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게티이미지뱅크

오늘(25일)은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이다. 많은 미국인이 참전했거나 현역에 복무 중인 군인에게 감사를 표한다. 동시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전통적으로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인 선거운동의 시작을 이날 선포해 왔다. 이번에는 화려한 출정식을 볼 수 없겠지만, 우리는 이즈음에서 선거운동과 투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봄 직하다. 미국인들 중 누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를 찍는가? 또, 어떤 유권자들이 당을 바꾸는 선택을 하는가? 소위 ‘집토끼’를 단속하고 ‘산토끼’를 사냥하는 이 두 가지가 선거운동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기준은 경제적 이념이다. 한국도 비슷한데, 정부가 경제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그 반대로 보수적인 사람들은 공화당을 지지한다. 1930년대 ‘뉴딜정책’을 주창한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로 민주당은 꾸준히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시켜 왔다. 이에 대해 공화당에서는 주기적으로 정부 규제를 반대했으며, 1980년 레이건 대통령 이후 ‘지방 분권(devolution)’과 ‘감세(tax cut)’라는 모토로 보수 이념을 재구성해 왔다.

대개 소득 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이 연방정부의 혜택을 많이 받는 이유로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하고, 중상위 소득(연 7만~10만달러)이 있는 사람들은 공화당에 더 투표한다. 다만 이보다 더 많은 소득을 버는 미국인들은 어느 한 정당을 훨씬 더 지지하지 않는다.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은 민주당에, 큰 부자나 자영업자들은 공화당에 더 많이 투표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인종인데, 특히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흑인의 경우,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링컨 대통령 때문에 19세기 중반부터 100년 이상 공화당을 지지했었다. 당시 주로 남부 대농장 지역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서서히 북동부 공업지대로 이주해서 노동자가 되었는데, 1930년대 이래 도시 저소득층을 대변하던 민주당으로 조금씩 당을 갈아탔다. 그러다가 1960년대 대대적인 민권운동의 시대를 민주당이 주도하면서, 실질적인 투표권을 처음 얻은 대다수 남부 흑인들까지 민주당 지지로 완전히 돌아섰다. 현재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하는 흑인은 90% 정도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다.

히스패닉은 2차대전 이후 공산화된 쿠바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화당을 강하게 지지했었다. 이후,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들이 도시 노동자로 유입되면서 서서히 민주당 지지세가 늘었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11% 정도인 이들 히스패닉은 현재 65%가 민주당에 투표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반히스패닉 정책을 고려한다면 매우 높은 것은 아니다.

백인의 경우는 전체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인종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남부 백인들이 한 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온 역사가 있다. 이들은 남북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는 노예제 폐지를 반대했던 민주당에, 1984년 이후에는 보수적인 공화당에 투표했다.

세대도 중요하다. 1950년대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인기로 젊은층이 공화당으로 몰려갔고, 1980년대에는 레이건 대통령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투표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데, 겨우 2008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트렌드이다.

거주하는 지역에도 차이가 있다.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이 모여 사는 대도시는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이다. 반면, 농촌지역은 공화당 지지가 훨씬 높다. 이에 대도시가 많은 북동부와 서부는 민주당이 우세하고 농촌이 많은 남부와 대평원 지대는 공화당이 우세하다. 또한, 도시와 농촌이 섞여 있는 중서부는 박빙이다.

이념, 인종, 세대,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집토끼’도 중요하지만, 정당을 넘나드는 ‘산토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을 ‘무당파(independents)’라고 규정하는데,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째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를 거의 하지 않는 진정한 무당파이다. 유권자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지간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둘째는 지지 정당이 없다고 말만 하고 투표에는 당파성을 띠는 이들이다. 대개 한 정당을 꾸준히 지지하긴 하지만, 특정한 이슈가 있을 경우 정당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오바마케어가 인기 없던 2010년 중간선거인데, 이들이 대규모로 공화당에 휩쓸려 갔었다.

최근 일군의 정치학자들이 참여한 여론조사 연구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에 투표한 유권자들의 9% 정도가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으로 ‘변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이념적으로 중도 성향이고 45세 이상의 중ㆍ장년층이다. 특히, 이들은 진보적 경제 어젠다를 선호하고 환경과 의료보험 정책에서 민주당에 더 가깝다고 한다. 다만, 이민정책이나 다른 사회정책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백악관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운동의 방향은 뚜렷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인종과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가게끔 독려하는 것이다. 또, 환경과 의료보험 정책을 강조하면서 무당파와 변심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