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책임자 5명 유죄...발화지점 바뀌어 4명 무죄

입력
2020.12.29 16:25
구독

기소 의견엔? "지하 2층 3번 용접봉에서 발화"
법원 "지상 3층 승강기 용접 중 발생한 불티"
화재 발화 장소 바뀌면서 인과관계 없다고 판단
공사 책임자 등 5명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선고

[저작권 한국일보]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4월 30일 오전 합동감식반이 현장 조사를 위해 사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4월 30일 오전 합동감식반이 현장 조사를 위해 사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천=이한호 기자

38명이 숨지게 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9명 중 4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 당시 화재 발화 장소가 당초 지하 2층에서 지상 3층으로 본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다.

공사 책임자 5명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우인성 부장판사는 29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물류창고 공사 발주처(시행사)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A씨에게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기계실 통로를 폐쇄를 지시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건우 측 현장소장 B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보다 B씨의 형량이 더 무거운 이유는 한익스프레스 측이 공시가긴 단축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이 사건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야기했다거나 더 증가시켰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반면 B씨는 지난 4월 자의적으로 2020년 5월 31일까지 공사시간 단축을 시도해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키는 등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더 증가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건우 측 법인에 대해서도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우 부장판사는 감리 책임을 맡은 C씨에게는 “피고인 건우의 안전조치의무 전반을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다른 시공사 관자 D씨와 하청업체 운영자 E씨에 대해서는 각각 금고 2년 3개월과,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무허가 업체 및 재하청 등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다만 이들과 함께 기소된 공사 관계자 F씨 등 4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화재원인이 ‘지하 2층 3번 용접기에서 발화됐다’는 기소 의견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곳이어서 화재 원인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오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38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조문객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임명수 기자

20일 오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38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조문객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임명수 기자

우 부장판사는 화재원인과 관련 “지하 2층 3번 용접기가 아닌 지상 3층 승강기 용접 작업 도중 발생한 불티가 지하2층 복도와 승강기 계단에 쌓인 우레탄 폼 유증기에 붙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소사실이 전제한 화재 원인과 다르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안전조치 의무를 1차적으로 준수해야 할 시공사 관계자들에 대해 무겁게 형을 정했다”며 “공사기간 단축을 시도해 위험을 가중시킨 현장소장은 더 무겁게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A씨 등을 엄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A씨에게는 금고 2년, 현장소장 B씨에 대해 징역 7년, 시공사 법인에 벌금 3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금고 4~5년을 구형했다.

한편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쯤 경기 이천시 모가면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피고인들은 화재 발생, 피해확산 방지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발생한 화재로 48명의 사상자를 낳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