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對이란 제재 복원 요구,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 "안 돼"

입력
2020.08.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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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제외한 모든 국가 반대 의사
"핵합의 탈퇴한 미국은 법적 권한 없어"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가 2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가 2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해야 한다는 이른바 미국의 ‘스냅백’ 요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 대다수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유엔 제재 복원 요구에 대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반대 의사를 서한으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 우호적인 성향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도 제재 복원을 반대했다. 베트남, 니제르,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에스토니아, 튀니지도 같은 입장이다. 도미니카공화국만 아직 안보리에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실상 명시적 찬성 이사국은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미국은 스냅백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안보리에 이란의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 위반을 공식 제기한 날로부터 30일 후 대이란 제재가 다시 부과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러시아를 비롯한 다수 국가는 2년 전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에는 제재 복원 절차(분쟁 조정 절차ㆍDRM)를 시작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견해다.

이란 측의 반응도 싸늘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이 유엔의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 금수 제재 무산에 이어) 또다시 고립과 굴욕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 조정 절차를 개시하려면 실질적인 핵합의의 일원이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이 불법적이고 일방적으로 분쟁 조정 절차를 오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 “미국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2231호에 규정된 절차를 이용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박탈했다”며 “안보리는 미국의 호소를 검토하거나 더욱이 그것에 근거해 어떤 행동을 취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은 핵합의를 탈퇴했기 때문에 핵합의에서 정한 제재 복원 절차를 개시하자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보고 있는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 제재 재부과 요구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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