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2일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동래점에서 동래구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방역당국, 지자체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절실하다. 부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24일 확진자는 800명을 훌쩍 넘었다. 사망자도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감염병의 침략에 많은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어느새 스트레스로 변주됐고, 그 해소 대상을 찾는 기제로 작용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그 대상은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 중국, 그리고 그곳에서 건너오는 중국인이 주요 타깃이었다.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차이나포비아(중국 혐오)로 돌변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중국인이었다는 점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왜 세금으로 치료까지 해주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저하는 정부도 공격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라는 발언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뒤 신천지 대구교회,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을 중심으로 집단발병이 드러나면서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매일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증가하면서 ‘방역 실패’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급기야 신종 코로나가 처음 생겨난 중국마저 “한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우한에서의 실수가 다른 나라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은 느리다”(22일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국장)고 적반하장식 훈계까지 내놓은 것을 보니 기가 차다.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한국 방문을 막는 나라가 늘어나는 점도 뼈아프다.

그렇다고 지금 방역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 정부를 비난한다고 감염병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한 논란이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 된 이상 이 교활한 바이러스를 잡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안일했다’, ‘왜 못 잡았느냐’는 지금의 비난은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방역당국, 의료진들의 힘만 뺄 뿐이다. 비난과 책임을 묻는 일은 감염병과의 싸움을 종식한 뒤 해도 된다.

“우리가 최대 피해자”라는 염치 없고 화를 돋우는 입장문을 낸 신천지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신도들을 일방적으로 ‘슈퍼감염자’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그들 역시 감염되고 싶어 감염된 게 아니며, 감염 사실을 알고도 예배 등을 다닌 것도 아닐 테니까. 비난이 두려워 증세가 있어도 숨길 경우 확산 가능성만 커진다. 신천지의 실체를 알리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청도대남병원의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당장 더 시급한 건 감염병 확산세를 잡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도 없이 기침을 하거나 길 거리에서 침을 뱉는 등 정부의 신종 코로나 예방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 사람도 속속 드러난다. 대규모 정치 집회를 버젓이 개최하면서 “주와 함께라면 병들어도 좋다”는 광신도적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예방수칙을 지켜 자신과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지방 의대 교수인 지인은 지난 주말 신종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자원해 진료를 봤다. 해당 병원 내과 동료들의 ‘번 아웃’(신체적ㆍ정신적 피로감)을 우려해 동료 의료진들이 일을 나누자고 나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방역 당국 종사자들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대거 투입됐다. 이들 모두 신종 코로나 종식이라는 목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의료진과 방역당국을 응원할 때다.

이대혁 정책사회부 차장 selected@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