정형외과(57만3,000달러)에 이어 심장내과, 비뇨의학과, 소화기내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마취통증의학과, 피부과, 일반외과 등이 40만 달러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개원의 숫자는 줄고 있고 의사의 74%가 봉급을 받는 임금노동자다. 올해 개업 가능한 임상간호사(Nurse Practitioner)가 미국 내 최고 직업으로 떠올랐다. 우울증이 인류 최고의 적이 된 가운데 정신건강 관련 직종이 각광을 받는 세상이다. 미국에서도 최고 직종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헬스케어, 정보통신(IT), 금융으로 나뉜다. 의사 수가 부족한 가운데 신규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미국에서 진료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고령화로 미국의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현장의 의사 수는 못 따라간다고 지적했다. 아칸소주(洲)와 같은 시골 지역이 의사 부족 현상이 무척 심하다고 논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2.7명)는 한국(2.6명)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의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의대 지원자도 넘쳐나는데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과학 정보 전문기업 엘스비어는 미국 의료 인력의 약 20%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일을 그만뒀다고 전한다. 의사(예비 의사 포함)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정신 건강과 '워라밸'의 문제에 따라 직업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보며 고생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식품의약청(FDA) 같은 정부기관, 제약회사, 바이오 헬스 같은 다양한 진로를 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아진 것도 이유이다. 의사 증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이 한창이다. 국가 장래를 보면 수능 1% 학생들이 의대로만 가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의사가 부족한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드물다. 의사 소득이 낮은 쿠바가 천국이 아니듯,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현실이 우리 미래일 수 없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와 낮은 수가 체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미국과 달리 높다. 그만큼 많은 의사의 과로로 국민건강이 보전돼 온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의료체계를 힐난하는 이들은 미국 의료계 권익단체의 밥그릇 챙기기, 제약회사와 민영 의료보험회사들의 탐욕, 로비에 넘어간 정치권, 이렇게 삼자의 담합을 거론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 의료시스템의 한계상황을 들여다볼 시기다. 낮은 수가로 인한 과잉진료,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 문제, 돈 되는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 지방 의사 기피 만연 등은 의대 입학 증원만큼 신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의사가 교육받고 의료 현장에 나오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인력 유출을 막고 필수의료 분야에 배치하는 대책은 물론 의료보험제도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미국보다도 훨씬 낮다.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면 그래도 먹을 게 많아 경제적 지대가 높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우수 학생 모두가 의사가 되려 한다면 사회적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료 민영화, 비대면 진료, 의대 정원 확대에 이르기까지 이슈는 변했고 세월은 한참 흘렀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대결과 갈등만 반복되니 대중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세상에 각자가 주장하는 바가 정답이며 최선이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의료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원경 UNIST 글로벌산학협력 센터장

크고 무거운 차는 몰기 어렵다? 선입견 깬 '제네시스 G90'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3,500cc급 세단 G90의 키를 받아 들자마자 든 생각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두려움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G90의 각종 안전장치 덕이다. 주행 상태를 파악하는 자동 차량감시체계(Automatic Vehicle Monitoring System)가 끊임없이 경고음, 경고문을 띄운다. 나도 모르게 차선을 넘는 순간 처음 듣는 경고음이 들린다. 운전석의 디스플레이 영상은 원래 가던 차로에서 차체가 벗어난 범위를 붉은색 그래픽으로 표시한다. 운전석에서 옆 차로를 볼 수 있는 확대경 같은 '후측방 모니터'다.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도 주행 중 시야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의도치 않게 차로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운전대가 묵직해진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바꿀 때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차선중앙유지 보조, 충돌회피조향 보조 기능이 켜졌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를 내려갈 때 이 차의 안전성은 더 두드러졌다. 폭이 좁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 뒤 차 몸체의 전후좌우가 벽면과 가까워질 때마다 적절한 경고음이 울리며 집중하게 만들었다. 