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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대확산, 정부 방역전선 흔들
여야, 방역보다 총선 의식 정치공세 몰두
위기극복 믿음 주는 리더십 발휘 아쉬워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대구소방본부 현장 구급이송대원 출동 대기소를 방문,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위해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로 정보 공백을 메우고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게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한다. 메시지는 서로 모순이 없도록 ‘일관성’을 유지하고, 조직은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듣고 반영하는 ‘개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져야 조직 안팎에 신뢰가 형성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선봉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세 요소를 두루 갖춘 듯하다. 두 달 째 이어지는 방역 브리핑 때마다 그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준다. 어떤 질문에도 단어 하나까지 신경 써가며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 잘못된 것은 즉시 인정하고 사과한다. 급박한 상황에도 변함없이 차분한 톤의 목소리는 국민들을 안도하게 만든다. 그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정 본부장에 대한 신뢰를 정부 전체, 방역 대책 전부에 대한 신뢰와 등치시키긴 어렵다. 방역 현장의 요구와 정부 대응에는 큰 차이가 있고 부처 간, 중앙ᆞ지방 정부 간 엇박자, 각종 통계 발표의 시차 발생 등은 혼선을 일으킨다. 전문가들의 선제적 방역체계 전환 주문이 쏟아지지만 정부 결정은 굼뜨다. 마스크 수급 대책처럼 준비 안 된 발표는 불만지수만 높였다.

국가적 위기 때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는 평상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 모두 ‘어’와 ‘아’의 작은 차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꼼꼼하게 살피는 세심함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사태 초기 선방한다고 여겨지던 방역 활동에 대한 평가는 비판 우위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다만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기회는 남아 있다.

실수나 잘못은 할 수 있다. 다만 반복해선 안 된다. 우선 대통령 메시지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잖아 종식’ 발언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차원이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31번 확진자 발생으로 상황 파악 못한 허언이 됐다. 정부의 ‘TK 지역 4주 내 안정화’ 발표도 마찬가지다. 이를 정부 의지와 목표일 뿐이라고 여길 국민은 많지 않다. 희망 고문 발언은 이제 그만하자.

중국 전역 입국 제한 문제로 한 달 넘게 야당 공격을 받은 청와대는 뒤늦게 불필요성의 근거를 밝혔다. 하지만 왜 처음부터 대중국 경제ᆞ외교 관계, 방역상 비효율성 등을 논리적 근거를 갖춰 진솔하게 말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중국에 뒤통수를 맞았지만 결과를 보면 청와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후과치곤 타격이 크다.

마스크 대란은 또 어떤가. 마스크 생산ᆞ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은 채 “내일부터”라고 섣불리 말했다가 역풍만 맞았다. 발표부터 생산ᆞ유통ᆞ소비까지 시차가 발생하게 됨을 차분히 알렸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발표부터 하고 업자들을 옥죄는 관료들의 못된 습성이 작동한 듯하다. 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는 이제 고질이다.

총선은 코로나 사태의 최대 리스크다. 총선에 눈먼 여야의 막말 비난전과 설화(舌禍)는 목불인견이다. 코로나 사태 종식이 다급했던 여당은 ‘대구 봉쇄’ 발언으로 화를 자초했다. 정치 공세에 열중하던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더니 이젠 탄핵 청원 숫자 증가에 고무된 모습이다. 총선이 예정돼 있지 않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치권은 정말 고통받는 국민과 따로 놀고 있다.

우리 방역 체계는 세계가 인정한다. 국민들은 위기에서도 희생과 헌신, 나눔의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과 팔로어십 위에 믿음을 주는 리더십만 작동하면 사태의 조기 종식은 가능하다. 정부는 허술함이 없는지 살펴 신속히 방역망을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정치권은 총선을 의식한 무차별 비방은 잠시라도 멈추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언급대로 ‘책임 문제는 상황 종료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으로 흐를지 진정 국면으로 갈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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