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집착하는 美... 탈퇴한 핵합의 조항까지 동원

입력
2020.08.16 22: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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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무기금수 연장안 안보리서 부결되자
?'핵합의' 스냅백 조항 적용, 제재 연장 시사
동맹 무시 '마이웨이' 전략... 동맹들도 비난

미국 법무부가 지난 14일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보내는 석유를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4척을 나포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유조선 벨라호 사진. AF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지난 14일 이란이 베네수엘라에 보내는 석유를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4척을 나포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유조선 벨라호 사진. AF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과 사실상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이란만은 내버려 둘 수 없는 것 같다. 동맹들의 반대에도 자신들이 탈퇴한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조항까지 동원해 이란의 무기 거래 제재 연장을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다자 합의를 일방 파기한 미국이 이제 와서 제재 조항을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는 힐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 제재 문제와 관련, “우리는 스냅백을 할 것”이라며 “다음주 그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냅백은 이란이 2015년 6개국과 체결한 핵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완화한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국이 제안한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 연장안이 부결되자 곧장 대안을 강구한 것이다.

미국은 14일 안보리에서 참담한 외교적 패배를 맛봤다. 10월 18일 만료하는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출해 15개 이사국 표결에 부쳤는데, 미국을 빼고 도미니카공화국만 찬성표를 던진 것.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결의안이 통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ㆍ러시아가 반대했고 나머지 11개국은 아예 기권했다. 이란 핵합의 당사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도 기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우회로로 택한 스냅백 적용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은 스냅백을 거론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8년 5월 영구적인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중단을 위해 새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란 핵합의를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여전히 핵합의 참여국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힘들고 골치 아픈 전투에 직면할 것”이라며 스냅백 적용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예고했다.

동맹국들은 이란 제재 연장이 필요하다는 미국 측 논리부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외교가는 자체적으로 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유지하고 있고, 이란의 현금 유동성도 열악해 유엔 제재 만료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이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제안한 이란 관련 긴급정상회의 등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독자 제재만 강화하겠다며 '마이웨이' 의지만 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 부결 직후 “미국은 이란이 세계에 더 큰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거듭 제재를 천명했다. 앞서 14일 미 법무부는 이란에서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이란 유조선 4척(약 111만배럴)을 나포하고 이를 압수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했다. 미국의 제재로 상호 의존도가 높아진 두 나라의 관계를 끊어놓겠다는 의도다.

이란은 유엔 제재가 풀리면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실거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수 제재 만료 후에도 무기 거래를 할때마다 안보리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16일 국방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제재 해제 후 (이란산 무기를) 원하는 수요자에게 수출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면서 안보리 부결 이후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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