후방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Parking Collision-Avoidance Assist) 기능의 적용 범위를 차량의 측방, 전방까지 넓혀 충돌위험 감지 센서가 차량 곳곳에 달려 있는 것이다. 차량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로도 차량 주행 상태를 좀 더 편안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바퀴 4개가 힘을 나눠 부담하면서 차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G90에는 공기압이 스프링 역할을 대신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의 강성을 세 단계로 조절하는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상황별로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무사히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다음 차량이 후진할 때는 갑자기 나타난 행인 앞에서 스스로 멈춰서는 능력도 발휘했다. '후방교차 추돌방지 보조'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저속 후진 중 보행자나 장애물과 충돌 위험이 감지됐을 때 경고를 보내고 필요시 긴급 제동으로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만약 G90처럼 크고 무거운 차를 속도를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면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쾌감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 차의 매력은 속도감에만 있지 않았다. 충분히 빨리 주행해도 느껴지는 안정감이 진짜 이 차를 모는 재미였다. 짧은 시간에 속도를 올려도 다소 묵직했다. 오르막길 주행 시 무거운 차체의 영향으로 동력이 모자란 듯한 느낌도 없었다. 자동 기어 변속에 따른 속도 변화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 배분하는 4륜구동(AWD)의 능력이다. 탑승자 편의 기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문 안팎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뒷좌석에 탑승자를 태운 뒤 깜빡 문을 연 채로 출발해도 스스로 닫는다. 뒷좌석 창문이 올라온 뒤에도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면 차광막이 올라온다. 차량 시트에 숨겨진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 중 쏠림에도 운전자가 균형을 잘 유지하게 돕는다. 운전대에 손만 얹고 차를 몰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에는 버튼 조작으로 움직이는 발걸이는 물론 안마의자 기능도 들어있어 안락한 승차감을 돋운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앞좌석에도 설치 가능하다. 내부 공기 상태를 실시간 측정해 정화하는 공기 청정 체계도 갖췄다. 터널뿐 아니라 공기가 탁한 도로 위를 지날 때도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가동한다.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드올룹슨의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차량 내에 달린 스피커가 23개나 된다. 외관도 참하다. 역동적 우아함을 콘셉트로 만든 전장 5,275㎜의 차체와 20인치 휠이 도로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후드에서부터 트렁크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측면부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즘(단순미를 강조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전면부의 제네시스 패밀리 룩(통일된 디자인)인 방패 형태의 그릴 옆 두 줄의 헤드램프가 곡선으로 측면까지 뻗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면부도 이 같은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랜저보다는 곡면을 살려 입체감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G90의 출고가는 9,445만 원~1억4,173만 원인데 평균 출고가가 1억1,000만 원을 넘는다. 원형 손잡이를 돌려 기어를 바꾸는 전자식 변속 조작계(SBW)에 익숙해지는 데도 상당 시간이 걸린다.

아내 잃은 후 맞은 장인상…김승연 회장, 늦은 밤 빈소 지켰다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7일 세상을 떠난 장인 고(故)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를 찾았다. 18일 고인의 차남인 서홍민씨가 회장으로 있는 리드코프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을 찾아 조문하고 한밤중까지 자리를 지켰다. 올해 72세인 김 회장은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부사장 등에게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김 회장은 당뇨, 고혈압, 폐질환 등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외동딸이자 김 회장의 아내 서영민 여사도 2022년 8월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전날 장인의 빈소를 찾은 김 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리드코프 측은 전했다. 한화그룹 측도 "김 회장이 종종 회사로 출근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도 빈소를 찾았다고 리드코프 측은 전했다. 1933년 경남 충무(통영)에서 태어난 고인은 통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61년 경상남도 감사실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경남 사천군수와 충남지사, 내무부 차관, 중앙정보부 차장을 거쳐 1980~1982년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1985년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12~16대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인은 김영삼 정부 후반인 1997년 두 번째 내무부 장관을 맡았으며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지냈다. 향년 9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